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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애틀 프리즈 Sep 16. 2015

[머릿말] 본격 남편 직장땜에 이민가는 이야기

당신이 생각하는 싸모님 그런거 아니에요

2015년 10월,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남편의 H-1B 비자(미국의 전문직 근로 비자)에 딸린 가족 비자, H-4비자 소지자입니다. 이민이나 해외 취업 준비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비자들은 이민법적으로 비(非)이민비자라 정확히 말하자면 이민은 아닙니다. 그래도 거주지를 외국으로 옮기고 큰 일이 없는 이상 돌아올 일이 없으니, 편의상 이민이라 하겠습니다.


이민 간다고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 다들 부러워합니다. 남편 잘 만났네. 많이들 듣습니다. 물론 좋은 남편 잘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건 사실이지만, 이민 준비자는 고민도 많고 힘든 것도 많습니다.


1. 직장, 일단 그만둬야 합니다. 게다가 제가 가진 H-4비자는 경제활동을 못 하는 비자입니다. 2015년 초 법이 개정되어서 H-4비자 소지자도 영주권 신청 과정에 들어가면 근로 허가(Work Permition)를 받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영주권을 지원해 주는 것은 배우자의 직장이고, 그 직장에서 100% 영주권 발급을 해 준다고는 생각할 수 없죠. 웬만한 회사들은 1년쯤 일하고 배우자의 인사 평가가 괜찮으면 영주권 신청을 해 준다고 하지만, 커리어상으로는 꽤 큰 공백이죠. 저는 커리어 욕심도 없고 직장에 큰 미련도 없어서 쉽게 그만뒀지만, 일 욕심 많으신 분이면 선택이 쉽진 않을 겁니다.


2. 그래서, 가서 뭘 할거야? 제 비자는 경제활동을 못 하는 비자라고 얘기하니까, 다들 이 질문을 많이 합니다. 아는 사람이 시애틀에 많이 사는 것도 아니고, 관광도 하루 이틀이면 질릴테고.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도 있지만, 일하던 사람이 집에서 육아만 한다면 심리적으로 상당히 힘들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관심 있는 컨퍼런스에 자원봉사도 해 보고, 심심하면 대학교 입학 공부도 하면서 놀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3. 애 낳으면 미국 시민권자네? 제 얘기를 듣고 부러워하는 사람의 90%가 이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 미국 유학이나 취업 시에도 문제가 없고, 동시에 한국 국적도 있으니 의료보험 혜택 같은 것도 받을 수 있겠죠. 그런데 이게 혜택만큼 고민이 큽니다. 일단 아이를 낳기 위한 검진과 출산에 드는 비용이 큽니다. 미국은 의료비가 비싸기로 유명한데, 아이들이 병이 있거나 미숙아면 그 위험이 더 커지겠죠. 아이들의 문화나 언어교육 문제도 고민이 됩니다. 집에서 한국어 가르치고 외국 학교 보내면 2개국어를 쉽게 말한다고는 하지만, 한국 아이들처럼 한자를 잘 알거나, 아해 어해 다른걸 잘 구분할지는 또 모르겠습니다. 한국으로 가서 살게 된다고 할 때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요.


4. 그 외에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일단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이사를, 도와줄 사람 없는 외국으로 간다고 하니 상당히 일이네요. 1년 좀 넘게 쓴 가구와 가전제품 일부는 버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변압기는 어느 정도 전력으로 몇개 살지도 정해야 하고, 비자 신청에, 미국은 의료비가 비싸니까 예방접종에 건강검진까지.

사람도 만나야 하고, 금융자산(빚/예금/보험/부동산 등)처리, 환전은 어느 정도 해 갈 것인지. 이 외에도 꽤나 많은 것이 있는데, 기회 되면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길게 써도, 아직도 많은 분들이 그래도 남편 잘 만나서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 것 같습니다. 좀 억울하지만 이해합니다. 저도 이전엔 지금 저같은 상황의 사람들 보면서 같은 생각을 했으니까요. 그래도 일단 갑니다. 잘 사는지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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