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스토리를 실무에 적용하기
창의력을 높이는 방법을 알고 싶으세요? 아주 단순합니다.
여기에 의자 그림이 있습니다. 왼쪽은 우리가 흔히 보는 익숙한 형태의 의자입니다. 오른쪽은 특이합니다. 이상하기도 재밌기도 합니다. 하지만 굉장히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느껴집니다.
‘말랑말랑 생각법’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창의적인 의자를 디자인하려면 ‘의자를 디자인한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의자’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우리가 알고 경험한 의자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형태보다 색상이나 재질 정도가 창작의 전부가 됩니다.
하지만 '의자를 만들어라'가 아니라 '앉을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앉는 행동’에 대해 생각할 것입니다. 상황도 고려하게 될 것이고요. 책상 앞에 앉을지, 책을 보기 위해 앉을지, 잠시 몸을 뒤로 기대기 위해 앉을지 말이죠. 또한 앉는 것과 눕는 것의 경계도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의자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더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생각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예술을 할 게 아닌데 이런 창의력이 무슨 상관있냐고요? ‘해결책에만 집중할 때 빠지는 함정’에서 우주펜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펜이 아니라 글씨를 쓸 수 있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드릴이 필요한 게 아니라 구멍을 뚫고 싶다는 것이며, 구멍을 뚫는 목적은 그림을 걸기 위해서입니다. 그림을 거는 게 목적이면 굳이 구멍을 뚫지 않아도 됩니다. 기능이 아니라 목적에 집중하면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의자를 제작한다 → 사용자는 앉아서 쉴 수 있다. / 사용자는 앉아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드릴을 제작한다 → 구멍을 뚫을 수 있다 → 사용자는 그림을 간편하게 걸 수 있다.
이것은 사용자 스토리(User Story)와 비슷합니다.
이전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사용자 스토리는 '사용자가 달성하려는 목적이나 목표' 또는 '사용자가 제품이나 기능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형식은 ‘[고객/사용자] __________은/는 [목적/목표] _____________ 을/를 위해서 [필요/욕구] ____________을/를 원한다.’입니다. 절대로 기능이나 해결책(의자)을 적으면 안 됩니다. 실제 사용자의 필요, 요구 사항, 그들이 얻는 가치, 결과(앉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예를 들면
[고객/사용자] 숙소를 탐색하는 사용자는 [목적/목표] 예산에 맞는 숙소를 찾기 위해서 [필요/욕구] 특정 가격의 숙소만 보길 원한다.
[고객/사용자] 숙소를 탐색하는 사용자는 [목적/목표] 숙소, 객실 분위기 및 정보를 얻기 위해서 [필요/욕구] 숙소 정보를 쉽게 탐색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시스템 요구 사항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에서 고객의 목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초점을 변경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며, 더 나은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디자이너와 PO(또는 기획자, PM) 사이에 소통하는 기준이 됩니다. 이 소통 기준은 달성 기준이나 완료 기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재미없으니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상품 상세 페이지(Product Detail Page)를 디자인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상세 페이지를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이러한 구조를 떠올리게 됩니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사이트는 이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도 사용자로서 이 구조에 익숙합니다. 사용자 스토리로 생각해 봅시다. 상세 페이지에 접근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사용자들은 상품목록에서 좋아 보이는 상품을 발견하고 그 상품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상세페이지에 들어오자마자 0.5~1초 내에 상단의 사진을 탐색하거나, 상품 정보 이미지 위치로 빠르게 스크롤하는 행동패턴을 보입니다. 이를 사용자 스토리로 적어봅시다.
[고객/사용자] 상품을 탐색하는 사용자는 [목적/목표] 상품 정보를 얻기 위해 [필요/요구] 상세 정보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상단의 상품 사진을 보거나 상품 정보로 빠르게 스크롤하는 행동패턴이 있다고 했었죠? 어떤 목적 때문일까요?
[고객/사용자] 상품을 탐색하는 사용자는 [목적/목표] 상품 정보를 얻기 위해 [필요/요구] 상품 상세 사진이나 설명을 먼저 확인하고 싶어 한다.
사용자들이 가장 먼저 원하는 것은 상품 자세한 사진과 상세설명입니다. 할인이나 혜택, 그 밖에 다른 정보는 그다음이죠. 이 관점으로 정보 구조를 살펴보면 어떨까요? 상품 사진과 상품 정보 사이에 정보 영역들이 상품 정보를 빠르게 보는 데 장애물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상단의 상품 사진과 상품 정보를 연결하면 더 자연스럽고 빠르게 상품 정보를 탐색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정보구조가 조금 당황스러우신가요? 여기에서 많은 반론이 쏟아질 수 있습니다. ‘혜택이나 쿠폰이 저렇게 아래에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 ‘다른 정보를 보고 싶은 사람은 어차피 스크롤을 해야 하지 않느냐’ 이러한 의견들이죠. 사용자 스토리는 정보구조의 뼈대 역할을 합니다. 이 뼈대를 잘 구축하면 살을 붙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좋은 뼈대를 찾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 이 디자인이 좋은 뼈대라는 말은 아닙니다.
이 디자인이 쓸모 있느냐 아니냐가 핵심이 아닙니다. 사용자 스토리는 본질적인 요소에 접근할 수 있으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사용자 스토리를 작성하는 몇 가지 조건만 지켜주세요.
사용자 관점에서 작성해야 합니다. → 공급자 관점이 아닙니다.
사용자와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가 명확해야 합니다. →회사가 얻을 가치가 아닙니다.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 같은 단어가 있으면 측정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없습니다. → 적절한, 느낌을 나태 내는 형용사(산뜻한, 가벼운, 좋은, 재미있는, 이상한, 무거운…), 사용하기 쉬운…
인수기준 및 달성요건(Acceptance criteria, 이하 AC)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직의 창의력을 높이는 방법은 기능이나 해결책을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주 단순합니다. 그리고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거든요. 여기에서는 ‘의자를 생각하지 마’가 되겠네요.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필터를 개선해야지, 유저스토리는 '이러쿵 저러쿵', 자... 이제 필터를 설계하자".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조직이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혼자라도 해보세요. 창의력이 쑥쑥 올라갈 거예요.
디자이너뿐 아니라 모든 직군이 이런 관점으로 소통하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참고
말랑말랑 생각법 - 한명수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