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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주 Apr 17. 2023

이혼 후에도 씩씩하게 살아남기

그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삶은 계속된다.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아요? 

어떻게 그렇게 잘 살 수 있어요?


내 사연을 듣게 된 사람들이 하나같이 나에게 묻는 질문이었다.

시련을 겪은 사람들은 정말 뭔가 성장을 겪고 단단해지는 걸까? 아픈만큼 성숙해지는걸까?


내 경우에도 아프고 힘든 시간들이 있었다. 밤에 잠을 잘 수 없었고, 간단한 음식조차 넘길 수 없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는 힘든 티를 낼 수 없어 억지로 밥을 삼키고 애써 웃어가며 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재운 뒤에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오면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며 이대로 뛰어내리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를 고민했다.

몸무게가 7키로가 빠졌고,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져나가 정수리가 훤히 보일 정도였다.

그 때만 해도 이고통은 끝나지 않고 평생을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 같았다.

당시 살던 아파트가 50층이었는데, 아파트 층수가 조금만 낮았어도 나는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운명의 핵심적인 길은 이런 보이지 않는 체험들이 그려 간다. 찢김과 균열은 계속 생긴다. 아물고 잊혀진다지만, 마음속 가장 후미진 은밀한 곳에서는 여전히 피 흘리며 살아가게 된다.

데미안, 헤르만 헤세




삶의 고통은 결국 끝나지 않는다. 

모든 상처와 고통을 이겨내고 살아남아 결국 나의 삶을 되찾은 것 같지만 그래도 한 번씩 과거의 상처가 나를 끌어내리는 순간들이 온다. 

한 번 생긴 상처는 아물게 되더라도 흉터가 남아 평생을 따라다닌다.

삶의 이런 균열 같은 건 사실 없는 편이 좋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상처가 생겼다면 어쩔 것인가.


나는 나에게 최대한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고통스러운 일이 생기고 나면 사람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 왜 그 사람이 이런 짓을' 이런 생각에 빠지며 이유를 찾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게 대단한 이유가 있지는 않다. 세상에는 살다 보면 그냥 일어나는 일도 있다.

이렇게 그냥 일어나는 일들에 의미부여를 하며 오랜시간 괴로워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스스로에게 규칙을 정해주었다.




1. 남이 나에게 한 행동이나 말에 대해서 곱씹기 금지

2. 숨은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기 금지

3. 남이 나에게 준 상처에 멋대로 사연 붙여 이해하기 금지




예전에는 내가 상처를 받는 일이 생겨도 '그 사람이 이래서 그랬을거야. 다 사정이 있을거야' 라며 상대를 더 이해해주는 쪽으로 생각을 하는 편이었다.

이렇게 배려와 눈치가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었지만 나는 내가 크게 상처 받은 이후로는 그 배려와 눈치를 살짝 놓고 나만을 위해서 살기로 했다.



눈치가 없는 삶은 꽤나 괜찮았다.

전남편의 외도가 발각되고 가출까지 감행한 이후 나는 힘든 사정을 당시 친하게 지내던 동네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 털어놓았는데, 여기서도 상처받을 일이 생기고 말았다.

남의 힘든 이야기 같은 걸 그냥 가쉽으로 소비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삽시간에 동네에 소문이 퍼져나갔고, 그 엄마한테 얘기를 들은 다른 엄마들이 나한테 다가와서 '요새 남편이 안보이네?' 하면서 내가 어떻게 나오는지 떠보는 것을 느꼈다.


예전 같았으면 그 사람은 이래서 내 얘기를 다른 사람들한테 말했을거야 이유를 붙여가며 이해해주고, 본인들 흥미 충족을 위해서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게 설명을 다했을 거였지만 그냥 깔끔하게 선을 그어버리고 그 이후로는 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이런식으로 나에게 상처가 되는 모든 관계를 차단하다보면 나는 결국 혼자 남는 게 아닐까? 하지만 고민도 그만두었다.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과 함께 아프게 살아가는 것보다 혼자 남는 인생이 더 낫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마음의 균열이나 상처 같은 건 없는 편이 좋다.

하지만 어떤 상처들은 잘 보듬어주면 마음에 굳은살을 만들기도 한다.

상처에 상처를 덧입히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연습을 하자.


혼자서도 씩씩하게 살아나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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