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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 Dec 21. 2020

엄마가 물려준 것이 꽃을 좋아하는 마음이라 기쁘다

어렸을 때, 마당에는 늘 꽃들이 피어있었다. 튤립도 있었고, 수선화도 있었다. 아침마다 엄마는 호스로 마당의 꽃들에게 물을 줬다. 나는 꽃들이 시원하겠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반장이 되었다. 부반장은 해봤지만 반장은 처음이어서 신이 났다. 엄마, 아빠도 좋아했다. 나는 반장 턱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전에 친구들이 반장이 됐을 때 빵이나 아이스크림을 반에 돌렸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학교에 왔을 때, 나는 내심 반장 턱을 낼 생각에 우쭐해졌다. “애들아, 이거 우리 엄마가 사 온 거야. 맛있게 먹어.” 그런 말들도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화분을 사 왔다. 붉은색 꽃이었다. 나는 실망했다. 또, 꽃이야? 햄버거가 아니고?


집에 가서 따지듯이 물었다. “엄마, 화분이 뭐야. 왜 빵 안 사 왔어.” 엄마가 말했다. “아들, 수업시간에 눈 돌릴 곳이 칠판과 책상뿐이면 얼마나 힘들겠어. 사람이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해야지.”


엄마는 먹으면 소화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마음에 스며드는 것을 선물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그때는 반장 턱은 역시 햄버거지.라고 생각했지만.


그 덕일까. 나는 꽃을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다. 엄마가 내게 물려준 것이, 꽃을 좋아하는 마음이라 기쁘다. 나이가 들수록 예쁜 것을 예쁘게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새삼 깨닫기 때문이다. 세상은 총과 무기가 아니라 이렇게 예쁜 것이 점령해야 하는 건데.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정복당해 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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