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BizStory(11)] with 'Orot Company' 9편
[MyBizStory(9)] with 'Orot Company' 7편: 우리가 전주로 간 이유(1)
https://brunch.co.kr/@ventureman/56
[MyBizStory(10)] with 'Orot Company' 8편: 우리가 전주로 간 이유(2)
https://brunch.co.kr/@ventureman/57
전주를 향하게 된 상황설명은 앞선 두 편의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번 편이 전주행 마지막편이 될 것 같은데, 나를 비롯해 이종건 대표와 오롯컴퍼니가 전주의 관계인구가 된 본격적인 사연이 여기서 펼쳐질 것 같다.
과거의 흔적을 더듬어보니 2022년 7월 13일 저녁으로 나온다. 광주광역시를 향하다 저녁 어스름이 다가와 중간에 1박할 곳으로 전주를 택했다. 전주에서의 저녁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전주의 연고자들을 연결하려 노력했고, 감사하게도 2명의 전주분이 만남에 응해주셔서 전주시청에서 만나는 것으로 약속이 잡혔다.
그때 나와주셔서 지금까지 인연이 깊어진 분이 어반베이스캠프&즐거운도시연구소 정수경 박사님, 동네한바퀴 문성주 선생님이다. 어떤 면에선 도시연구자 정수경 박사님과 도시여행가 문성주 선생님이 선한 영향력을 끼쳐주신 덕에 전주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이후 전주를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우선 문성주 선생님의 제안으로 전주 원도심을 빠르게 한 바퀴 둘러보게 되었다. 문성주 선생님은 한옥마을 가이드로도 활동중인 분이라 과거 전주역이 있었던 전주시청자리에서부터 도시재생이 진행되고 있는 구역들을 거쳐 웨딩거리, 객사길, 전주감영까지를 70분 정도의 짧은 시간 통해 속성과정으로 살펴보게 해주었다. 자칭 원도심덕후라는 도시연구자 정수경 박사님의 중간중간 해설도 곁들이다보니 우리 둘에게 전주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원도심 답사 과정에서 전주의 시민활동가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지금은 전임 시장이 되어버렸지만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육성된 거점센터들도 바라보며 여기가 우리가 찾는 도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정리하면 전주는 도시재생을 빨리 경험한 도시다. 도시재생뉴딜로 인한 5개년 계획을 수행해본 경험을 갖고 있는 센터들이 많았고,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의 존재는 나무젓가락 순환을 위한 건축자재 개발 등과 관련이 있었다.
미국 포틀랜드와 유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구 65만의 도시규모, 도청소재지가 있는 도시(포틀랜드는 오레곤주의 주도), 도보로 이리저리 이동할 수 있는 원도심 구조와 구획들, 도시재생 전문가, 시민활동가 등의 네트워크 등 <오롯컴퍼니>가 이곳에서 함께한다면 도시와 도시 구성원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었다.
전주에 더 머물러 보고 싶은 욕심이 많았으나, 다음날 광주광역시에서 예정된 일정이 있어 아쉽게도 오전에 도시를 떠나야 했다. 광주광역시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 속에서도 전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걸로 기억한다. 전주를 향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누구를 만나야 할까 등등...
그후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거다. 뭔가 생각의 정리가 된 나는 전주에서 만났던 정수경 박사에게 연락하고 개인적인 면담을 신청했고, 토요일을 이용해 당일치기로 전주로 내려갔다. 앞으로 열린 다양한 가능성을 설명하고, 전주에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드렸다. 그 첫번째 단계로 <오롯컴퍼니>와 <즐거운도시연구소> 간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해보기로 했다. 그 내용은 다음 링크 속의 기사에 담겨 있다.
http://www.sisa-n.com/View.aspx?No=2499156
이 자리를 빌어 전주의 비빌언덕이 되어 주신 정수경 박사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러고보니 닷새 후면 협약을 체결한지도 어언 1주년이 되어간다. 대외적으로 크게 이야기하기엔 애매한 면이 있어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지만, 협약 이후로 <즐거운도시연구소>와 함께 몇 가지 작업들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일단 이종건 대표 개인 연구원 자격으로 <즐거운도시연구소>의 프로젝트 몇몇에 참여하고 있고, <즐거운도시연구소>가 포함된 공동체인 <어반베이스캠프>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전주의 도시연구자들과 보다 적극적인 네트워킹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는 좀 미미한 것들이 많아 딱히 설명하기 애매하므로 그냥 대충 넘어가긴 하는데, 원도심덕후인 정수경 박사님과 현무길 맛집의 심오한 맛을 같이 연구하는 정도라고만 해두자.
비빌언덕이 생기니 보다 자연스럽게 전주를 오가게 되었다. 나와 이종건 대표 둘다 따로 또같이 전주를 자주 드나들며 인적 네트워크를 넓혀갔고, 각자 해보고 싶은 일들을 펼쳐나갔다. 그런 이유로 최근의 우리는 서울 사람임에도 전주에서 약속을 잡고 만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근데 우리는 그게 신기하면서도 재밌단 말이다.
실은 여기서 나와 이종건 대표의 나아가는 방향이 달라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나는 로컬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된 걸 어찌할 수 없었고, 이종건 대표는 소셜벤처 혹은 스타트업으로서의 갈 길을 가야만 했고... 전주가 우리 각자에겐 함께 와서 각자의 길로 가야하는 삼거리같은 곳이 되었지만, 전주는 나에게나 그에게나 관계인구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만든 곳이다.
2023년 들어오면서 <오롯컴퍼니>는 전주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할 것을 구체화해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전주를 베이스캠프로 충청&전라권을 탐방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에게 전주는 가야할 곳이었고, 나에게 전주는 떠나야할 곳이 되었다. 깃들어야 할 사람은 깃들게 놔두고, 더 먼 길을 가야하는 사람은 자유로워야 한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이제 공식적인 관계를 정리해야할 때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