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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이야기 2 (외국계기업)

대기업 vs 외국계 vs 스타트업

이번 글에서는 지난 1편 커리어 이야기 (대기업)에 이어서 외국계 기업에 대해서 나 스스로 경험했고, 지인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게 된 외국계 이야기에 대해서 공유해보고자 한다. 외국계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 (개인적으로 경험한 곳은 미국 회사들)에 대해서도 소개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첫 번째 글과 마찬가지로 우선 외국계 기업의 정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구글링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외국계 기업은 다국적 기업으로도 불리고, 한국이 아닌 타국가 기업이 세계 각지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으며 주로 외국의 대기업이 법인을 세워서, 전 세계에서 인력을 고용한다. 해외에 법인을 세우는 경우도 있고, 사나 사무소를 만들어서, 그 나라에서 현지 법률에 따른 법인격을 취득한 회사를 설립한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구글코리아, 아마존코리아, P&G 코리아, BMW 코리아, 소니코리아 등처럼 법인명에 "브랜드 이름"과 "국가명" 즉 코리아를 붙이고 있으면 외국계 기업으로 봐도 좋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다른 나라에 진출해서 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현지에서는 외국계 기업으로 볼 수 있다. 외국계 기업도 본질적으로는 한국의 어느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큰 차이점으로는 보고 체계(Reporting Line)가 한국 지사장(or 법인장)을 통해서 APAC (Asia-Pacific) 오피스 같은 Regional HQ (RHQ)에 연결되어 있거나, 미국이나 유럽의 본사로 직접 연결된 경우를 보인다. 보고 체계는 의사결정권을 갖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의 전략 방향과 예산 그리고 인사권도 갖고 있기에 본사 HQ의 Power는 상상을 넘는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통상 한국 지사장의 경우 현지 인력을 채용해서 한국 대표로 두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사에서 "외국인"이나 "한국계 외국인"을 파견 보내는 형식이 많다. 2010년대 이후로는 해외유학/이민을 다녀와서 영어나 현지어로 본사와 소통을 하는데 문제가 없는 한국인들이 한국 대표를 맡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임원이 중요한 이유는 본사(HQ or RHQ)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고, 가장 빠르고 중요한 정보를 얻는 통로이기에 외국계 기업의 임원이 누구냐에 따라서 회사의 분위기나 전략이 결정되기에 자세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말하기를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설립되고 5년 정도는 본사 임원이 현지 시장을 확인해 보고 본사의 문화와 업무 방식을 전달하기 위해 파견되는 경우가 많고, 그 이후에는 오피스 상황에 따라서 현지 임원으로 대체하거나, 의사 결정권을 한국 인력에게 나누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10년 정도가 지난 외국계 기업은 Localization이 많이 진행되고, 한국인이 주요한 보직에 배치된 상황이기에 본사의 분위기와 한국의 기업 문화가 짬뽕(?)이 되는 복합적인 문화가 펼쳐지기도 한다.



외국계 기업이 한국 기업과 가장 다른 점은 업무가 철저하게 개인별 Functional Structure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은 부서나 팀의 업무 속에서 각 팀원의 개인별 업무는 General Structure로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한국 기업에서는 하나의 업무에 대해 최소 2명이 정/부 형태나 상/하 형태로 분류가 되어 있어서 업무가 살짝 overlap 되는 형태를 보인다. 다시 말해 한국계 기업이 도제식으로 인수인계나 교육을 통해서 업무에 대한 인식을 쌓아나가는 형태라면, 외국계 기업은 철저하게 Role-Playing 형식으로 구성이 된다. 업무가 중복되어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빠르게 업무의 R&R (Role & Responsibility)를 나누어서 서로의 영역을 면밀하게 나누는 형식이다. 그래서 특정 당사자가 홀로 일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하나의 업무보다는 여러 개 영역을 비중으로 나누어서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100명 이상을 채용하거나, 연차가 오래된 외국계 기업에서는 인수인계나 멘토/멘티 형식으로 업무에 대한 교육과 온보딩을 진행하는 세션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나, 그러한 진행 시간이 한국 기업에 비해서 현저하게 짧게 진행되기에 1~2개월 이후에는 바로 현업에 투입되어서 달려야 한다. 그래서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이 보다 적응할 가능성이 높고, 외국계 기업이 진출한 industry의 domain/field 경험이 있느냐 없냐가 상당히 중요할 수 있다. 같은 외국계 기업이라도 IT 중심에서 일했던 직원이 제조업 영역으로 진출한다면 적응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수 있고, 그 분야에서만 사용하는 용어(jargon)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성과를 내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외국계 기업이 아직 이해하기 어렵다면, 해외 스포츠팀 (European Football, NBA, MLB, NFL 등) 시스템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각 구성원의 업무는 포지션별로 극히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고, 각 멤버는 절대 자신이 사수해야 하는 영역과 미션이 주어지게 된다. 맡은 업무에 대해서 책임감을 갖고 수행해야 하면서 동시에 각 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업무 완수(50%)와 팀으로부터 인정(50%)이 동시에 중요하다. 팀의 범위는 한국에서 일하는 구성원을 넘어서 본사로까지 확장되기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외국계 기업에서 활동하는데 아주 필요하다. 언어적(영어 등)인 면은 기본이 되어야 하며, 본인의 성과를 잘 포장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Intra PR을 통해서 get the credit (업무 성과를 인정) 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 회사에서는 본인의 성과라 말하기보다는 팀 전체의 성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지만, 외국계 기업에서는 의사결정은 상사나 임원이 하더라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 진행하는 과정에 구성원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기에, 본인의 업무 결과를 확실하게 챙기는 것이 필요로 하다. 국내 기업이 1년에 1-2번 중심으로 퍼포먼스 평가를 한다면 외국계 기업은 그 보다 짧은 1달~1분기 단위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연간 평가가 진행될 수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끊임없이 한 구성원에 대해서 분기(3개월)이나 반기(6개월)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기에 긴장감은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냉정한(?) 평가시스템으로 외국계 기업의 근무연수는 상당히 짧게 된다. 대기업 공채로 입사할 경우 10년 가까이는 웬만한 문제없이 다닐 수 있고, 대기업에 경력으로 입사해도 마음만 먹으면 5년 이상 다니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은 2-3년 주기로 이직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평가가 안 좋을 경우는 회사에서 퇴사 패키지를 제공하거나 PIP 제도가 진행되기도 한다.


PIP는 '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의 약자로 '저성과자 역량 향상 교육'이라고 부른다. PIP는 외국계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였지만, 최근에는 여러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다. 저성과자에게 멘토링이나 코칭 제도를 통해서 역량 향상을 목적으로 진행이 되지만, PIP 제도를 겪을 경우 해당 회사에서 커리어를 오래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때로는 직원 해고가 어려운 상황에서 퇴사 명분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사용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고성과자의 경우도 이직에 대해서 빈번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이 외국계 기업의 딜레마다. 승진을 하거나 성과급이 주어져도,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오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외국계 기업의 인재풀은 대기업에 비해서 크지 않고, 동종업계일 경우 인맥으로 인해서 타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의 퍼포먼스도 업무를 하다 보면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서 내부/외부 인재 추천이 자주 일어나게 되어서 좋은 인재의 이직이 종종 일어나는 곳이 외국계 기업의 특성으로 보면 된다. 또한 O명의 직원이 이직을 하게 되어 TO가 생기면, 이를 채용하기 위해서 O명의 직원 이직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도미노처럼 유사한 포지션의 연쇄 이동이 발생한다. 1년에 상반기/하반기 이직 시즌에 일어나는 현상이고, 앞에서 언급했던 스포츠팀의 선수들이 트레이드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 경험하기에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과 경력사원으로는 추천하고 싶지만, 신입사원으로는 그리 추천하고 싶은 생각은 덜하다.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이 인수인계나 교육 시스템이 우수하게 제공되고 보다 긴 호흡을 갖고 인재를 양성한다고 볼 수 있는 반면에, 외국계 기업은 빠르게 적응하고 업무 성과를 바로 낼 수 있는 인재를 원하게 된다. 고생 끝에 성과를 내었다고 하더라도 계속되는 평가와 본사의 영향력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기에 신입사원이 적응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한국에서 프로야구(KBL)를 경험하고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해서 성공할 확률이, 바로 MLB의 주전 선수로 뛰어서 성공할 확률보다 더 높을 수 있기에, 외국계 기업에 대한 진출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본인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특히 영어)에 대해서 강점이 있는 인재라면 외국계 기업이 더 맞을 수도 있다. 대기업에서는 폭넓게 활용되는 인재(Generalist)를 선호한다면, 외국계 기업은 바로 실무에 투입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인재(Specialist)가 부각될 수 있다. 본인의 성과에 대해서 퍼포먼스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꿈이 있을 경우 외국계 기업에서 커리어 패스를 밟아나가는 것은 추천할 수 있다.


외국계 기업에서의 실력은 50%는 전문성과 50%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통상 이야기한다. 엔지니어의 경우는 전문성이 보다 강조되지만, 장기적으로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어 (영어)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추천(Recommendation) 제도를 통해서 채용 인터뷰를 볼 수 있고, 채용 시 평가에도 혜택이 있을 수 있기에 외국계 기업에 네트워크가 있을 경우 일해보는 것도 손쉬울 수 있다. (현재 재직자의 추천은 그 어려운 외국계 기업 HR의 Direct Call을 수 있는 매직 패스이다). 이로 인해서, 외국계 기업 내에 라인이나 파벌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에 입사 전에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한국에 있는 외국계 기업은 결국은 해외 본사의 법인으로 역할이 제한된다고 언급했다. 좋은 인재로 더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국계 기업을 넘어서 현지 HQ나 아시아 RHQ로 진출하는 목표를 가지길 바래본다. 유학을 가서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보다는, 유학을 간 지역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한국으로 건너오는 커리어 패스를 추천하고 싶다. 한국도 이제는 세계 속에서 중요한 시장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을 넘어서 현지에서 실력을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인재들이 많아지고 있다. 꿈을 크게 갖고, 글로벌하게 활동하는 한국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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