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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 Jan 04. 2021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일찍 알았다면

<경애의 마음>을 읽고

연애의 시작은 두 사람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연애의 끝은 한 사람의 일방적인 선언만으로 충분했다. 함께 만들어온 추억을 폐기하는 것 역시 오로지 남겨진 자의 몫이었다. 나는 그 사실이 못내 서운했고, 억울했다.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을 읽으면서 폐기되지 못한 마음들에 대해 생각했다. 주인공 경애는 사랑하는 사람은 떠났지만, 사랑했던 마음은 떠나보내지 못한 사람이다. 그는 ‘언니는 죄가 없다’라는 페이지에 자신의 이야기를 보내고 언니에게 답장을 받는다.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마음은 그렇게 어느 부분을 버릴  있는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언제든 강변북로를 혼자 달려 돌아올  있잖습니. 건강하세요,  먹고요, 아니 그냥  지내요. 그것이 우리의 최종 매뉴얼이에요

나는 오래도록 남겨진 마음을 폐기하고자 애썼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을 세상에 남겨진 유일한 진리처럼 믿은 채. 그러나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녹는 것이기도 했다. <경애의 마음>은 마음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음은 폐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 사실을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내게 조금 더 무사한 아침이 늘어났을 텐데. 무한과 무수 사이에서 간신히 건져 올려낸 그 무사한 아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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