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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Oct 20. 2020

생일

    시끌벅적한 생일을 보낸 건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기억에 남아있는 건 어린 시절 고깔모자를 쓰고 친구들과 햄버거를 먹었던 날 뿐이다. 정확히는 그마저도 사진의 형상에 대한 기억이다. 그날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친구들과 햄버거를 먹고 있자니, 직원이 다가와 생일이냐고 물어보며 찍어준 사진이었을 것이다. 당시 롯데리아에는 생일인 사람을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찍어주는 서비스가 있었으니까. 사진기의 성능 탓인지 조금 누런 명암에, 지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해괴망측한 옷을 입고 그리고 벽 뒤에는 직원들이 수기로 쓴 햄버거 가격표가 주렁주렁 매달린 오래된 사진.

    그 사진을 마지막으로 본 날이 언제인지 모른다. 그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며, 그 사진 속에 함께 있던 아이들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사진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을 정도라면, 분명 가볍지만은 않은 것이었을 텐데 행방도 모르는 건 어째서일까. 생일 파티라면 보통 친한 친구들과 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나는 친하지 않은 아이들만 불러 모으기라도 했던 걸까.


    내 생일은 대한(大寒)이라 불리는 마지막 절기 즈음이었다. 보통 추운 겨울날이었고, 대부분 방학과 겹쳐 있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탓에, 나는 겨울만 오면 집에 틀어박히곤 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친구와 슈퍼패미콤을 플레이하며, 인간은 곰에서 진화한 것이 틀림없다고 떠들면서. 내 스스로 엄동설한의 외출을 꺼렸으므로, 생일 역시 조촐하게 가족들과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눈에 밟혔을 것이다. 생일이면 우르르 몰려나가 중심가에서 먹고 떠드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 문득 재미있어 보인다고 느껴졌을 것이다. 전화를 돌려가며 동면에 들어간 곰들을 깨우고, 용돈을 타 시내로 나갔던 것은 아마 그러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날이 반환점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대만큼 재미있지 않았던 것이다. 마지막 기억이 그곳에서 멈춰있는 이유는 실제로 그것이 종착역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동면에서 깨어나고, 동면을 깨우고 먹이를 찾아 눈 속을 허덕였던 그 날이 사실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던 것이다. 생일이라는 것에 딱히 신경을 쓰지 않게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날씨가 차가워질수록 생일이 다가오는 것만은 또렷하게 느끼고 있다. 겨울 속에 포함되어있다 보니, 인지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늘 그렇듯 겨울에 익숙해질 즈음이면 다시 깜빡하게 되겠지만.

그 사진 속의 롯데리아가 있던 곳에는 한참도 전에 맥도날드가 들어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롯데리아는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겨 맥도날드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고작 50M도 되지 않는 거리인데, 풍수지리적으로 좋지 않은 이유라도 있었던 걸까.

    본가로 향하다 그 길을 지날 때면,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맥도날드가 5년쯤 먼저 그 자리에 들어섰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그날 먹은 햄버거가 롯데리아가 아니라 맥도날드의 것이었다면, 사진 대신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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