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휴가
오랜만에 찾아온 휴가입니다.
평소와 다른 점은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을 내 마음대로 조금씩 미룰 수 있다는 점이지요. 그래서인지 휴가는 언제나 짧게 느껴집니다.
이번 휴가도 어김없이 늦은 하루를 시작합니다.
늘어진 몸을 이끌고 익숙한 출근길을 커피를 사기 위한 다른 목적으로 걷고 있습니다.
이상한 점은 춥고 무겁기만 하던 그 겨울 같던 길에서 새소리도 들리고 포근함이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주변을 둘러보아도 평소와 다른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몇 걸음 더 하지 않아 즐겨 찾던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항상 있던 그곳에 고소한 커피 향은 그대로입니다.
커피 한 모금과 함께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봅니다.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것, 어제까지의 일상에 관성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게 커피 앞에 앉아 가만히 하늘을 보았습니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저 하늘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정신없던 하루에 들이붓던 커피가 아닌 나의 리듬에 맞춰 커피를 즐겨 봅니다.
오늘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평범한 하루가 특별해지는 하루입니다.
벌써 이 하루가 지나가려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