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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B Jun 21. 2020

책, 여행, 드로잉이 만나다

광명 유일 독립출판 서점, 북앤드로잉을 가다!

어색한 첫 만남. 지도를 검색하고 길찾기로 오늘 방문할 책방을 검색한다.  방향 감각도 없고 길눈이 어두운 방향치 공간치 내가 그래도 익숙하게 주요 포스트를 찾아 한걸음 한걸음 성큼성큼 발길을 옮겼다. 토요일 마감시간이 오후 7시라는 사실을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마감시간 전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천천히 둘러볼 참이었다. 그런데 주요 포스트인 편의점 주변을 위아래 옆 사방으로 둘러보아도 북앤드로잉 서점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순간 조바심이 났지만, 천천히 길을 돌아 나오며 좌우로 살펴보았다. 다행히 돌아 나오는 길에 조그맣게 내 눈을 잡아끄는 서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북앤드로잉. 내가 요즘 관심 갖고 있는 관심사다. 책과 그림, 글과 그림, 여행과 글, 스케치로 보는 풍경, 천천히 걷고 둘러보기, 하나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평소에는 잘 모르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요즘 나를 잡아 끄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로 모아놓은 듯한 작은 서점 하나가 하루 종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최근에 나는 글이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졌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글도 풍성해질 것 같아서다. 내게 그림은 낙서와도 같다. 끄적끄적 대는 연필 스케치나 파란 펜촉으로 세밀하게 그려낸 건물들과 풍경이 들어온다.  지하철 1호선을 타며 몇 년간 누런 편지봉투에 그려왔던 인물스케치를 책으로 엮어낸 사람도 있다. 낯선 외국 여행지에서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겪다 먹는 것만큼은 제대로 주문하고 싶어 메뉴판 의사소통 대신 그림을 그려서 음식 메뉴를 주문한 사람도 있다.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사람도 있고 고양이의 모습을 그려낸 사람도 있다. 여행지에서 사진 대신 드로잉 작업으로 추억을 남긴 사람들도 있다. 낡고 오래된 것들에게서는 바람이 분다며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한 편의 소설도 있다. 각양각색의 모습을 한 독립출판물들이 나 보란 듯이 뽐을 내고 있다. 모두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뽐내면서 그냥 그렇게 서 있다.


주인장은  하얀 커튼 뒤에서 한참 동안 소리 없이 나를 기다려준다.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 오롯이 책과 밀당을 하다 보니 어느새 40분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책방 주인장이 동네분이시냐며 첫마디 인사를 건넨다. 나는 광명시민이고, 책방에 오기 전에 인스타 팔로우를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 드로잉이 하고 싶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데, 드로잉은 책으로 배우기가 쉽지 않았노라고 줄줄이 고백을 했다. 여행 드로잉을 하고 싶은데, 이 책방에 그런 모임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내 이름 석자 옆에 '드로잉 초보'라고 쓰고 연락처를 남겨두었다.


전체적으로 하얀 톤의 깔끔한 배경색을 가진 1층 서점 공간과 지하 비밀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그림을 그리는 아늑한 공간이 나온다. 전체적으로 흰 도화지의 느낌이 나는 그 서점에 가면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질 것 같다. 그림을 그려온 사람도 아니고, 잘 그리는 사람도 아닌데, 요즘엔 무조건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늘 이 공간에서 어색하지만, 첫 만남이 이루어졌고, 첫 테이프를 끊었다.


그림 그리기에 자신이 없었는데, 잘 그릴 필요도 없고, 그냥 나만의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이 불끈 생겨난다. 그래 느릿느릿 드로잉스럽게 내 스타일대로 그려보는 거야! 그렇게 가볍게 글도 써보는 거야. 오늘 하루 나에게 걸었던 주문들이 마법처럼 선물로 다가왔다.

 

흰 도화지 같은 느낌의 책방 북앤드로잉. 하얀 커튼 뒤로 책방 주인장이 나타났다.

토스트 먹고 갈래요? 나를 유혹하는 일상의 반짝임들이 있던 곳!


* 광명북앤드로잉 서점은 2021년 8월 현재 문을 닫고 새로운 길을 모색 중입니다. 조그마한 곳이었지만 저에게 큰 위로를 주었던 공간이 사라지는 게 아쉽지만, 이런 공간과 모임이 다시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점점 커져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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