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산에는 무장애길이라는 산책로가 있어 아이들도 함께 걷기 좋다.
가끔 주말이 되면 네 가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책하곤 한다.
지난 토요일에도 갔었다.
산 초입에 들어서니 산책로 부분 공사를 한다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이미 늦은 오후 시간에 우리는 땀을 닦으며 위로 올라가는데
오전 일을 마쳤는지 안전모를 쓴 인부 몇 분들이 뻘게진 얼굴로 척척 산을 내려오신다.
그중 한 분이 아이들을 슬쩍 보더니 오던 길을 거슬러 다시 올라가셨다가
손에 들고 있던 걸 아이들 앞으로 툭 던져주고 다시 내려가셨다.
(도시에서만 자란) 나는 장수풍뎅이를 실제로 처음 보았다.
뭐랄까 다이소에서 파는 태엽 장난감과 똑같이 생겼을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다.
졸지에 던져진 풍뎅이는 놀랐는지 벤치 아래로 슬슬 들어가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본다.
나만큼이나 이 생명체가 신기한 아이들은 쭈그려 앉아 풍뎅이와 대치했다.
한 5분쯤 지났을까? 금세 흥미를 잃은 아이들은 다시 산으로 올라가자며 나를 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