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cott Im May 26. 2022

해결책에만 집중할 때 빠지는 함정

Feature, Needs and Why

이런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볼게요. 우리는 이런 요청을 받았습니다.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펜을 만들어주세요.’


뭐… 그렇다고 해요. 아무튼 우리는 힘겹게 우주 펜을 개발했습니다. 아주 멋지게 잘 만들었어요.

제작에 돈과 시간이 아주 많이 들어갔다는 점을 제외하고요. 


같은 조건으로 문장을 조금 바꿔볼게요.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렇게 생각하면 연필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어요. 몇백 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무슨 차이일까요? 앞에서는 비싼 우주 펜을 제작해야 했는데, 갑자기 연필이 해결책이 될 수 있었을까요? 

우리가 받은 AC(Acceptance criteria)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진짜 AC에요.


그리고 이건 해결책이에요. AC에 구체적인 해결책이 섞여 있던 거예요. 방법을 정해서 요청했습니다.


이건 사용자 스토리(User Story), 또는 니즈(Needs) 관점으로 바꾼 것입니다. 


첫 문장은 기능 관점이고, 아래 문장은 니즈(Needs) 관점이에요. 

기능으로 정의하면 기능에 집중하게 됩니다.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려워요. 펜을 제작하는 게 목적이 됩니다. 반면, 니즈에서 시작하면 여러 가지 해결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글씨를 쓰는 방법은 많으니까요.


위에서 아래로 바꾸는 방법은 단순해요.

‘왜’라는 질문을 해보면 됩니다. 

이 질문을 통해 니즈가 무엇인지, 전달하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달성해야 하는 과업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골든 서클에서 Why는 목적이고, What은 결과지만 여기에서는 해결책이라고 할게요. 해결책에 집중하는 것은 What에 집중하는 겁니다. 목적에 집중하는 것은 Why에 집중하는 겁니다. 목적은 Why를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절대로 What을 통해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처음에도 ‘왜’라는 질문을 했거든요. 

니즈 관점이 아니었어요. 기능적인 답변에서 멈췄습니다. 펜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다시 물어봐야 했어요. 다른 문제는 저 말을 그대로 믿었다는 점이에요. 무중력에서 정말 안 써지는지 확인이 필요했어요. 실제로 100원짜리 볼펜도 아무 문제없이 잘 써집니다. 우리가 많이 빠지는 함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런 말에 의심을 품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과학자가 한 말이겠거니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Why는 Needs를 기반으로 생각해야 돼요. 


한 번 더 생각해보죠. 연필이 최선일까요?

연필심이 부러지면 조각들이 떠다니다가 누군가 흡입할 수도 있고, 기계에 들어가면 고장을 낼 수도 있잖아요.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 분 계시는가요? 




아이패드는 어떨까요? 연필보다는 비싸지만요. 



언제나 해결책보다 사용자의 니즈를 말하고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되어봅시다.




Why 얘기가 나온 김에 다른 이야기를 추가로 해보려고 해요.


저는 야놀자에서 데일리호텔의 디자인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열심히 디자인을 하고 개발을 하죠. 그리고 미션은 미션이고, 우리 업무는 업무대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냥 사용성만 개선하면 되는 건가? 그러면 우리 서비스가 성공하나?'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미션을 잊고 있었어요. 한 가지 예로 지금 데일리호텔은 프리미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반대할 이유가 없는 방향이죠. 하지만 물음표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왜 프리미엄이지?'


이건 데일리호텔의 미션입니다우리는 고객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하루를 제공하기 위해 일을 합니다. 이게 현재 우리의 WHY라고 생각해요. 


프리미엄은 HOW나 WHAT에 해당하는 요소였습니다. 왜 프리미엄이어야 하는지 모른 채 일하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프리미엄이 우리의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거든요. 특별한 하루는 프리미엄으로만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질문과 거리가 먼 프로젝트는 우리의 핵심이나 우선순위와 거리가 멀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데일리호텔을 통해서 특별한 하루를 보내며 설렘을 느낄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여기에 집중하려고 해요.


대부분의 회사가 각자의 거창한 미션을 가지고 있지만, 미션을 생각하며 일하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의 Why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왜 일을 하고 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 동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