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이 Mar 07. 2018

엄마 이야기, 1

그때그때, 엄마 기억을 기록하기

1. 수영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에게 있어 첫 '배움'은 수영이었다. 엄마는 초등학교 1학년인 내게 수영학원을 등록해 줬다. 피아노든, 미술학원이든 내가 싫다면 억지로 권하는 법이 없던 엄마였지만 수영학원만큼은 끝까지 다니게 했었다.

대형 수영장에 처음 함께 갔던 날, 대형 파도풀 안에서 하얗게 질린 엄마 얼굴을 봤다. 엄마가 무언가를 그렇게 무서워 하는 건 처음 봤다.

 
2. 엄마는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집을 나설 때 인사를 "잘있어" 라고 하면 화를 내곤 했었다.


3. 천지분간 못하고 연극판을 쫓아다닐 그 시절, 무대 세팅을 끝마치고 새벽 네 시에 택시에서 내려 집을 들어갔을 때 엄마는 소파에 정자세로 앉아 있었다


3-1. 하필 그날은 아침을 먹으며 내가 세팅하다가 전기를 먹었단 얘길 했었나, 선배가 떨어져 죽었단 말을 했었나 했던 날이었다.

4. 엄마의 작은 오빠는 보통 날, 친구와 물놀이를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엄마 행동엔 항상 히스토리가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 눈치없는 난 그런 건 늘 나중에 깨닫는다. 그래서인지 지금 엄마가 내 상식 밖의 요구를 내게 한다고 할지라도 매몰차게 거절할 수가 없다.
내가 모르는 과거의 납득할만한 무언가가 엄마를 이렇게 몰아세우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걸 지금처럼 나중에 알게 될 것만 같아서

작가의 이전글 괜찮지 않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