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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영 Feb 28. 2020

코로나 번아웃

긴 칼 대신 에탄올스프레이를 옆에 차고- 

한달에 한 번꼴로 주차장 찍고 다시 올라와 잊은 물건 챙겨가는 나에게 요즘같은 나날은 괴롭다.  버튼누르기용 스틱과 에탄올 스프레이까지 챙겨야 할 게 두개나 늘었기 때문이다. 이 두 개를 신발장 위에 올려두고 들고날 때마다 챙기는데 빠진 날은 핸드폰 두고 온 날보다 더 불안하다. 창으로 명성교회의 교구당이 바라보이는 강동구민이자 송파구에 작업실이 있는 처지라 평소의 털털함은 간데없이 극예민보스가 돼버렸다. 손소독제를 차 안에 두고 다녀서 망정이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개인위생아이템만 한 보따리 아니냐고. 대상없이 폭발하는 짜증과 불안감. 이런 상황은 정말 비정상이야.


주말이 코앞인 금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종일 내리는 비에도 영상을 유지하는 2월의 끄트머리. 바야흐로 한발짝 앞에 봄이 와있다. 봄이 온다고 해서 상황이 급반전할리 없지만 모든 것은 앞으로 나아가게 돼있다. 그러는 한 언젠가는 끝에 닿지 않을까. 


...그래 말이 쉽지. 


이러이러한 걸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작업실에 나왔지만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파일을 열었다가 망연히 바라보다 닫았다. 창 열어 빗소리를 조금 듣다가 세 걸음이면 끝나는 작업실을 왔다갔다하다가 에라잇 청소를 해버렸다. 비오는 날 청소하면 의외로 개운하다. 청소가 끝나고 효과음처럼 들리는 빗소리 때문인가.  


코로나 번아웃이 왔나.  


아직 오지도 않은 주말과 오다가 일시정지된 새봄이 염려된다. 당장 지금은 며칠전에 도착한 로넨펠트 레몬스카이티에 위로받고 있다. 향긋한 단내. 제일 중요한 건 오늘을 버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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