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점심밥
길고 길었던 남미 여행의 마지막 나라, 브라질에서부터 감기몸살을 앓던 남편은 집에 돌아와서도 회복되질 않았다. 여행일정 중 마지막 두 나라였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메뉴가 온통 고기 일색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끝나지 않던 고기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나의 바람은 집으로 돌아온 후였지만 그의 요구로 수정되었다. 한국 고기는 아주 다르다나?
코로나 기간 동안 집 밥에 길들여진 우리였건만, 이번 여행 후에는 어쩐 일인지 남편은 계속 먹고 싶은 메뉴가 고기였고, 내키지 않는 외식이 잦았다. 그동안 그리웠던 김장김치였건만 여기에도 목살을 넣어 푹 익힌 고기김치찜을, 동네 맛집의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치킨, 고기 순댓국, 고기 고기… 그의 회복을 바라며 원하는 메뉴 선정에 여러 날 동의했다.
무엇이든 끝은 있기 마련이다. 드디어 나의 채소 해산물 집 밥이 시작되었다. 미나리 메밀 전+숙주 시금치 새우덮밥,
연이어 고추장 더덕무침에+녹차고등어구이, 세멸치에 해바라기 씨앗 양파 그릭요구르트를 섞은 파프리카를 준비했다. 함께 앓았던 긴 여행의 후유증은 점차 회복되었다. 우리는 다시 산책도 시작했다. 산과 응달에 쌓인 눈들도 녹아내리고 있다.
오늘은 난생처음으로 순두부굴덮밥을 생각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 더니, 마음에 떠오른 메뉴를 검색해 보니
굴 없는 순두부덮밥은 이미 누군가의 식탁에 올랐던 거다.
어제, 그제는 새 봄맞이 정원일로 바빴지만 오늘은 봄 비가 내리니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다. 아침 산책 때 뽑아 온 대파는 남편이 뿌리까지 하얗게 씻어두었다. 뿌리를 무엇으로 쓸까? 그릭요구르트에 대파와 파뿌리를 총총히 썰어 넣었다.
올리브오일과 후추도 뿌리고 세멸치도 더한다. 마무리는
달콤하고 바삭한 빨강 구기자를 올린다. 서서히 집 밥 메뉴로 돌아오고 있다.
냉동고등어와 냉동굴을 이용 시엔, 튀김가루를 생선과 굴에 뿌려서 구우니 비린내 없는 쫄깃한 식감의 굴과, 바삭한 고등어 식감을 즐길 수 있음이 요리의 발견이기도 했다. 또 다른 날의 밥상 고등어구이엔 데리야키 소스를 뿌려주니 장어구이의 맛과 비슷한 두 가지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메밀국수에 미나리 겉절이와 동치미 국물을 곁들이면 집밥은 더욱 풍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