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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가족수당 어떠신지요

고양이도 내 자식입니다.


"고양이들도 내 자식이에요. 만약 내가 이 아이들보다 먼저 죽는다면, 법적으로 할 수만 있다면 내 재산 아기들에게 남기고 싶어요."

4냥이 집사인 내가 늘 하고 다니는 말이다. 


싱글세라는 것이 있다. 실제로 부과되는 세금은 아니고, 나라가 결혼한 사람들에게 주는 세금 혜택이 있는데 나처럼 결혼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그런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것을 흔히 싱글세라고 말한다. 솔직히 불만은 없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은 것,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은 나의 온전한 선택이기에, 그로 인해 불이익 또는 감당해야 하는 것들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그런데 한 가지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 회사가 국내 아니 세계 최초가 되었으면 하는 것. 바로 '반려동물 가족수당'을 회사 복지 규정에 넣는 것.(이미 시행하고 있는 회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회사 동료가 키우는 고양이를 아이패드로 그려 선물해 줌


정기적으로 공문 결재가 올라온다. 직원 자녀들 유치원비 지원, 대학등록금비 지원 등등 가족을 위한 다양한 복지 지원 규정이 담겨있는 공문이. 나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없어 사실 제대로 들여다본 적은 없다. 다만 이런 공문을 볼 때마다 '우리 집에 있는 고양이들도 나의 자식인데'..라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왜 내 자식들을 위한 가족수당은 없는 것인가'라는... 누군가는 욕할 수도 있는 발칙한 아쉬움.


이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이 냥이들도 내 자식임을 언딘가로부터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날 공감할 텐데,,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자식이고 형제고 자매고.. 가족인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고양이를 어떻게 부르는지 아세요? 빅데이터로 최근 몇 년 동안 분석한 자료가 있는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예전부터 '우리 집 강아지, 고양이'로 불렀어요. 그러다가 '애완동물'이라고 불렀어요, 예뻐하는 동물이라는 거죠. 그러다가 '반려동물'이라고 바뀌었어요. 예뻐한다는 것을 넘어 함께 산다는 의미가 더 중요해진 거죠.

그리고 요즘엔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우리 집 막내'라고 부릅니다. 엄청난 변화죠. 그 전까지의 호칭은 어찌 되었든 '동물'을 기반으로 했는데, 이제는 엄연히 가족 멤버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가족 형태의 변화이고, 사람들의 여러 복잡한 심리가 내포되어 있는 변화입니다.

-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내 친한 게이 친구 K는 남자 친구와 결혼을 꼭 하고 싶다고 나에게 여러 번 말한 적이 있다. 결혼식이 아니라, 결혼 말이다. 법적 효력이 있는 결혼. 두 사람이 혼인 관계라는 것을 증명하는, 어떤 그런 정식 '땅땅땅' 말이다. 그때에는 그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었다. 어쨌든 결혼하지 못하는 사이인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하고.. 


이제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다. 뭔가 '땅땅땅'을 받고 싶다. '그래, 집에 너와 함께 사는 그 고양이들 네 자식이 맞다.'라는, 그냥 내 심리적 개인적 이슈를 너머, 어떤 방식으로든 공식적인 '땅땅땅'을 받고 싶은 거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우리 팀원들이나 동료들에게 말한다. 반려동물도 가족이고 자식이니 가족수당으로 직원 가족 복지로 규정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심지어 대표님께도 몇 번 말씀드렸다. 또 쟤 헛소리한다 싶으신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시는 게 분명해 보이지만.. 하지만 대표님 당신도 길냥이들 밥 챙겨주시고 챙겨주는 길냥이 사진도 그려달라 하시고, 냥이들 오손도손 모여 밥 먹는 사진도 카톡 프로필로 설정하셨으면서.


어느 날 대표님께서 평소 밥 주는 길냥이 사진을 주시며 그려달라 하셔서, 아이패드로 그려드림.


세상 쓸데없지만 '반려동물 가족수당 기준'도 혼자 생각해봤다. 


* 일회성, 이벤트성 지급

  - 유기동물 입양 시 1회 가족환영축하금 지급

* 가족 수당 지급 기준

 - 펫 보험을 들었는 경우

 - 본인 명의 결제수단으로 사료 구입을 증빙하는 경우

 - 본인 명의 결제수단으로 일 년에 최소 한번 병원비 지급한 것을 증빙하는 경우

 - 병원에서 발급해준 의료카드가 있는 경우


나도 예전에 고양이들과 살기 전에 누가 이런 말을 했다면 '참 유별나네, 진짜 할 일 없나 보다..' 한심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완전 생각이 달라졌다. 


공황장애가 심할 때 곁을 지켜 주며 안정감을 주고, 자다가 문득 손과 발에 닿는 따뜻한 체온에 안심이 되고, 골골송에 마음이 녹진녹진해진다. 속상한 일도 고양이 꾹꾹이 몇 번이면 금세 사라지고, 엉뚱한 웃음과 따뜻한 눈키스 위로는 사람에게는 절대 받지 못하는 절대적 사랑이다.


아무튼 내가 언제 퇴사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회사 직원 복지 규정에 '반려동물 가족수당' 추가를 꿈꿔본다. 


양반다리로 앉는 사랑이, 아이패드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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