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꿉니다. 개꿈
아마도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나도 언젠가 책 한 권쯤 내면 좋겠다.'라는 막연하고 느슨한 꿈을 가지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친 대부분이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글을 잘 쓰거나 업으로 삼는다는 것이 더욱 대단하고 어렵고 느껴진다.
느슨한 꿈을 가지고 느슨한 글쓰기를 하면 머릿속에 실을 뽑아 한 올 한올 옷을 짓는 즐겁고도 약간의 무아지경의 상태가 된다. 그러다가 브런치의 발행 버튼을 누르기 전엔 '발행' 이라기엔 너무 '느슨한 글감과 글' 이란 생각이 들어 일단 '저장' 버튼을 누른 다음 탈고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글을 잘 써야 되는데'라는 마음이 생겨버린 날은 탈고의 탈고의 탈고를 해도 결국 발행을 못 하고 삭제.
스스로 쓴 글을 한참 지나고 보고 '역시 좋은 글이야 잘 썼어' 같은 생각이 든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과거의 글은 뭔가 늘 부끄럽고 슬쩍 덮어놓고 싶은 존재. 말은 휘발되고 미화되지만 글을 과거 그 시간 그 자리에 오롯이 남아 '네가 그랬잖아' 라며 지그시 응시하는 느낌이라 얼굴이 더워진다.
한참 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글을 쓰고, 스스로에게도 글을 읽는 타인에게도 명료히 전달될 거라 기대하며 리뷰를 하면 마치 '개꿈' 같다. 꿈속에서는 분명 말이 되는 것 같았는데 눈을 뜨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장소도 등장인물도 내용도 모조리 말이 안 된다 안돼! 이건 개꿈이 분명해.
혹여 글을 조금 더 잘 쓰게 된다면 꼭 내고 싶은 책이 있다. 첫 딸인 내가 태어나고 걷고 말할 무렵 아빠가 해외에 계셔서 한국에 계신 엄마와 편지를 많이 주고받으셨다. 이젠 30년이 훌쩍 넘어가는 편지들은 아빠가 엄마를 외자로 오글거리게 부르는 '사랑하는 란'부터 엄마가 아빠에게 전하는 '우리 딸이 걸었어요'까지. 그리고 중간중간 엉뚱 발랄 대학생이었던 이모가 형부에게 보내는 감초 같은 편지들까지 더플백 가득 빼곡히 들어있다.
부모님의 역사가 담긴 빛바랜 편지들을 언젠간 책으로 꼭 엮어내야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으나 철없는 딸의 감상을 매 편지마다 덧붙일지, 시간 순으로 정리할지, 냉정과 열정사이로 펴낼지 미정. 물론 그 편지들을 몰래 본가에 숨어들어 가방을 들고 도주할지 허락을 받을지도 고민(고민이 대상이 아니라 범죄인가?)
세상에서 글을 제일 기깔나게 잘 쓰는 사람을 되지 못하더라도 맛깔나게 쓰는 사람은 되어보겠다.
브런치의 많은 작가님은 얼마나 탈고? 리뷰? 수정? 을 하는지 횟수나 시간이 궁금해요.
횟수는 정해 놓지 않으면 무한대가 될 것 같은 느낌이고, 시간은 오늘은 괜찮았는데 또 내일은 부끄러운 내 글 어떻게 하면 타협하면 느슨하지만 끈끈한 상태로 세상에 뿅 나타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