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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래울 이선예 Mar 24. 2024

나는 BTS 팬

신세대 할머니


                                                    

  올해 들어 유쾌한 일도 없고 일상생활이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그냥 지루하고 의미 없게 지나가고 있는 것만 같고, 몸 컨디션도 늘 좋지 않았다. 작년 여름 고관절 수술을 하신 어머님을 돌보는 일도 1년이 넘어가자 점점 지쳐갔다. 매주 하는 수필 공부도 시작한 지 1년 6개월이 되어가고 있지만, 진전이 없다. 처음 시작할 때 수필집을 내고자 했던 나의 열정도 처음과는 다르게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 모든 일상이 의욕도 없이 시들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우리나라 가수가 월드컵 개막식에서 축가를 부르는 것을 보았다. 검색해서 찾아보니 방탄소년단 BTS 멤버인 정국이었다. 축구 개막식에 우리나라 가수가 솔로로 노래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사건이었다. 전 세계가 바라보는 그 큰 무대에서 떨지도 않고 춤도 예쁘게 잘 추고 노래도 아주 매력적으로 잘했다. 2023년 제22회 월드컵 축구 대회가 카타르에서 열린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다. 

  나는 축구 팬들을 열광시켰던 우리나라에서 열린 2002 월드컵 축구대회 이후에 축구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슈퍼 주니어 아이돌 그룹 이후에는 아이돌에 관한 관심이 없어서 BTS도 관심이 없었다. 전 세계 팬들이 그 많은 아이돌 중에서 왜 세계에서 아주 작은 우리나라 아이돌 BTS 열광에 빠졌는지 그 이유도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정국의 월드컵 축구 개막 축하공연을 본 그날 이후 나는 완전 BTS의 팬이 되었다. 특히 멤버 중 가장 막내인 정국의 팬이 되었다. BTS 멤버들에 대해 관심이 생겨 하나하나 찾아보기도 했다. 

  진(서브 보컬), 지민(메인 댄서, 리드 보컬), 슈가(리드 래퍼), 제이홉(메인 댄서), 리더 RM 김남준(메인 레퍼), 뷔(서브 보컬, 댄서) 정국(메인 보컬, 리드 댄서, 서브 래퍼), 한명 한명의 얼굴과 이름과 나이, 경력이나 출신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졌다.

  틈만 나면 BTS의 지난 수년간의 공연을 찾아서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받아 마음이 힘들 때, 그럴 때마다 BTS의 노래를 듣거나 공연 실황을 찾아보기도 했다. 노래마다 맑은 메시지가 있었고 멤버 하나하나의 인성과 실력과 노력이 돋보였다. 왜 세계의 젊은이들이 BTS에 열광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 말로 BTS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면을 보면 가슴 뜨거운 감동이 울컥 올라왔다.

  특히 지난 2018년 BTS 리더 RM(김남준)이 유엔에서 영어로 했던 짧은 연설문은 나를 감동하게 했다. 

  ‘저는 오늘 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서울 근교에 위치한 일산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라고 시작한 연설은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주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연설문 중의 일부인 ‘ 어제 실수했더라도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입니다. 내일의 좀 더 현명해질 수 있는 나도 나일 것입니다. 이런 내 실수와 잘못들 모두 나이며, 내 삶의 별자리의 가장 밝은 별 무리입니다.’ BTS가 우리나라 청년들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어느새 BTS는 나의 마음 한 켠에 위로의 메시지를 주고 있었다. 김남준이 유엔에서 유창하게 연설했던 영어 실력은 유학으로 쌓은 실력이 아니고, 태어나고 자란 일산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기른 영어 실력이었다는 것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감동하였다.

  BTS 노래 중에 ‘소우주’라는 노래가 있다. 

‘반짝이는 별빛들, 깜빡이는 불 켜진 건물, 우린 빛나고 있네.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 (Ayo) 어떤 빛은 야망, 어떤 빛은 방황, 사람들의 불빛들, 모두 소중한 하나, 어두운 밤 (외로워 마) 별처럼 다 (우린 빛나)’ 

노랫말이 참 아름답고 영롱한 노래다.     

  나도 소녀 시절엔 한때 클리프 리처드나 앨비스 플레스리, 톰 존스라는 가수에 열광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때는 멋모르고 무조건 좋아했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아득한 먼 시간이다. 요즘 마음이 힘들거나 우울할 때 BTS 영상이나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밝아진다. 어떤 가수들의 노래와 춤이 누군가에게 때로는 위안이 되고, 기분이 맑아지게 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음악치료가 되는 듯하다. 

  올해 10살, 7살인 두 손녀는 요즘 인기 여자 아이돌 그룹인 ‘아이브’를 좋아한다. 집에 놀러 오면 ‘아이브’ 영상을 틀어놓고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도 따라 한다. BTS에 대해서도 잘 아는 손녀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손녀들과 더 친해지는 기분이 든다. 오늘 밤도 잠이 오지 않으면 나는 BTS 영상을 보면서 잠을 청할 것 같다. 이런 나는 신세대 할머니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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