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도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금부터 수개월 전의 일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지우개 도장 키트(세상에 그런 게 존재한다! 조각칼과 지우개, 밑그림을 그릴 종이 잉크 등등이 들어있다.)를 발견하고 쿵쿵 뛰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장바구니에 넣었다. 문득 드는 의문은 ‘과연 내가 이것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또 흐지부지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내 과거 빅데이터를 봤을 때 매우 타당한 궁금증이다. 조용히 장바구니에서 빠진 도장 키트는 기억 저 아래 지각을 뚫고 핵 부근쯤 자리하고 있었겠지. 그걸 지면으로 꺼낸 것이 친구가 만든 ‘고양이’ 지우개 도장이다! 그렇지! 커터칼과 평범한 지우개로 만든 도장!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던데. 도장 키트쯤 없어도 되지 않는가! 무릎을 탁 쳤다.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바로 문방구에 들러 조각칼과 지우개를 샀다. 치과에서 신경치료를 받고 잠깐 쉬는 시간에 도안도 그렸다. 도장 파는 일만 남았네! 내일의 나야,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