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11.11

by Benjamin Coffee

반복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재택근무를 한 이후(벌써 1년이 넘었다) 출근 시간에 맞춰 너는 1층에 있는 카페를 자주 찾는다. 귀찮지만 기어코 그렇게 하는 것은 집에서 너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늘 최선을 다하기보단 주어진 상황에서 최소한 모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너의 그 지독한 안일함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주중에 세 번 이상 찾는 그 카페에서 너는 주문할 때 여러 질문을 받는다. 우선 무엇을 시킬지 골라야 한다. 너는 주로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그 다음에는 양을 고른다. 무난한 걸 좋아하는 너의 선택은 늘 '레귤러'다.


그러고는 고소한 원두과 산미가 있는 원두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너는 산미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왠지 고소한 원두를 매번 고른다. 아무래도 너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산미를 싫어하기 때문이 아닐까. 너는 늘 그래왔다. 너가 초록색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도 너의 어머니가 그 색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지한 이후였다.


음료를 선택하고 나면 이제 먹고 갈 것인지, 가져갈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물론 너는 일을 하기 위해 내려온 만큼 늘 "먹고 간다"고 답한다. 마지막 단계는 포인트 적립이다. 너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이 카페에서 포인트를 적립해왔는데, 언제부턴가 그 적립금이 적용되지 않기 시작했다. 그걸 알아챘을 때 너는 분노했던가. 그보단 체념에 가까웠던 것 같다.


카페를 찾는 일이 잦아지면서 점점 너는 주문할 때 너의 말을 신경쓰기 시작했다. 보통 너는 이렇게 답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레귤러요. 블랙 그라운드(고소한 맛)요. 먹고 갈게요.


어제 만난 직원이 오늘도 있으면 너는 굳이 말을 조금 바꾼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레귤로 사이즈로요. 블랙 그라운드로 주세요. 먹고 갈게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아메리카노를 바꿔보자.


아이스 라떼 주세요. 레귤러로. 먹고 갈게요.


질문들을 숙지한 너는 필요한 정보들을 연달아 제공한다. 약간의 변주와 함께.


따뜻한 아메리카노 주세요. 레귤러, 블랙그라운드요.


이렇게도 말해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레귤러, 블랙 그라운드 주세요. 아니면 이렇게.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로 주세요. 사이즈는 레귤러, 원두는 블랙그라운드요.


직원의 질문도 어느새 뻔해졌다. 드시고 가시죠? 포인트 적립은 언제부터가 묻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