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편 구비구비 옛이야기]
어떤 사람이 하도 게을러서, 어디 가게 되면 부인이 누룽지를 뭉쳐서 가슴팍에 달아주거든. 가다가 배 고프면 떼어 먹으라고. 이 사람이 어딜 가다가 날이 저물어가는데 배가 막 고팠어. 이걸 떼먹기는 해야겠는데, 손을 놀리기도 싫어. 그래서 하느적 하느적 가다 보니 저기 앞에서 한 사람이 갓을 쓰고 오는데 입을 딱 벌리고 오거든.
'아이고 저 놈이, 이거 내 밥 보고 먹고 싶어 저러는데, 어떻게 빨리 가서 이걸 저 놈 입에 넣어주고 내 입에도 좀 넣어달라고 해야 되겠다.'
하고는 그 사람이 자기 앞에 딱 왔을 때 힘 없는 소리로,
"아이고, 아이고. 이보시오. 밥 이거 떼 자시고, 나도 좀 먹여 주소."
그랬더니 갓 쓰고 오던 그 사람은 벌리고 오던 입을 다물지도 못하면서 말하는데,
"나는 갓끈이 비뚤어졌는데, 손을 올리기 싫어서 이렇게 가고 있소."
하는 거야. 두 얼간이가 제대로 만났지 뭐.
-한국구비문학대계 현곡면 설화 111
어떤 사람이 찰떡을 해서 짊어지고 어디를 가. 이 사람이 참 징하게 게으른 사람인데, 한참 길을 가다가 잠시 앉아서 쉬고 있었어. 그런데 어떤 사람이 지나가다가 이 사람한테 말을 걸어.
"에~ 형씨! 내 갓 끈 좀 묶어 주쇼.”
그랬더니 이 사람이,
"나는 등짐에 떡이 있어도 꺼내기 싫어서 못 먹어요."
그랬대.
(서지정보 없음)
옛날에 한 농부가 도시락을 싸서 짊어지고는 산에 풀 뜯으러 갔어. 산을 오르는데 저 위에서 갓을 쓴 남자가 입을 딱 벌리고 내려오거든. 그래서 이 농부가,
"당신은 어디까지 가시우? 입은 왜 그렇게 벌리고 가시오?"
하고 말을 걸었대. 갓 쓴 사람이,
"나는 갓끈이 늘어졌는데, 손을 대기 싫어서 이러고 갑니다."
하더래. 그러면서
"당신은 지고 가는 게 뭐요?"
하길래,
"나는 점심을 싸가지고 가는데, 배는 고픈데, 이거 벗어 내리느라 꿈적거리기 싫어서 이렇게 지고 올라갑니다."
했대. 그랬더니 갓 쓴 사람이,
"아이고, 니나 내나 똑같다.”
하면서 무릎을 치더란다.
-[한국구비문학대계] 언양면 설화20
지난 2주 동안 브런치 글쓰기를 못 했어요. 반성 차원에서 게으름뱅이들 이야기를 올립니다요^^
그런데, 정말 그럴 때 있지 않아요? 가슴팍에 누룽지를 매달아놨어도, 그거 떼어 먹기도 싫을 때.
갓끈이 비뚤어지고 늘어지고 그래서 당장 손을 놀려 당기고 다시 묶고 하지 않으면 금세 벗겨지게 생겼는데 꼼짝도 하기 싫을 때. 입을 벌린 채 가는 게 더 힘들 것 같은데도, 손 놀리는 게 그렇게도 싫을 때. 아이고 배고파라, 하면서도 조리 다 되어 있는 거 냉장고에서 꺼내 전자렌지 돌리기만 해도 먹기는 하겠는데도 그조차도 하기 싫어 물만 퍼마시고 있을 때.
그 정도면 우울증 아니냐고요? 근데 다들 그러지 않아요? 나만 그런가~ ㅋ
그럭저럭 즐거운 주말 보내십셔!
이미지 출처: @sloth.gram.ig #데패뉴동물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