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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Dec 11. 2021

Prologue,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걸까?

쉰이 넘었다. 그리고 월급을 받는 직장인을 벗어난 지도 벌서 4년이 넘어가고 있다. 27년간 직장생활을 했으니 이골이 날 만한 시간을 지나 이골이 난지도 모르고 다닌 시절이었다. 


첫 출근 하는 날 이불 보따리를 들고 공장입구에서 어리버리 택시를 내리던 그 날부터 마지막 퇴사를 하면서 짐을 정리해서 퇴근하던 그날까지 늘 머릿속에 뱅뱅 돌던 생각은 바로 이거다. 


"나는 직장인으로 어울리는가?" 


그 생각을 27년간 머리에 담고 매일 아침이 되면 기계처럼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마른 목구멍으로 음식을 구겨 넣고 신발을 신고 엘리베이터를 초초하게 기다리며 빨간 버튼을 눌렀다. 내가 바쁠 때마다 엘리베이터도 바빴다. 바쁜 엘리베이터는 나만큼 바쁜 사람들을 태우고 내려오느라 힘들었는지 매 층마다 쉼을 가졌다. 

 

27년간 근무하는 동안 출근하는 길은 푸쉬맨에 밀려 들어가던 빼곡히 들어찬 지하철에서 지정주차장이 있어서 편하게 주차하고 설렁설렁 개인 사무실로 출근하는 상황까지 업그레이드가 되었지만 내 마음 속의 질문은 여전했다. 


"나는 직장인으로 정말로 어울리는가?" 


늘 야단맞고 명령만 받던 사원에서 팀장과 팀원을 거느린 임원이 되었지만 나의 생각은 여전했다. 직장인으로서의 내 모습과 내 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본래의 나와 간극은 점점 커졌으니까. 


직장생활은 어려웠다. 원치 않는 정치판의 한 가운데 있어 보기도 했고,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누명도 써봤고, 또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에 서 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모든 일들이 단 순간이었다. 한 번의 빛을 받으면 그 다음은 나락이었고, 나는 늘 다시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전전긍긍 머리만 아팠다. 그런 생활을 하고 나서 지금 혼자 일을 하고 있는 중이나 나는 여전히 일을 좇고 시간에 좇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도대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기에 관성처럼 이렇게 밀려가고 있는 것일까? 늘 하는 말이 "이렇게 살려고 퇴사한 게 아닌데.."다. 


마치 회사에 다닐 때 "나는 직장인으로 어룰리는가"하는 화두가 늘 머릿속에 있었는데 그 화두가 형태만 바뀐 채 똑 같이 머릿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마치 코브라가 독이빨을 박아넣은 곳을 찾아서 대가리를 치들고 있듯이 말이다.  


나는 도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까? 24시간이 모자란다고 뛰어다니고 한번 일을 시작하면 밤이 되었는지 새벽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대낮에 책상에 앉았는데, 눈을 돌려보니 바깥은 어수룩한 밤이 되었고, 보다못한 남편이 방에 불을 켜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나,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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