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한 것 같은데 아직 할 게 많은 걸 보면 잠 못 이룰 것 같음
그새 한 달입니다. 시애틀에 오고 나서 은행부터 관공서까지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그리 되었네요. 오래 된 만큼 뭔가 진전이 있을법도 한데, 정작 다음 주부터 몰아야 할 차와 새 집 계약도 제대로 안 된 상황. 아직도 뭔가 정리된 것 없이 깨작거리는 것만 많은 요즘입니다.
사실 그동안 했던 것들을 파트별로 잘잘 나눠서 좀 세세히 써볼까 했는데, 그렇게 본격적으로 나서자니 또 자료가 너무 없는것도 같더군요. 맨날 핸드폰 들고 일정관리 하고 이것저것 찾는데 정작 글감 메모를 안했네?? 셀프 때찌 하고 밀린 숙제 하는 느낌으로 그동안의 일을 좀 정리해 봅니다.
미국에서 여행하거나 거주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한국과 비교했을 때 모든 것이 느립니다. 너무도...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삶의 질이 그만큼 좋다는 뜻이 되겠죠. 그래도 용서할 수 없는 곳이 한 군데 있는데 거기가 바로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 한국으로 치면 주민번호에 해당하는 SSN(Social Security Number) 발급을 받으러 간 곳입니다. 간단한 질문 몇 개 해서 5분 정도 걸리는데, 그걸 위해 기다린 시간이 두 시간...
위의 일이 있고 나서 몇주 후에 Driver's Licensing Office에 갔을 때는 천국에 온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그날 특히 사람이 없는 편이기도 했던 것 같은데, 30분만에 줄서기부터 시작해서 워싱턴 주 운전면허 발급받고,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으왕.
어 근데 운전면허 발급 받을때 시험은 안보나요?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겠는데, 한국과 워싱턴 주는 2010년도 초쯤인가 자매결연 같은 것이 맺어져 있어서 면허 교환하시면 됩니다. 오피스 방문 전에 온라인 지원 하고, SSN 카드랑 한국 면허증 보여주고 시력검사랑 사진만 찍고 면허 발급 받으면 땡. 저처럼 SSN을 받을 수 없는 H-4비자의 경우에는 SSN을 가진 남편과의 혼인증명서류가 있어야 합니다. 한국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등본 영어로 발급받으면 Wife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이 정도면 됩니다.
문제는 늘 돈돈돈. 비용은 89달러로 조금 비쌉니다. 중요한 건 꼭 현찰을 들고 가시라는 것. 카드로 하면 건당 2달러가 추가됩니다. 남편까지 해서 4달러면 스타벅스 커피 한잔인데.....이걸 모르고 현찰을 안 가지고 가서 카드로 긁었는데 엄청 후회를....
한국에선 은행 업무 보는게 제일 귀찮고 어려웠는데 여기 와서는 비교적 부담이 덜해진 것 같습니다. 현재 이민법적인 문제를 포함해 여러 면에서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뭔가 즐기게 된 것 같기도...임시 집에서 거리도 가깝고, 한국 은행과 달리 직원들이 뭔가 좀 자유분방하고 친한 척도 해줘서 뭔가 좋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공짜로 영어 공부도 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게 다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은행 업무를 보면......너무 어려워....
은행 업무 하니 생각나는데 남편 외에 현지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자주 이야기한 사람이 은행 담당직원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얘기도 많이 하고 친절한데, 정작 은행 얘기를 하면 너무 어려워...히스패닉이라 발음 알아듣기도 어려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Credit. 한국의 신용점수처럼 미국 금융 시스템에도 Credit이라는 게 있고, 신용카드를 사용해서 쌓아갑니다. 조금 다른 건 한국 신용점수는 대출 받고 사업을 하고 하는 일이 없으면 굳이 쌓을 필요가 없는데, 미국은 이게 없으면 꽤나 불편한 게 많다는 점. 차 리스도 안 되고, 집 구매 같은 것을 할 때도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일부러 신용카드로 결제해서 그때그때 잘 갚아나가는 식으로 신용을 쌓아야 합니다.
한 달 시애틀 생활 동안 영어가 늘은 것 같다고 유일하게 느낀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아파트 알아보고 계약할 때. 이게 제일 큰 돈이 오가서 그런가 자동적으로 집중하게 되더군요. 리스닝이 얼마나 잘 되던지, 매일 이랬으면 좋겠다.
미국의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시애틀, 적어도 제가 사는 곳에서는 아파트가 가장 일반적인 거주 형태입니다. 미드에 많이 나오는 단독주택은 하우스(House)라고 하는데 이 동네에서는 별로 본 적이 없네요. 이 동네의 아파트는 한국의 아파트랑은 달리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가 집에 빌트인으로 깔려 있다는 게 조금 다릅니다. 앞의 것들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공고를 볼때 꼼꼼히 보고
그 외에 아파트를 처음 계약할 때 내는 비용이 몇 가지 있는게 한국과 조금 다릅니다. 아파트에 거주할 사람 수대로 Application Fee라는 비용을 받는데 보통 인당 40달러쯤 합니다. Administration Fee라는 비용도 있는데 전체적인 아파트 관리, 보안 관리 등에 대한 비용입니다. 보안 관련 비용은 Security Fee라고 따로 해서 받는 곳도 있습니다. 한국의 보증금 역할을 하는 것은 Deposit이라는 것인데, 위 비용들과는 달리 아파트를 나갈 때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 아파트에서 월마다 수도, 전기 비용을 관리비라는 이름으로 내듯이 여기서는 월마다 Utility Fee라는 비용을 냅니다.
계약 형태도 다릅니다. 한국에서도 월세는 있지만, 보통 2년 정도를 전세로 사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미국의 Rent에는 전세가 없고 월세만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들었는데 전세라는 형태가 있는 국가가 한국을 포함해서 몇 군데 없다고 하더군요. 월세 하면 돈 못 모은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가 그렇습니다. 내 돈....Greater Seattle Area(시애틀, 벨뷰, 린우드 등 시애틀을 중심으로 한 도시 일대를 이르는 말) 말고 시애틀은 월세가 비싸서 저희는 살짝 외곽으로 나가서 살게 되었습니다. 서울로 직장 다니는데 서울 밖에서 살고 한국이랑 똑같네요.
부동산은 좀 까다로운데 차는 그래도 비교적 잘 해결했습니다. 다행히 알음알음 한인 딜러분 만나서 저렴하게 잘 샀어요. 아, 그리고 위에서 얘기했듯 신용점수가 없는 관계로 차를 리스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렇게 회사에서 고용해준 에이전트 분 도움 받으면서,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이야기만 하다 보니까 별로 글이 재미가 없어졌는데, 다음에는 좀 재미있는 글 들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