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 남은 인연
기억하기 싫은 것들은 폐에 눌러 붙는 타르마냥 기억 상자 밑 바닥에깔려 너덜너덜해진체로
매일의 기억이 쌓여도 덮어지지 않았는데. 기억하기 싫었던 것이 새까맣게 기억이 안나는걸 보니
나도 모른새에 머릿속에 청소차가 왔다 갔나 보다.
잊는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어떻게든 잊혀지는 것을 보니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황할 순간에 오히려 맘이 편해지는 것을 보니 나도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의 곱절이 흐르면 너의 얼굴도, 너의 목소리와 체취도 다 잊을 수 있을까.
내 어린날, 어린 사랑을함께하고 모난 나를 보듬느라 온 몸과 마음에 생채기가 났던 너,
그리고 오랜 시간이 다시 만난 나에게 그 상처를 토해놓고 떠났던 너.
우리는 서로에게 사랑이 아니라 상처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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