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뭍톰 Oct 03. 2019

여유는 시간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1,000원의 행복 토스트를 찾은 장소에서 오는 것

 오늘은 어떤 무의미한 것을 할까 고민을 하다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조커, 사실 요즘 무슨 영화가 개봉했는지 인기가 있는지 관심이 없다. 뉴스로 리뷰 평론을 잠시 훑어보고 근처 영화관에 나의 몸이 도착할 만한 시간대를 찾아 예매를 했다. 걸어서 동네 산책이나 할까 하고 영화관을 잡았는데 막상 나오니 비오는 날이 귀찮기만 하다. 다시 집으로 올라가 차키를 들고 내려왔다.

 

 시동을 걸고 잠시 생각하다 원래 예매했던 내역을 취소하고 근처 좋아하는 카페로 향했다. 10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 그곳에는 1000원의 행복토스트가 판다. 1,000원에 식빵을 구워 반으로 잘라 슈가파우더를 살짝 뿌리고 딸기잼을 함께 준다. 가끔 버티고 버티다 너무나 허기질 때 그 빵이 생각난다. 오늘도 대형몰에 있는 극장을 가려다가 중간에 이곳으로 오고 말았다.

 

 영화 별거 있나, 따뜻한 바닐라라떼에 식빵 한조각을 베어무니 이것이 행복인가 싶다. 마침 구독하는 정기 매거진도 왔겠다 제일 포근해 보이는 자리에 앉아 조명 아래서 글을 읽었다. 이번달의 주제는 ‘당신은 좋은 습관이 있나요?’ 였다. 습관, 나에겐 허기지면 이 토스트맛집 아니 카페를 찾는게 습관이 되었지. 두 시간 가량 편하게 앉아 고요한 카페 분위기를 느끼며 좋아하는 글을 쭉 읽었다. 어제 밤 갑자기 찾아온 우울했던 감정이 말끔하게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어제 밤 갑자기 과거의 연인이 생각나 뒷조사를 좀 했다. 뭐 아주 가끔씩 있는 일이다. 공인이기 때문에 조금만 검색해도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연예인 뭐 그런건 아니다.) 그리고 올해 1월 인터뷰를 한 영상을 찾았다. 헤어진지 3년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나를 만날때 입었던 그 옷을 입고 있었다. 따뜻하고 편하다며 좋아하던 그 옷이다.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다 갑자기 기분이 너무나 이상해져 노트북을 닫아버리고 바로 침대로 누웠다. 자꾸만 말하는 얼굴이 떠올라 새벽까지 잠을 설치다 겨우 잠들어 오늘 느지막히 오후에 일어났다.

 

 시간이 많다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이 울적한 기분을 끌어오기도 한다. 흔들리던 감정이 토스트를 만나 가라앉아 다행이다 싶은 하루였다.



2019. 10. 02 (수)

달짝지근한 바닐라라떼와 바삭한 토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