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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쟌트 Apr 12. 2022

[D+141] 육아휴직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외벌이 아빠의 육아휴직 신청 

2022.04.11(월)

"육아휴직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업무가 오고가는 회사메일함에 짧은 제목의 메일이 수신되었다. 짧디 짧은 제목이었지만, 나는 그 어느때보다도 긴 호흡으로 메일을 클릭했다. 간단한 본문속에 첨부된 '휴직시 안내사항'은 그간 10년정도 다닌 회사에서 당연하게 받아온 혜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다는 긴 문서속에 적혀있었다. 육아휴직면담을 하고, 육아휴직 신청을 할때까지만 해도, 이런 감정이 아니였는데.. 막상 휴직에 대한 완전한 결재가 끝나고 나니 마음이 좀 이상했다. 싱숭생숭하다. 심란하다. 뭐 이런 표현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감정이라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입사후 9년 9개월 만에 시작하는 잠깐의 휴식기가 나에게 꽤나 크게 다가왔다. 


휴직을 신청하게된 계기에는 아내의 요청이 있었다. 내가 회사에 가있는 동안 아이를 혼자 돌보기를 조금은 버거워했다. 으레 육아를 하는 모든 엄마들이 그런다고 하기에는 아내의 건강상태가 좋진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며, 이 힘든 과정들을 직접 눈으로 보게됐다. 아내도 아이도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나 걱정됐다. 잠깐씩 재택업무공간을 벗어나 가정의 공간으로 진입해, 갑자기 번진 육아현장의 화재를 소화기로 급한 불을 끄는 역할을 내가 맡았다. 업무를 할 때는 아이가 울어도 나오지 말라는 아내의 말을 쉽게 들어줄 순 없었다. 게다가 회사에서도 요즘 사람들도 빠져나가면서 일의 업무가 쌓여갔다. 일도 육아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어중떠중한 상태였다. 그러다 어느 주말 근처 카페에서 아내가 진지하게 말을 했다. 


"자기야, 육아휴직을 내면 안될까?"


사실 '육아휴직'은 결혼할 때 부터 하고 싶었다. 여자에게 육아를 전담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결혼 당시에는 맞벌이였는데, 이 자그마한 아이를 누구에게 맡기기보다 부모손에서 키우는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건강상의 이유로 아내가 퇴직을 했고, 이후 쭉 외벌이를 살면서 '육아휴직'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만 실행할 수 없는 그런 단어로 인식됐었다. 나도 아이를 위해 하고싶었으나 '갑작스럽게 줄어들 경제적인 격차를 이겨낼 수 있을까?' 부터 떠올렸다. 이리저리 찾아봐도 현재 대기업 10년차에 받는 연봉에서 고용보험에서 주는 육아휴직급여는 너무 격차가 커도 컸다. 


이러한 상황에 절대 안될 것 같았던 내 마음을 움직인건 아내의 설득과 간절함이다. 육아휴직이 비단 자신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 그리고 요즘 나를 보며 회사생활로 받는 스트레스가 꽤 큰 것 같다는 말. 두 가지 말 모두 맞는 말이었다. 오래 달려온 만큼 잠시 쉬면서 가정에 충실해보자는 아내의 의견이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닥칠 경제적인 문제는 잘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내 연금을 깨겠다' ,'1일 1식만 하겠다' 하는 아내의 간절함이 나를 확신에 차게 만들었다. 


다음날, 바로 직장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육아휴직을 내겠다'고 했다. 그래도 요즘엔 남자들의 육아휴직도 잦은 편이여서 크게 놀라거나 하시진 않았다. 여러방안들로 상사는 조금이나마 일을 하는 시간을 할애했으면 했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신경을 1이라도 쓰고 있는 경우, 내 성격상 일처리를 하고 들것 같아 완곡히 거절했다. 


인수인계기간 약 1달여정도를 남겨두고 신청한 육아휴직이 오늘 상사 및 인사부의 결재가 끝났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던 생활과 다른 삶이겠지만, 5월부터 시작 될 우리 가정의 1년간의 삶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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