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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삶 Oct 04. 2015

'가벼운 관심보단 따뜻한 기다림'

갑자기 다른 게 먹고 싶어.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친구 말을 듣고

신촌의 먼 길을 돌고 돌아 도착했던

패스드 푸드점.


분명 계속 그  생각이나서 왔는데

그 앞까지 가서

문득

친구의 마음이 바뀌었던 기억.


"어떻게 하면 좋죠?"


원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해서 오랜 길을 달려온 후배들.


막상 내 길이라 생각한 곳 그 끝,

이제 막 나가는 문 앞에서

전혀 맞지 않는 길이라고 느끼는

그런 순간들.


"형이 유일하게 그렇게 말했어요."


친한 후배가 오랜 생각 끝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걸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내게 어떻게 하면 좋냐는 질문


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고 대답하던 기억.


"남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그 말에,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렇게 대답했.



"뒷 머리에 약이 덜 발라졌구나"


중학교 시절,

학교에 갔을 때 성적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서운해,

방학이면 노랗게 물들인 머리로

소심한 반항이 하고 싶어 졌던 때.


혼자 머리 이곳저곳에

약을 바르는 사이

뒤에서

손이 닿지 않는 곳을

빗으로 채워주시던 어머니.


"핸드폰을 버려야겠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

언젠가 먼 미래에 만나게 될

내 자식을 생각하며

처음으로 새 출발 하며  결심했던 일.


스스로 하고 싶어

다니던 학원도 그만두고

거실에 있던 텔레비전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웠던 기억.


"이제 제 머리는 제가 자르려고요."


대학에 가겠다며

그동안 조금 씩 모아두었던 돈으로

이발 기기를 하나 사서

스스로 머리를 짧게 자르던 순간에도,


그렇게

말없이 지켜보시던.


네 마음은 이미 길을 정한 것 같아.


이별을 고민하며 찾아온 사람들

진로를 고민하며 찾아온 사람들

해답을 찾으러 왔지만,

스스로 말하는 순간에도

이미 각자의 마음은 알고 있는.


"말하다 보니 알 것 같아."


마치 누군가에게 답을 얻은 것 같지만

말없이 앉아

몇 시간 동안 귀를 내어준 것만으로

스스로 내면의 답을 깨닫는 사람들.


굳이 조언해주지 않아도

그리고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마음 안에 빛나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여보세요?"


몇 달 동안

각자의 삶에 정신없이 지내다

오랜만에 연락되었던 친구.


통화 첫 목소리에,


"무슨 일이야?"


나도 모르게 그렇게 물어볼 때,

친구가 신기해하며 지난 일들을

털어놓던 기억.


얘기하고 싶을 때 얘기해도 돼.


서두르지 않아도,

마음이 원하면

언제든 알려줄 테니

그렇게 차분히 시간을 두는.


결국

실컷 마음 안의

답답함을 풀고 나니

마음 안의 가려진 먹구름이

사라져감을 깨닫는.


"결혼하고 뭐 좋은 소식은 없어?"


"취업은 잘 돼가고?"


명절 때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에 관한 기사들.


그럴 때마다 문득 작은 희망을

하나를 갖게 되는 건


가벼운 관심보다

따뜻한 기다림이

때론 마음을

포근히 감싸준다는 걸,


몇 마디 조언보다

때론 그저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것이

서로를 위한 길이라는 걸,


누군가는 알고 있겠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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