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로 통해본 우리 사회
요즘 한참 러시아 월드컵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축구팬들이 설레는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도 축구팬까지는 자처하지 않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열심히 경기들을 챙겨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은 그 열기가 다른 쪽으로 뜨거운 것 같습니다.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한국 축구에 대한 응원 열기로 뜨거워야 하는데 요즘 언론이나 인터넷 상에서 들리는 이야기들은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축구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뜨겁습니다.
여러 정보들을 취합해 봤을 때, 그것이 지난 스웨덴과 멕시코 전 패배로 인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대부분이 지적 되고 있는 문제는 세 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축구팀에 지휘자라 할 수 있는 감독의 역량 부재입니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팀 스포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1명에 선수를 얼마만큼 유기적으로 조직하고 그 역량을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공은 둥글다.” 라는 명언처럼 축구라는 스포츠는 개인 역량이 뛰어난 선수가 있다고 해서 팀의 승리를 100%로 보장하지 않습니다. 어쩜 그것이 축구가 전 세계에서 매력을 갖는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감독의 역량이 중요한 것이고, 명장으로 칭송받는 감독들은 여러 나라에서 모셔 갈려고 애쓰는 거라고 봅니다.
굳이 여기서 우리나라 감독님 능력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전술과 전략에 대한 구분을 못하시거나 없다는 겁니다.
참고로 전술은 ‘전쟁을 전반적으로 이끄는 방법이나 책략’을 말하며, 전략은 ‘전쟁 또는 전투상황에서 대처하기 위한 기술과 방법’입니다.
둘째, 협회 무능력입니다.
먼저 대한축구협회에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1882년 제물포(인천)에 상륙한 영국 해군들이 우리나라에 근대 축구를 전하였고, 당시에 전국에 생기던 근대식 학교로 축구가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1928년 5월 22일 지금에 대한축구협회에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조선심판협회>이 생깁니다. 5년 후 1933년 9월 19일 <조선축구협회>가 조선심판협회를 계승하여 첫 출범을 합니다. 이후 1938년 강제 해산되었다.
1945년 광복이후 <조선축구협회>가 생기고, 1948년 9월 4일 오늘날의 명칭인 <대한축국협회>로 명칭이 확정 됩니다.
이후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어떤 공공단체들보다 그 역사는 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들에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늘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혹자들은 이른바 “적폐”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비판을 합니다.
왜 이렇게 100년 넘는 긴 역사를 가졌으며, 국민들에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는 스포츠인 축구를 관장하는 축구협회가 비판과 비난을 받고 있을까요?
아마도 그건 우리나라 각종 협회들과 위원회 그리고 공공기관 등을 생각해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학연과 지연으로 자리 나눠먹기, 세금을 내 돈 같이 생각하는 놀부 심보, 능력보다는 유명세가 더 중요한 인사 영입, 좋은 의도에서 한 실패한 정책은 결과가 나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어설픈 마음가짐 등
그동안 협회, 위원회, 공공기관에서 보여줬던 행태들이 축구협회에서도 만연해 있기 때문에 지금 이러한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봅니다.
셋째, 시스템 부재입니다.
먼저 오늘 뉴스를 보니 슈틸리케 전 감독이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한국 축구, 2002년 향수에 빠져 있다.” 라는 인터뷰 기사를 봤습니다. 슈틸리케 전 감독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틀리지 않는 말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이라는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라는 이점도 있었겠지만 이전에 16강조차도 오르지 못했던 우리나라 축구를 생각해보면 자부심을 가질만한 성적이라 생각합니다.
이후 국내 프로축구리그는 당시 가장 큰 인기 스포츠였던 프로야구를 능가할 정도에 한동안 큰 흥행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그 흥행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시민 구단을 포함한 신생 구단 등이 생기고, 프로축구연맹의 승강제도를 도입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관중은 점점 줄어갔고 결국 작년에는 K리그 클래식 5라운드까지 평균 관중이 9,622명으로 1만 명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지속가능한 유소년 육성 시스템과 지도자 육성 시스템의 부재 때문입니다. 이른바 엘리트 중심 육성으로 인한 병폐입니다. 우리나라 양대 프로리그라 할 수 있는 프로야구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시스템은 지속가능성을 담보 하지 않는 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 상태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엘리트 중심에 육성 시스템으로는 그 한계가 이미 여실히 들어났다고 봅니다.
이상으로 글을 마치며 몇 마디 하자면, 한국 축구는 월드컵 이후 많은 부분을 뜯어 고쳐야 할지 모릅니다. 정확히 말해 다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펴본 문제점들이 한국축구 만에 문제라고 보지 않습니다. 한국축구라는 단어를 다른 단어로 바꾸어 보면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