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민 Dec 11. 2023

유아기 아이들,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feat. 개정 누리과정

지난 글에서 영아기 자녀와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지, 혹은 가르쳐야 하는지와 관련해서 표준보육과정의 내용을 살펴봤어요. 영아의 배움은 놀이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어른이 인위적으로 가르쳐야만 배우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가정에서도 영아기 자녀의 놀이를 우선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아기 자녀에 대해 얘기해볼까 해요. 유아기는 영아기에 비해 교육의 여지가 많아집니다. 유아기라고 하면 만 3-5세에 해당되는 연령이예요. 만3세 무렵이 되면 빠른 아이들을 한글을 깨치기도 하고, 숫자도 나름 셀 수 있어요. 이 시기는 유치원 취학 연령이기도 하지요. 어린이집에서도 유아반으로 분류되구요. 영아에서 유아로 가면서 아이는 인지적으로 많은 발달을 이루어 소위 학습이나 사교육이 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이 때부터 많이들 시작하시는 것 같아요.      


교육의 선택지가 넓어지다 보니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하고 또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리과정은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만 3-5세의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해야 할 교육 내용으로 되어 있어요. 


교육 정보를 나누는 맘카페에서 누리과정에 대해 회원들이 이야기나누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내용인즉, 영어학원 유치부(소위 영어유치원)에 보내게 되면 누리과정을 배우지 못하는 것이 걱정이라구요. 이에 대해 누리과정이 별거 아니라고, 집에서 웬만한 책 읽어주면 다 다루게 된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어요. 영유에서도 누리과정을 다루니 걱정말라는 댓글도 있었구요. 누리과정이 6개 영역으로 되어 있는데, 그게 전집의 영역 구성이나 영유의 커리큘럼 주제로 들어가서 아마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누리과정은 6개로 구성된 영역 그 이상입니다!! 제가 지금부터 진짜 누리과정을 알려드릴게요. 





누리과정의 시작을 찾으려면 우선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이 때는 1차 유치원교육과정이 고시된 해예요. 


한국 최초 유치원인 이화유치원의 수업풍경(1930년대) 출처: http://www.dh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200




이후 6차에 걸쳐서 유치원 교육과정이 고시되었고 2007년에는 ‘개정 유치원교육과정’이라는 이름으로 고시가 되었어요. 그리고 바야흐로 2012년, 누리과정이 탄생한 해가 되었습니다. 이 때 정부에서는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을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만5세반 과정을 ‘누리과정’이라는 이름으로 고시하게 됩니다. 이 때 새로운 만5세 교육과정 이름을 도입하는 공모전도 했었어요.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저도 응모해볼까 하다가 네이밍 센스가 없어서 지나쳤는데, 나중에 누리과정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발표되었더라구요. 누리는 우리 말로 온세상이라는 뜻이예요.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만5세 아이들이 공통으로 받게 되는 교육과정의 이름을 잘 나타내는 우리말 이름이지 않나요?  



누리과정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배경인, 만5세 공통과정 명칭 공모전. 출처: https://if-blog.tistory.com/1150


만5세 대상으로 유아교육과 보육과정이 통합된 이후, 이는 만3세, 만4세로 확대되었고 2015년에는 3-5세 연령별 누리과정이 고시되었어요. 


3-5세 연령별 누리과정 교사 지침서. 출처: https://edubook.ice.go.kr/src/viewer/main.php?host=main&site=20130228_0843



그리고 2019년, 현재 누리과정 버전인 ‘개정 누리과정’이 등장하게 됩니다. 왜 멀쩡한 누리과정을 또 개정했냐고요? 그 배경은 우선 국내와 국외로 나눠볼 수 있어요.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중 유아교육 혁신 방안으로 ‘유아가 중심이 되는 교육패러다임 조성’이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어요. 


2017년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시는 문 전 대통령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39872



국외 동향을 보자면 UN의 아동권리협약 중 아동이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일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존중받을 권리인 ‘참여의 권리’가 강조된 배경을 찾을 수 있어요. 그리고 UN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로 교육의 질을 지표로 제시했고, OECD에서도 변화하는 사회에서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탐색하며 역량을 키우도록 제시했습니다. 






이런 국내와 국외의 동향을 배경으로, 2019년에 ‘유아가 중심이 되는 놀이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개정 누리과정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개정 누리과정의 슬로건이 ‘유아중심, 놀이중심’으로 제시되었지만, 이는 하나도 새로운 것이 아니예요. 유아교육 철학의 선구자이자 1837년에 유치원을 설립한 프뢰벨부터도 유아기의 교육은 놀이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어요. 그 이후로 몬테소리, 피아제, 듀이 등 대표적인 사상가들 또한 영유아기의 교육은 앉아서 주입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국 또한 1969년에 1차 유치원 교육과정이 도입된 이래로 쭈욱, 계속해서 유아기의 교육은 유아의 흥미와 욕구에 맞추어 놀이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는 철학을 유지해왔어요. 

좌: 존 듀이/가운데: 마리아 몬테소리/우: 프뢰벨의 은물의 가지고 노는 유아의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그러면 2019년의 개정 누리과정은 이전 교육과정들과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예전 것과 구성 체계는 동일하게 5개 영역으로 되어 있어요. 신체운동, 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 이렇게 다섯 영역입니다. 


이 내용들은 초등학교의 교과목들과도 연계가 됩니다. 가령 초등학교 1,2학년의 교과는 국어, 수학,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생활의 다섯 과목으로 되어 있어요. 누리과정은 초등 교육과정과 연계되도록 했기 때문에, 누리과정의 영역들도 마치 교과목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영역별, 세부 항목 내용을 반영해서 구성된 전집을 읽어주면 마치 그 내용을 다 알게 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게 누리과정의 전부는 아니예요. 



저는 예비보육교사들을 대상으로 여러번 누리과정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는데요, 개정 누리과정이 이전의 유아교육과정, 보육과정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라면, 놀이를 통해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교사의 역량을 높인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이전부터도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은 놀이 중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 놀이중심 철학을 지향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미리 교사가 주제와 목표를 선정해놓고, 이를 위해 교사가 주도하는 활동을 일방적으로 실행하는 곳이 많았어요. 개정 누리과정에서는 사전계획을 최소로 하고, 영유아의 놀이 흐름에 따라 계획을 수시로 바꾸도록 하고 있어요.      


예시를 보면서 설명을 해볼게요. 아래는 개정 누리과정 도입 전, 흔히 어린이집에서 작성되던 보육계획안이예요. 주제, 소주제, 목표가 분명히 정해져 있고 이에 따라 '실내자유놀이'가 계획되어 있어요. 실내자유놀이라고 하긴 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교사가 정하고 준비해놓은 내용대로 놀이하는 것이지요. 물론 영유아의 흥미를 반영해서 이런 활동을 교사가 계획했겠지만, 영유아의 흥미가 이것과 같지 않을 수도 있어요.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 (2022). 놀이관찰과 기록, p. 4.


그러면 개정 누리과정에서 교사는 어떻게 기록을 할까요? 아래 이미지는 유아반 보육일지 작성의 예시입니다. 다. 보시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간으로 되어 있어요. 개정누리과정 이전에는 매일 일지를 작성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런 부담없이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어요. 주간 보육일지는 놀이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물론, 유아들의 놀이가 이것만 있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많이 기록해야한다는 부담은 내려놓고, 교사가 보기에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놀이의 흐름을 이렇게 적어가도록 하고 있어요. 


기록뿐만 아니라, 보라색으로 된 부분은 교사의 지원계획 내용이예요. 교사는 영유아의 놀이를 그저 관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생각을 발전하고 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정해진 내용대로 가르치는 것보다 이게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지 않나요?


한국보육진흥원 &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2022). 보육교직원을 위한 '기록의 모든 것' 워크북. p. 16



또다른 보육일지의 예시를 볼게요. 이 또한 주간으로 작성되어 있어요. 이는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교사교육용으로 만든 자료라서 안내 멘트도 친절하게 나와 있어요. 위의 것과 양식은 다르지만, 유아들의 놀이를 기록하고, 이에 대해 교사가 의미를 찾고 평가 및 지원계획을 작성한다는 점에서는 같아요. 


서울특별시육아종합지원센터 (2022). 놀이관찰과 기록. p. 16.





이상을 통해 볼 때, 개정 누리과정의 핵심은 누리과정이 놀이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구체적인 방식까지도 제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르쳐야할 내용을 자세히 적어놓은 문서가 아니라, '현장 상황에 맞게 생성되는 교육과정 운영을 지향한다'라고 되어 있어요. 



2019 개정 누리과정 해설서 표지를 보여드리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교사의 모습에 주목해보세요. 현장에서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놀이를 관찰하고, 이를 통해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답니다. 학습 위주로 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아니라서, 아이가 매일 놀기만 할까봐 걱정되는 마음은 내려놓아도 좋으실 것 같아요.



작가의 이전글 어린 영아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