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의외로 순둥한 술회사 팀장들

내일 아침 이 글을 지울지도 모르겠다.


잠자려고 누었다가 오늘 있었던 뭉클한 이야기를 글로 남겨야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일어나 노트북을 열었다. 그런데 첫 줄을 쓰기도 전에, 내일 아침 이성을 되찾고서 바로 삭제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부터 드는 건.. 많은 걸 오픈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냥 내 감정에 취해 이 글을 쓰기 때문이다. 


요즘 술공장에 이슈가 있다. 이 글에 오픈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고. 아무튼,, 원래도 내 하루 일과는 바쁘게 돌아가는데 요즘엔 내부 이슈에 외부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모든 걸 조율해야 하다 보니 걷는 게 아니고 뛰어다닐 정도이다. 정신 차리고 자리에 앉고 보면 퇴근시간 무렵이고, 오늘도 노트북 한번 열어 볼 틈 없이 미팅, 현장, 보고하고, 보고받고의 연속이었다.  


이럴 때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느끼는 건 우리 팀원들이 일을 정말 잘한다는 거다. 앉아서 차분하게 이야기할 여유도 없어 왔다 갔다 틈틈이 심지어 뛰어나가면서 말하는 업무들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어느새 책상 위에 결과물이 올라와 있는 걸 보면 진짜 고마울 따름이다. 



아무튼,, 

(내일 아침 이성을 찾고서 삭제할지도 모를 이야기는)

우리 회사는 한 달에 한번 전체 팀장회의를 한다. 각 팀이나 본부의 이슈를 공유하고 협의하고 또 술 회사 특성상 지역 여러 곳에 팀이 위치하기 때문에 이 참에 한 번씩 얼굴도 보고.


오늘이 그 한 달에 한번 하는 팀장회의 날이었다. 나는 중요하고 시급하게 협의할 사안들이 있어 초반에 현안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쯤 지나 갑자기 팀장 한 분이 우는 거다. 너무 갑작스럽고 놀랐지만, 그 모습을 보며 말하는 나도 뭉클해져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듣고 있던 다른 팀장님들도 감정이 울컥했는지, 잠시 휴식하자는 누군가의 제안에 모두가 웃으며 곧바로 동의했다.


슬프거나 고통스러워 나는 눈물이 있고, 기뻐서 나는 눈물이 있다. 그리고 마음이 닿아서 나는 눈물도 있는데, 오늘 팀장회의에서의 눈물바람은 아마도 세 번째 눈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맨처음 눈물 흘리기 시작한 팀장님이 '그래, 누군가는 그렇게 하기 때문에 회사가 돌아간다'는 말에, 모두가 서로의 진심을 아니까.. 그 순간 마음이 함께 공명한 것 같다. 


참 고맙고 행복한 팀장회의였다.


오늘 저녁 일기를 쓰며,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술회사 사람들이 너무 순둥 하고 따듯한 거 아냐.. 하며 피식 웃어 버렸다.


"감사합니다. 모두"

작가의 이전글 반려동물 가족수당 어떠신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