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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Feb 16. 2024

가족과 함께 출장 다녀오기

대전에서 동해까지

작년 봄은 유독 출장지가 전국 여기저기에 다양하게 흩어져 있었어요. 가장 북쪽으로는 철원, 가장 남쪽으로는 제주가 있었는데 둘다 

'너무너무 힘들다'


정도는 아니었어요. 철원은 총 거리가 멀어서 그렇지, 서울에서 시외버스로 가는 최적화 코스가 있었습니다. 제주로 출장 다녀온 이야기는 아직 쓰진 않았지만, 워낙 교통편이 잘 되어 있어서 철원보다 더 쉽게 다녀왔어요. 


제일 어렵게 느껴졌던 곳은 바로 '동해' 입니다. 

동해바다에 있는, 강원도 동해 시였어요. 


'대전에서 동해를 어떻게 가지?'


대전은 중부에 위치해 있어서 전국 어디를 가든 이동거리가 아주 길진 않아요. 가령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자동차로 5-6시간이 걸리지만, 대전에서 서울 혹은 대전에서 부산까지는 절반이면 되니까요.




늘 하듯이 네이버 길찾기에서 저희 집부터 동해까지 가는 길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한 번에 갈 수는 없었습니다.


1안: 대전복합터미널 > 동해시종합버스터미널 (3시간 47분 소요)


저희 집에서 복합터미널까지 가는데에도 거의 1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복합터미널에서 동해까지는 거의 4시간이 소요되었어요. 편도 3시간으로 거제도도 가봤고, 편도 2시간 + 2시간으로 서울을 거쳐 철원도 가봤어요. 하지만 도저히 통째로 4시간이나 고속버스를 타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5개월 아기도 데리고 가야하니까요!! 


'중간에 휴게소에서 쉴텐데 해볼까?'

'그래도 이건 진짜 엄두가 안나네.'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2안: 서울역 > 동해역 (2시간 35분 소요)

서울역에서 동해역까지 ktx로 갈 수가 있었습니다. 


'대전에서 서울가는거야 어렵지 않으니 차라리 이게 나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기차가 몇시에 있으며, 동해에서 서울역으로 돌아오는 기차편도 시간이 맞는지가 중요했습니다. 동해시 내에서의 이동시간까지 고려해서 기차편을 찾아봤어요. 


밤 10시 즈음이면 대전역에 도착할 수 있겠더라구요. 그 시간이라면 아기가 피곤해서 많이 보챌 것 같지만, 그 때라도 대전에 도착한다면 양호하게 여겨졌어요.


총 이동시간을 따지자면 고속버스나 기차나 큰 차이가 없었어요. 편도가 5시간 넘게 걸릴 예정이었습니다. 서울을 거쳐가는 것은 우회하는 코스로 여겨졌으나, 고속버스를 장시간 타는 것의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두 번째 안으로 마음이 기울었어요. 서울역에서 동해역까지 ktx를 타고 가고, 출장 업무를 본 다음에 초저녁 무렵의 기차편을 타고 서울로 돌아오면 될 것 같았어요. 


'그래, 기차타기 전까지 시간 여유도 있으니 아기랑 같이 동해바다 구경도 하고 예쁜 카페가 있으면 가서 차도 한잔 해야겠다.'


아기를 두고가는 거라면 크게 긴장되지 않았을텐데... 아기를 안고 바다 구경이 가능할지, 카페에서 몇 분 앉아 있을 수 있는지도 장담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기왕 가는거, 조금이라도 여행의 기분을 내고 싶었어요. 동해까지 5개월 아기를 데리고 잘 다녀올 수 있다는 마음의 주문을 스스로 걸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건 너무 힘들 것 같아. 같이 가자."


저의 계획을 들은 남편이 말했어요. 그동안 출장갈 때 막내를 누군가에게 맡기지 않고 가려고 노력해왔는데, 이번에는 아니었어요. 자차로 이동하면 편도 거리가 3시간 정도면 되는데, 대중교통은 5시간이 훌쩍 넘었어요. 


네이버 길찾기에서 검색해본 대전-동해 자동차 이동 코스



남편이 휴가를 내고 같이 가기로 했지만,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습니다. 저도 출장을 다녀와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어서 그 전에 꼭 가야했는데, 남편은 하필 그 무렵에 매우 바빴습니다. 여러 개의 회사와 같이 프로젝트를 하는데 저의 출장을 가게 된 날은 바로 그 프로젝트의 제안서를 제출하는 날이었나? 아니면 그 전날이었나? 아무튼 매우 바쁜 시기였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도 이날 처음으로 현장학습 신청을 하고 학교 대신 엄마의 출장에 따라나섰습니다. 둘째도 어린이집을 빠졌구요. 온 식구가 다 같이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막내는 차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네요. 그동안 기차나 버스로 이동하는데 익숙해졌는데 카시트에 누운 모습이 새삼스럽게 여겨졌네요. 


차는 계속 달렸습니다. 대관령 전망대에서 잠시 쉬었어요. 4월 말이었는데, 여기는 바람이 불고 무척 추웠네요. 여기쯤 오니까 강원도에 왔다는 것이 실감났어요. 대전에서 강원도라니! 출장이 아니면 이 시기에 이곳은 생각도 안했을텐데 말예요. 덕분에 이렇게 와보게 되네요. 



계속 달리고 달려서 드디어 동해시에 도착했습니다. 


목적지인 어린이집 근처에 차를 대고, 남편은 아이들과 같이 주변 산책을 했어요. 그러는 동안 저는 어린이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안에서 답이 들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저는 업무 모드로 전환하기 위해 애써 일 생각만 하려고 했어요. 오전부터 여기까지 이동하는 동안, 줄곧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였기에 가족 나들이인지, 직장의 업무 수행인지가 잘 구분이 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때만큼은 아이들의 목소리, 이야기로 가득했던 마음은 잊고 보육실습 지도교수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서 기관 방문은 무사히 마쳤어요. 어린이집에서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조금 떨어진 공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엄마!"하고 부르며 달려왔어요. 아빠에게 아기띠로 안겨 있던 막내도 방긋 웃으며 반겨주었어요.


점심을 먹으러 갔어요. 묵호항의 어느 식당에서 생선구이를 먹었습니다. 가족여행을 온 기분이었습니다.

식당 앞 수족관을 구경하는 아이들




남편 찬스로 이번 출장은 좀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어요. 전국 여러 지역으로 몇 번 출장을 다녀보니 교통편의 연결이 제각각이란 걸 알게 됐어요. 그동안 다녀왔던 출장 중에서는 편도 거리가 3-4시간인 곳들도 있었지만, 저는 김포 가는게 더 힘들었어요. 일단 대전에서 서울까지 간 다음, 서울에서 여러 번의 환승을 해서 김포까지 갈 수 있었거든요. 김포 갈 때를 생각하면 버스 환승하는 곳을 찾아 헤매며 계속 걸었던 기억이 주로 떠올라요. 


만약 동해를 대중교통으로 왔다면, 이와 비슷하게 계속 걷고 조금은 헤맸을 것 같아요. 


하필 남편이 바쁜 시기에 오게 되어서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 때의 남편 업무도 잘 마무리가 되었어요. 남는 건 추억인데, 이렇게 해서 가족 여행도 해보고 잘됐죠.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제가 가야하는 곳 중에 춘천도 있었어요. 강원도로 오는 김에 춘천도 들르기로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동해에서 춘천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동해에서 춘천으로 이동 중.

2시간이 넘는 코스였습니다. 


이날 아이들은 자동차만 5시간 넘게 탔네요. 제가 막내만 데리고 갔다면 저혼자 그정도 이동을 했을텐데...


'평소처럼 학교/어린이집에 갔으면 편하게 지내고 있었을텐데.'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모처럼의 가족여행도 좋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어서 춘천 출장기를 써볼게요. 기대해주세요.


2023년 4월 25일

막내 5개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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