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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우라 고리유 Jan 06. 2018

제46화, "사람을 지울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허접한 인간에겐 더욱,매우,엄청 필요하다.


허접한 인간에겐 더욱,매우,엄청 필요하다.


때는 돈을 벌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아니, 만원 이상 씩 돈을 쓰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날 시기였다. 그 중 친한 사람들이 생겨나곤 했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함께 클럽을 같이 가던 친구가 있는가 하면, 같이 스터디를 하다가 친해진 친구, 알바하다가 친해진 형, 취향이 비슷한 누나, 알고보니 같은 동네에 사는 인턴 동기 등등.


사람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나는 상대를 관찰한 뒤에 안심하고 사귀기 시작하는 케이스다. 디펜시브형 인간이랄까. 함부로 말을 걸거나,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은 상종조차 하지 않았다.


관찰했던 시기들을 살펴보면 참 웃프다. 지금와선 다 쓸모없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사귈 수 있는 나이대는 +-3살 내외였다. 대부분이 학생이거나 20대였다. 어린 나이에 관찰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봤자 옷 매무새와 가정환경 정도가 전부였다. 굳이 더 말하자면 취향 정도가 있겠다. 무슨 음악 혹은 무슨 책을 좋아하는 정도가 덧붙여진다.


불행하게도 내가 노력해서 만든 사람들 중 몇 명은 쓰레기에 가까웠다. 만약 내가 이들의 어른시절까지 간주할 수 있었다면, 진작에 지워버렸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 부터는 쓰레기들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사람은 변한다'고 하는 유명한 레토릭이 있다. 틀린 말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원래 천성이 그런 것이다.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어릴 적에는 그저 본인도 모를 뿐인 것 같다. 살다보면 겪게되는 공통된 선택지를 많이 가져보지 못했을 것이니까.


가령 이런 것이다. 시간이 흘러 모두 각자의 삶에서 각자의 집을 짓고 살때. 그 시기가 인격의 완성기가 된다. 집을 지으며 느끼게 되는 아집과 고집은 적당히 섞여 시멘트가 되고, 생각과 경험들은 벽돌이 된다. 여기서 누군가는 원형으로된 벽돌을 쌓아올리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별모양의 벽돌을 쌓아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창문을 없애버리기도 한다. 모두 각자 스타일 대로 집을 짓는다.


최근에 친한 친구 한 명을 버렸다. 지금은 자신있게 '쓰레기'라 자부한다. 힘든 시기를 같이 보냈고, 서로 위로해줬던 사이. 좋은 추억이 많은 관계여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은 친구를 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계속 힘든 시기가 지속됐다면 정말 친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열심히 살고자하는 사람들의 경우 힘든 시기는 곧 해결이 돼 버린다. 따듯한 시기가 도래하고 만다. 


그게 둘 사이를 갈라놨다. 나는 그렇게 건방진 사람을 태어나서 본 적이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건방짐이었기에 너무 당황해서 그대로 자리를 뛰쳐나왔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악랄하게 만들어놓았을까. 주변의 칭찬이었던 것인가? 고작 주변의 칭찬으로 인해 사람 관계를 흔들릴 정도로 변할수 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다. 점점 행복해지는데 점점 포악해지는 스타일이 얘의 본능인 건가? 슬프고도 아까운 내 시간과 에너지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일단 지워야겠다고 결정하고나니 그나마 위로가 됐다.


오늘은 "다치기 전, 사람을 지울 줄 아는 용기는 필수적이다"라는 내용이다. 혹자는 너무 잔인한 생각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반문한다. "그렇다고 계속 기분 나쁘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날지는 모른다. 그리고 또한 어떤 사람들을 정리해야 할지 모른다. 다행인 것은 내가 살 날이 많이 남았다는 것 즉 앞으로 사귈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한가지 꼼수도 생각이 났다. 처음부터 더할나위 없는 수준의 삶을 갖게 된다면, 누굴 지워야 하는 이유는 없을 거란 생각이다. 여기서 돈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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