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진 나, 또렷해진 당신
몸도 마음도 어딘가 어지럽고 흐린 요즘,
당신의 손길에 살아나는 텃밭을 바라보다
조용히 마음이 울컥했어요
시차 탓인지 하루가 자꾸 뒤엉켜요.
시간의 흐름이 뿌옇고
머릿속도 멍한 채로 며칠을 보냈어요.
그런데 그런 흐릿한 나날 속에서도
당신은 놀라울 정도로
눈앞의 일들을 차분히, 묵묵히 해내고 있네요.
오늘은 당신 생일인데,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제대로 된 음식 하나 준비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마음이 좀 무거워요.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인 당신 정말 감탄스러워요.
흔들리지 않고 삶을 견디는 태도 말이에요.
요즘 다시 시작한 텃밭과 정원, 당신의 손길 아래
생기가 돌고 있어요. 심지어 가영이까지 나서서
이른 새벽부터 함께 일하는 모습, 훈훈해요.
올해 당신, 참 대단했어요.
오랜 염원이던 남미 여행도 다녀왔고,
중요한 수술도 무사히 마쳤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손녀 데이지의 첫 번째 생일을 위해
기꺼이 먼 비행도 감내했죠.
텃밭과 정원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당신의 손길을 바라보며
새삼 깨달아요.
당신은 참 건강하고,
긍정적이며,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걸요.
가영이는 생일날 홈메이드 케이크를 준비하였고
나는 그의 생일이 지난 다음날, 수육과, 마와 계란을 듬뿍
올린 샐러드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