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한다. 그저 흐뭇하고 설렌다. 식물에 생식기라고 들었다. 비위가 상하는 느낌이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는다. 그가 택한 번식과 아름다움을 존중한다. 여전히 꽃을 자주 보고 싶다.
4월 제주 유채꽃을 만나고 싶고, 벚꽃보다 사람이 많다는 여의도나 석촌 호수도 가고 싶다. 이 설레는 감정은 ‘썸’ 과 비슷한 걸까. 사귈지도 모르는 사람과 이른바 ‘밀당’을 해가며 서로 알아가며 가까워지는 현상 말이다. 내게 꽃은 짝사랑 같다.
꽃은 언제부터 아름다움이 되었을까. 축하를 전하고, 사랑을 표하는 대상물로 어느새 규정된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향유하고 싶은, 아름답고 살아있는 식물로 말이다.
온도와 빛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장미를 기억한다. 파주에 있는 장미 농장이었다. 온도가 낮은 공간에 보라색 장미가 있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파랗게 변했다. 하얀 장미에다가 특수한 안료를 입히고, 주변 환경에 따라 색깔이 바뀌게끔 만들어진 것이다. ‘매직장미’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하다고 한다.
당연히 꽃은 상품이다. 화폐로 교환할 수 있으니까. 가치를 폄훼하고 싶지 않다. 그저 꽃을 꺾지 않고 피어있는 그 자리에서 오래 바라본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을 때까지는 늙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싱싱한 젊음이, 또 뜨거운 마음이 꽃을 통해 전달됐으면 한다. 당신을 늘 생각하고, 집중하고 있다고. 어느 날에는 사랑을 갈구한다고 드러낼지도 모르겠다. 같이 꽃 보러 갈까. 가끔 꽃을 꺾어 선물해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