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story239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insom Lee Mar 14. 2020

코로나 시대의 이성이란 무엇인가

그 냉혹한 신앙과 무자비한 정치의 입들을 닫는 게 어떠한가



이성(理性)이란 말이 있다. 본질적인 것, 근본적인 것, 기본적인 것을 분별하는 힘이다. 일과 사물의 속을 살필 줄 아는 여유와 깊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의 신의를 지키며 코로나19의 방역을 해결해 보려 하다가 뜻밖의 상황이 생기는 바람에 문제가 커지고 말았다.

그 상황이 생기지 않았으면, 이 정부의 인내력과 소신을 인정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상황이 생긴 까닭은 아직도 알 수 없다. 중국으로부터 건너온 뒤 잠복기 환자와 같은 추적 불가의 접촉과 같은 불명의 복합 경로로 뜻밖의 장소에서 질병 확산이 생겨났다. 이 질병 확산 사태를 두고, 그간 작은 소리를 내던 '대중국 차단론'이 목소리를 일제히 높였다.

거봐, 내가 뭐라 했나. 이것은 이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특히 시진핑의 환심을 사서 방한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4월 총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치적 계략으로) 초기 방역 때 방심했던 결과로 볼 수 밖에 없어. 이렇게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는 당연히,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그간의 쌓인 불만과 총선에서 반드시 뒤집었으면 하는 또다른 정치적 의욕이 겹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저 갑작스런 확산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의 부분 차단 정책이 이 사태를 빚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 사이에 중국인이 대구를 습격해 이런 사태를 빚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을 온전히 차단했다 하더라도, 이미 2,3차 전염을 거친 환자가 활동하고 이동하면서 확산의 사북이 되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입국자 때문에 확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이 가능성만을 이유로 대통령을 지목해 '너 때문'이라고 공격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 입국자 차단'을 전면 시행하는 일은 또다른 문제다. 그것은 정부가 지혜롭게 판단해야할 당면 과제다.)

한편 갑작스런 확산 사태가 대구 경북에서 일어났고, 신천지라는 '이단'의 주홍글씨가 붙어있는 종교단체의 집회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또한, 문제를 왜곡하기 딱 좋은 '감정적인 먹잇감' 같은 것이 되었다. 이성이 마비된 전염병 시대의 광기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이 종교단체는 정통 기독교교회에서 '이단'으로 여기고 있는 교회이며 몇 가지 사건들로 기억이 각인되어 있는 집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종교활동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에서, 엄연히 그 자유를 보호받고 있는 단체임에 틀림없다. 집회도 보장되어 있다. 그 단체가 실천하고 표방하는 신앙이나 신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함께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다른 교회가 나서서 이들을 '이단'이라고 응징할 수도 없다.

이번 전염병 확산이 이 종교단체에서 비롯된 것은, 단순히 봐도 이 종교단체의 음모나 악행이나 테러에 의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감염시키면서 테러를 할만큼 이 국가에 대한 증오를 지닌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들은 다만 불운한 경로로 중국에서 온 코로나19와 접속되었고, 그것을 모른 채 집회에 참석했을 뿐이다.

이 단체가 악마이기 때문에 전염병이 거기로 옮아붙었다고 생각하거나 주장한다면, 그런 주장은 이미 정상적인 이성이 작동하는 뇌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야 말로 우연히, 속된 말로 재수 없이 그 병에 감염된 것이고 그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자가 된 것이다. 슈퍼전파자가 된 사람 또한 사회에 앙심을 품고 퍼뜨린 사람이라고 추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 있다면 당연히 처벌해야 하겠지만, 자신이 감염된 채로 남을 감염시키러 다니는 테러리스트라? 그런 가능성을 충족시킬 사람이 되기에는 너무 많은 전제조건들이 필요하다.

이렇게 복잡하게 말하는 까닭은, 그들이 이 전염병을 옮기는데 있어서 고의는 물론이고 불법으로 볼 수 있는 '부주의'의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단 전체를 전염병의 온상으로 간주하고, 이 질병을 퍼뜨리기 위해 혈안이 된 악마같은 존재로 헐뜯고 조롱하고 비웃고 괴롭힌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중세 마녀사냥의 재림이다.

그들이 자신의 소속을 숨기고, 그들의 질병을 간과했던 까닭은, 그들의 신앙이 이 사회에서 오래 핍박받아온 자취일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믿음을 숨겨야할 정도로 사회적인 냉대를 받았을 뿐 아니라, 질병으로 인해 자신들의 교회에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하는 마음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교회였다 하더라도 이런 심리는 비슷하게 생겨났을 수 있다.

문제는 이 '이단'으로 찍힌 교단을 응징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그것이 전염병 차단의 솔루션도 아니다. 전염병이 그 교회에서 시작된 것은 다닥다닥 붙어앉아서 공동 신앙행위를 하는 그 '질병 유발적 예배' 때문이 아니라, 전염병 보균자가 거기에 들어왔고 몇 명이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다닥다닥 앉아서 전염병이 전달된 것이라면, 기업의 회의실이나 노인정이나 학원같은 곳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걸 확산의 이유로 드는 것은 참으로 빈약한 상상력이다.

나는 이 교회를 알지도 못하고 호오의 감정도 없지만, 전염병 확산의 죄인이 아니라 피해자라는 사실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왜냐 하면, 전염병은 누구에게나 감염될 수 있었고, 그 '누구에게나'가 신천지였기 때문이다. 당신일수도 있었던 그 '슈퍼전파자'가 그곳의 누구였을 뿐이다. 적어도 이 간단하고 분명한 분간은 할 수 있어야 전염병패닉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염병은 전염병의 원리로 움직이며 전파된다. 생태계적 산물이다. 신천지는 사회적으로 형성된 신앙의 한 갈래이다. 앞에서 생겨난 결과와 뒤에서 축적된 감정들을 엮거나 섞는 것은, 오로지 이성이 빈약하기 때문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거기다가, 신천지가 새누리와 같은 의미며 태생적인 연관이 있다는 상상력으로, TK와 연결지어 정치적 의미를 만들어내는 조롱들은, 이미 잔인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종교의 궁극적 목표는 자신의 희생과 타인에 대한 끝없는 봉사다. 착한 일 하나만 해도 천국 가고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의미 있는 약속이다. 정치의 궁극적 목표는 한 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남을 배려하는 것이며 자기를 내려놓는 것이다. 그 잔혹한 발상과 부정직한 이기심은 종교의 이상도 정치의 이상도 아닌, 단순 악행일 뿐이다. 최소한의 이성도 작동하지 않는 그 냉혹한 신앙과 무자비한 정치의 입들을 닫는 게 어떠한가./빈섬.  

매거진의 이전글 여성의병장 '불광동 박씨'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