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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Apr 26. 2020

SNS를 즐기지 않는 이유

   삶의 면면에 이유를 구비해두려고 한다. 그냥 그런 사람이다 정도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내 스스로도 납득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스스로의 모든 행동, 호불호에 하나씩 이유들을 찾아 나서면 조금은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지 않을까. 나 자신을 분명히 알면 타인의 시선에도 조금이나마 명확한 사람으로 보일 테고, 또 이러나저러나 정진하는 것이 내 몇 없는 장점 중 하나이니까.


   SNS를 즐기는 이유는 사람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록이 목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부가적인 요소다. 순수하게 기록을 목적으로 한다면 공유할 이유가 없으니까. 이외에 사업적인 목적도 있겠지만, 어쨌든 개인이 SNS를 즐기는 이유는 삶을 지인 혹은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고 함께 그것을 즐기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면, 내 자신이 SNS를 즐기지 않는 이유는 명백해진다. 그것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되는 사실은 내가 지독한 개인주의자라는 것이었다. 개인이 무언가에 대해 신경을 쓰는 범위를 '원'이라고 지칭한다면, 내 원은 지름이 병적으로 짧다. 가족조차, 아니 자신조차 원의 범위에 포함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스스로에게도 관심이 없는데, 타인인들 오죽할까. 그러다 보니 삶을 공유하는 것도, 공유받는 것도 관심이 가지 않아 SNS를 즐기지 않게 된 것이다.

   브런치는 열심히 하면서?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곳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글은 대부분 시나리오 기획자 Hong으로서 업로드하는 것이니까. Hong으로는 공유하고픈 것이 많지만, 개인 이대홍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브런치를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의 일상이 아니라 가다듬은 글을 공유하기에 특화된 장소니까.


   또 하나의 이유를 찾자면, 질렸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나는 현재 SNS 하면 떠오르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이전에 버디버디, 싸이월드 미니홈피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까지 나름 열정적으로 이용했었다. 방문객 한 명에 일희일비하고 내일은 어떤 포스팅을 할까 매일 고민을 할 정도로 말이다.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속했으니, 이제 흥미를 잃을 때가 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


   글쎄, 딱히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한 적은 없는데 글을 쓸수록 고민도 깊어진다. 원을 넓힐 수는 없나? 현대사회의 소통의 광장을 버려도 무관한가? 우리 이대홍 씨는 어디로 가나? 그런 잡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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