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겨진 너
오월 중순, 정원은 폭죽을 쏘아 올리듯 꽃을 피웠고
나는 아쉬움에 미국으로 떠나기 전 정원 이곳저곳을
혼잣말을 하며 걸었다.
이 정원은 10년 동안 나를 품어준 공간이었다.
심은 것들이 자라고, 지고, 다시 피어나는
그 순환 속에서 나는 나를 돌아보곤 했다.
걷다가 정원의 온갖 나무와 꽃들에게 속삭였다.
“가뭄도, 땡볕도, 병충해도—
이제는 네가 스스로의 힘으로 견뎌야 해.”
Carliisle(칼라일) 창문 가득 햇빛이 번지던 날,
두고 온 작약의 굽이진 꽃잎들이 마음에 떠오른다
정원의 풍경들은 수시로 내 안에 번져나고 있다
곧 7월, 나는 다시 그 정원으로 돌아갈 것이다.
작약은 지고 없지만, 정원은 그 자리에 있을 것이고
달라진 나,
달라진 정원 속에서
나는 풀을 뽑고 채종을 하며, 가지를 다듬을 것이다
무엇이 끝났고, 무엇이 시작되었는지.
정원은 말없이 알려줄 것이다
기다리는 법을, 견디는 시간의 골을,
가장 조용한 순간에도 정원과 삶은 피어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