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정해져서 더욱 달콤한
어제 딸을 태권도 학원에 데려다주고 근처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냈다. 학원에서 제일 가깝고 야외 테라스도 있는 커피숍이라 30~40분 정도 시간을 보내기에 부담이 없는 곳이었다. 나는 테라스에 자리 잡고 모처럼 봄날의 오후를 만끽했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여유라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움직이고 얇은 재킷이 펄럭였다. 핸드폰으로 밀린 일들을 처리하던 나는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에 살짝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나무들은 온통 초록잎으로 덮였고 낮은 자리에서 핀 철쭉들은 화사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꽃과 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달콤한 여유가 꽃향기를 타고 더 진해지는 듯했다. 그렇게 십 분 정도 나는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감상했고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태권도장 창문에서 학생들의 기합 소리가 들렸다. 심사를 앞두고 열심히 발차기 연습을 했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딸이 다음 달부터 학원에 혼자 다니겠다고 한다. 데려다주는 수고를 덜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아이를 기다리면서 느끼는 여유가 좋았던 나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 내년 봄은 또 어떤 모습으로 찰나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