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웃사이드 더 시티 Jun 16. 2023

한국에서 선교하던  몰몬 7세가 탈퇴한 이유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가문의 종교를 버리고 자아를 찾다



몰몬교 더 많은 영상 보기 >>>








<공동 작가: 7세 몰몬교 탈퇴자>에 어떤 분이 어떻게 몰몬교를 탈퇴했냐고 댓글을 남기셨는데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워서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글을 올렸습니다. 구독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몰몬교에 관한 흥미로운 글과 영상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가계도 (출처: familysearch.org)

7세를 거쳐서 내려온 우리 집안의 종교 몰몬. 태어나면서부터 몰몬교를 믿어온 나는 유타주의 흔한 주변 사람들처럼 주일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자라왔다. 교회의 어두운 역사나 교리의 모순점에 대해 의문이 있었지만 무시하고 하나님의 뜻에 의지 하라는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의문을 품는 것은 사탄의 공격이며 하나님이 우리를 시험하시는 것이라고 세뇌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만 19살에 결혼하는 바람에 선교사가 될 수 없던 것에 후회하셨는데 아버지의 소망을 이뤄드릴 수 있도록 내가 선교사가 되어 예수님의 참된 복음을 세상에 전파하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나는 아버지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매주 교회에 나가 경전을 외우고, 해마다 연차 대회에 참석해 몰몬교 선지자들과 사도들의 설교를 깊이 새겨 들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몰몬교가 예수님의 참된 교회라고 맹신하게 되었다. 나는 빨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선교사가 되어 이 행복과 복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하고자 하는 꿈이 생겼다.


만 18살이 되던 해 선교 부름을 받았다. 가족들 앞에서 솔트레이크 시티 본부에서 발송된 편지를 열어주며 내가 대한민국 서울 선교부에서 선교활동을 하라는 지시를 전달했다. 그러나 그때 나는 태권도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열심히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나님은 나의 신앙을 시험하시는 걸까? 태권도 대회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한국에 가서 복음을 전도하길 바라시는 걸까? 대의를 위해서 내 꿈을 포기하면 하나님은 내게 더 많은 축복을 주실까?' 하는 여러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몇 달 만에 한국으로 선교를 나갔다. 한국어를 배우는 게 너무 어려웠지만 매일 열심히 공부하고 한국인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말을 배워 나갔다. 2년간 선교 사업을 하면서 힘들 때도 있었고 행복할 때도 있었는데 2년간 다른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경험한 것에 만족했다. 선교사업을 마치고 귀국 후 유타주에 있는 대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한국이 너무 그리워 졸업 후 어떻게든 다시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학원에서 일하고 교회 내 선교사들을 돕는 일을 했다. 선교사들을 돕는 것이 하나님의 진정한 뜻을 이뤄지게 해 주는 것이라 믿으며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갑자기 코로나가 터지며 교회 모임에 제한이 걸렸다. 한 공간 안에 4명까지만 만날 수 있게 제한되었고 회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주말에 만날 사람이 없어졌다. 교회 모임에 자주 참석하지 못하게 되면서 어플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세상 사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교회에선 비몰몬인들과 만나면 안 좋은 영향을 받으니 만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막상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니 오히려 몰몬 교인들 보다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 사람들에게서 몰몬교에선 전혀 느낄 수 없는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선택 과목으로 인류학, 고생물학 등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을 들으며 지구의 나이는 6천 년밖에 안 됐다고 주장하는 몰몬교의 가르침이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인류학 수업에서 DNA에 대해 배우면서 아담과 이브는 모든 인간의 공통적인 조상일 수가 없을 것이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내 DNA 분석 결과 (출처: 23andme)


또 몰몬교가 주장하는 약 5000년 전에 벌어졌다는 노아의 방주에 대해서 조사해 보니 그 당시에 번영하던 문명들(고대 미대륙 문명, 고대 중국 문명 등)이 지구 전체를 덮칠 만큼의 대홍수로 인해 모두 사라지고 멸망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믿음에 점차 금이 가기 시작했지만 내 마음에 드는 의심을 의심하라는 교회의 가르침이 떠올리며 의문들을 마음속 깊이 묻었다.


또, '인간의 성'이라는 강의를 들으며 동성애자를 악마화하는 몰몬에 대해 더 많은 의문을 품게 했다. 이 수업을 듣기 전까진 나는 몰몬교의 가르침에 따라 동성애를 반대했었다. 동성애자는 정신병자 혹은 악마가 우리를 유혹하기 위해서 보낸 악한 존재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어느 날 교수님이 동성애자 학생들을 강의에 초대했다. 8명 중 7명은 나처럼 몰몬교 모태 신앙이었고 선교 사업도 다녀왔다. 그들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교회에서 회원들과 지도자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교회를 다니며 몰몬교를 믿었다고 한다. 하지만 교회에서 계속 그들을 받아주지 않아 결국 교회를 나오게 됐다고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영적으로 나쁜 영향을 받을까 봐 두려웠지만 한 켠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그들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교회에서도 따돌림을 받아야 한다니 교회가 공평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몰몬교는 내가 사랑하는 주님이 세우신 교회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대신 내가 이곳에 남아 주님의 교회를 모두를 위한 더 공평한 교회로 만들기 위해 내부를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2019년 BYU 대학교 졸업식에서 친구 매트 이스턴이 커밍아웃했다. 이 사건은 탈퇴에 큰 영향을 미친 시발점이 되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축하 문자를 보냈다. 친구는 나와 같이 응원해 주는 친구가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을 보고 제프리 알 홀런드 장로님(몰몬교 12 사도 회원)은 졸업식은 커밍아웃하러 오는 곳이 아니라며 그 친구를 손가락질하고 비판했다. 그리고 머스킷 소총을 들고 동성애자들과 배교자들을 쫓아내야 한다며 연설했다. 이에 따라 몰몬교 세미나리(고등학생들을 위한 종교 교육원)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홀런드 장로님 말씀처럼 사회의 암 같은 존재인 성소수자들을 쫓아내야 한다고 동조했다.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 12 사도 'Jeffery R Holland'

회원들은 성소수자 인권 지지자와 반대자로 엇갈리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서 나는 여러 가지 감정이 뒤엉켜 혼란스러웠다. 교회에서 배운 대로 교회 지도자들에게 복종해야 할지 아니면 친구를 지지해야 할지 말이다.

왜 인자한 하나님은 하나님이 택하신 사도가 그런 혐오를 부추기게 하는 걸까? 차별과 혐오 대신 서로를 사랑하라는 계명을 주셔야 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유타주 솔트 레이크 시티에 날리는 무지개 깃발


그때부터 인스타에 엑스모(몰몬 탈퇴자) 계정들이 알고리즘에 뜨기 시작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계정에는 교회의 추악한 역사들이 담겨 있었다. 조셉 스미스가 일부다처제를 실행하기 위해서 첫째 아내인 엠마를 속이고 이미 배우자가 있는 유부녀들과 미성년자 7명을 아내로 삼았다는 사실과 미대륙 원주민들이 '게으른 생활'에서 벗어나 죄 사함을 받을 수 있도록 원주민 여자들을 몰몬 백인 남성과 결혼시켜 흰 피부를 가진 아이를 낳게 해 원주민들을 몰몬교의 기숙학교에 보냈다는 사실이 적혀 있었다. 흑인들이 백인들과 같은 교회 혜택을 누릴 수 없도록 그들이 영의 세계에서 충실하지 않아 저주를 받아 검은 피부를 갖고 태어났다고 가르친 2대 창시자 브리검 영에 대한 사실 또한 적혀 있었다.

교회의 역사를 보며 이것은 전혀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니란 걸 알았다. '몰몬교가 정말로 참된 교회라면 하나님의 어떻게 이런 짓을 허락할 수 있지? 하나님은 왜 수많은 소수자들이 저런 사악한 독재자들에게 그대로 당하게 방치했을까? 몰몬교의 신은 백인우월주의자인가?'라는 생각들과 배신감이 들었다.

타 인종 아이들을 백인화시키는 몰몬교


진실을 접할수록 몰몬교에 대한 믿음은 점점 무너져갔다. 감정과 이성이 서로 싸우며 인지 부조화에 시달렸다. 충격이 너무 크게 다가왔고 혼자 고뇌하는 그 시간들이 공허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몰몬이 참된 교회라는 간증을 부인할 수 없어 교회에 남아 있었다.


몇 달 뒤 다른 몰몬교 고위 지도자 브래드 윌콕스가 내 고향에서 교회 청소년들을 위한 설교를 했다. 윌콕스는 내가 십 대 때부터 존경했던 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교회의 왜곡된 역사 부분들을 인정하기는커녕 비몰몬교인들을 너무 유치하게 비판한다고 비웃고 교회의 인종차별적인 정책들이 딱히 아무렇지 아닌 것처럼 얘기했다. 백인들은 유대인들처럼 하나님의 축복을 누리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왔는데 흑인들은 왜 이렇게 징징대냐고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다음 날 몰몬교를 탈퇴하기로 마음먹었다. 몰몬교는 자신들이 저질렀던 만행을 절대로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았다. 그 후로 나의 신앙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길을 잃었다.

이제 나는 무신론자인가 아니면 기독교인인가? 진리는 무엇인가? 신은 정말로 존재하는 걸까? 모든 것을 아시는 전지전능한 신에게 내가 진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밤낮으로 기도했지만 신은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일평생 신은 언제나 내 옆에서 있다고 지켜보고 있다고 믿어왔지만 그는 전혀 내 옆에 있지 않았다.

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종교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물학과 천문학, 사회 과학, 고생물학 등 여러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연구할수록 성경이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소설책처럼 다가왔다. 정말로 신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충분히 없는 이상 믿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과학에 대한 관심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다양한 민족, 인종, 성별 등 다양성에 대한 시각 또한 넓히게 되었다. 조직화된 종교의 독단적인 해석 보단 다양성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교회를 탈퇴하면서 더 여유를 누리며 교회에 충성하며 보낸 시간을 이제 여자 친구와 주짓수 독서로 채울 수 있게 됐다. 현재의 이 삶이 귀중하기에 사후를 걱정하며 살기보단 현재에 집중하는 삶이 필요하다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다.




탈종교 하는 과정에서 도와주신 아버지와 여자 친구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글이 신앙에 의문이 생기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