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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주 Mar 31. 2023

너에겐 엄마뿐이라서 나는 무너질 수 없다.

정신차리고 살기를 다짐하는 싱글맘의 일기

전남편과 이혼하기 전,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 나는 아이를 안은채로 목놓아 울었다.

어쩌다가 내 인생이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서러움과 온갖 감정이 밀려오면서 하늘이 무너진 듯 울었다.

내가 우는 걸 지켜보던 경찰관 한 분이 내 앞에 앉아 차분하게 말씀하셨다.


'지금 힘든 마음에 우시는 건 이해하지만 아이 앞에서 울지 마세요. 어머님

어머님이 이 아이한테는 지금 태산 같은 존재인데 태산이 무너지면 아이는 어떻게 느끼겠습니까.

아이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 보이지 마세요. 강해지세요.'



내 울음이 그칠 때까지 아이는 조용히 내 품에 안겨있었다. 눈만 깜빡 깜빡 거리면서 미동도 없이.

그 때 아이의 나이는 네 살이었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한 번도 아이 앞에서 울지 않았다.

손가락이 차 문에 끼어 손톱 밑으로 피가 차올랐을 때에도, 전남편한테 잠시 맡겨둔 아이가 다쳐서 피투성이가 되어 내 눈앞에 나타났을 때에도, 아이가 아빠처럼 따르고 지내던 남자친구가 갑자기 이별을 통보했을 때에도.

단 한번도 아이 앞에서는 울지 않았다.



아이의 모든 감정과 모든 생각은 아직도 나하고 깊게 연관이 되어 있다.

아직 아이의 세상에서는 모든게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7살, 언젠가는 독립하겠지만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많이 많이 필요한 나이.

내 삶도 찾아보겠다고 틈틈히 내 시간을 쓰고 다니지만 그 시간에 아이는 나만 기다리고 있다.





그 와중에 엄마들이 자기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아이들에게 선물이 된다는 여성학자 박혜란님의 말이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모두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 힘들어져서 커리어고 뭐고 접어야 한다고 겁을 주는 때에 이 분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제 2의 커리어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나 역시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다. 커리어라기 보다 내가 앞으로 평생 동안 먹고 살아야 할 방법에 대한 것일텐데. 어떻게 회사에 취업을 하긴 했지만 여기에서 오래 다닌다고 한들 회사를 그만두고 난 다음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아직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온라인 마케팅 컨설팅을 기반으로 지금 주변에 지인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운영을 도와주고는 있지만, 이걸 어떻게 사업으로 발전시켜나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이 많다.


‘이럴 시간이 없다. 빨리 돈 되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라고 재촉하는 나와, ’인생은 길다 천천히 가면서 배우고 싶은 것들도 배우면서 생각해보자‘고 하는 내가 매일 충돌한다.




작년에는 글쓰기 수업을 들었었다.

글쓰기 수업은 순전히 욕심이었다. 빨리 돈 되는 무언가가 아니기 떄문에.

예전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한번쯤 정식으로 수업을 들어보고 싶었는데 항상 이런데다 돈 쓸데가 아니다. 하고 포기하고는 했었다. 9시 출근 5시 퇴근, 퇴근 시간 이후로는 육아가 기다리는 삶에서 무언가를 배우러 다닐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큰 맘 먹고 일주일에 한 번, 아이 면접 교섭시간을 활용해 글쓰기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글쓰기 수업에서 크게 배운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사람들이 사는 얘기나 고민을 들어보는 건 재미있었다.


글쓰기 멤버는 5명으로 소규모였지만 사람들은 항상 이야기했다.

'빌런'이 없는 이런 무해한 모임이 너무 소중하다고.

무너지고 싶을 때마다, 무언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무너져내릴 때마다 생각한다.

나에게 무해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나? 인복이 없나?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인생은 항상 좋은 사람이 곁에 올 때도 안 좋은 사람이 올 때도 있는 것 같다.

다만 그 시기를 잘 이겨내고 나쁜 사람과의 관계는 끊어내고 좋은 사람과의 관계를 잘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내 삶의 비협조적인 사람들에게도 기꺼이 감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나를 나로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떠나보내고,  그렇게 떠나간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사람들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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