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여일삶 밀레니얼 여성 창업가 인터뷰 시리즈 ‘윌로’ 강다겸 대표님 편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도, 그리고 매일 보는 뉴스 & 각종 소식에서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 속에서도 ‘건강'이라는 화두는 계속해서 우리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안부 인사로 ‘밥 먹었니?’ 같은 말보다 ‘(코로나로부터) 괜찮은지?’를 더 많이 묻기도 하죠.
이런 시대에 남녀노소, 국경을 넘어 사랑받을 수 있는 디지털 헬스 케어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여성 창업가가 있습니다. 창업에 대한 꿈으로 인생 처음으로 부모님 말씀을 거역한 경상도의 K-장녀! 어렵게 통과한 고시마저 포기하게 만든 이유, 무엇이었을까요?
나만의 PT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오는 ‘윌로'를 만들고 있는 강다겸 대표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 ‘건강한 삶'이라는 기준으로 선택을 해나갔다는 창업기, 지금부터 들려드릴게요.
인터뷰 진행 및 편집 : 스여일삶 박민정 & 김윤진 에디터
Q. 안녕하세요 대표님, 우선 대표님과 윌로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윌로'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 ‘앨리스헬스케어’의 대표 강다겸입니다. ‘윌로’는 모션 인식 기술을 이용해서 사용자 운동 동작을 분석하고, 자동으로 운동 코칭을 해주는 솔루션입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홈트레이닝, 키즈 서비스 등을 운영하면서 방향성을 다양화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윌로를 1년 조금 넘게 운영을 하다가, 최근에는 ‘윌로키즈’라는 어린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어요. 윌로키즈로 피벗 한 지 한 달이 더 됐네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제 소개를 간략히 드리자면, 저는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했어요. 국회나 NGO 혹은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고 싶었는데, 갑작스레 부모님이 원하셔서 고시 공부를 하게 됐어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창업을 시작한 2014년에 배달의민족 같은 서비스들이 부흥하기 시작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알게 되었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더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스타트업 씬에 들어오게 되었고 지금은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셜 임팩트 위주의 창업을 장려하는 임팩트 MBA에 다니고 있어요.
Q. 지금도 공부를 하고 계시는군요. 졸업 후에 고시 공부를 하시다가 창업을 하신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창업을 선택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릴 때는 제가 뭘 해야 할지도 몰랐고, 경상도의 흔한 말 잘 듣는 딸이었어요. 부모님도 엄하고 시키는 대로만 잘하려고 노력했죠.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뭘까 고민했는데 케이팝 댄스더라고요. 그래서 케이팝 댄스를 외국인들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보려는 아이디어로 2014년도에 창업을 했어요. 그 이후로 피벗을 많이 거쳐, 지금의 윌로까지 오게 되었죠.
Q. 그럼 창업을 안 하셨으면 그냥 고시를 끝까지 다 보셨겠네요.
네, 맞아요. 그 이후에는 회사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을 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 같아요. 근데 그때 공부를 하면서도 ‘아, 나는 입사하더라도 금방 그만두고 나올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는 못 살겠다’ 그런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2014년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좋은 서비스를 잘 만들면 사람들의 일상이 바뀔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어요. 그 당시만 해도 ‘스타트업'이나 ‘창업'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았고, 이런 비전을 갖고 스타트업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게 저에게는 일종의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창업을 결심하게 된 셈이죠.
Q. 케이팝 댄스 플랫폼이라는 아이디어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인공지능 기반 개인 맞춤형 운동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잖아요. 어떤 여정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창업을 시작했을 때 저만의 세 가지 기준이 있었어요. 국경, 시대, 그리고 남녀노소에 구애를 받지 않을 아이템을 찾자! 저 세 가지 기준에 맞는 아이템이 디지털 콘텐츠나 헬스케어 영역이라고 생각했죠.
게다가 동생이 어릴 때 많이 아파서, 일찍이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느낀 것도 있어요. 처음에 케이팝 댄스로 창업을 했던 것도 재미있게 몸을 움직이면 좋겠다는 맥락이었고, 지금의 윌로 서비스를 하게 된 것도 사람들이 건강하게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죠.
제가 고시 공부를 하는 학생이었을 때, PT (퍼스널 트레이닝)를 받고 싶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고 시간이 안 나서 못 받았거든요. 이후 PT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니까, 회원 상태를 파악하고 커리큘럼을 짜주고 운동을 제대로 하는지 봐주는 관리 시스템이더라고요.
그런데 PT 선생님마다 노하우가 다르고, 실력 편차가 크기도 해서 아쉬운 점이 많기도 하잖아요? 이런 페인 포인트를 보완해서 PT 프로세스를 정량화, 시스템화해서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Q. 인공지능을 접목한 헬스케어 서비스 중에서 윌로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대표님만의 철학이나 비전이 서비스에 녹아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코로나 때문인지, 저희랑 비슷한 서비스들이 많이 나오면서 저희만의 차별점이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어요. 윌로의 진정성을 보여 드리고 싶었고, 여성 대표가 가질 수 있는 목소리와 ‘나다움’이라는 가치를 많이 내세웠어요. 비슷한 서비스들은 대부분 40~50대 남성 대표님들이 만들고 있는데 저희만 유일하게 2030 여성 고객과 비슷한 감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동시대 여성이 만드는 서비스였거든요.
요즘에는 ‘나다움'에 관련된 콘텐츠가 많잖아요, 저는 여대에서 공부해서 그런지 ‘나다움’을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생기기 전부터 여성의 주체성에 대한 가치관이 일찍 생긴 편이에요. 이 가치관 덕분에 제가 창업을 도전하기도 했고요.
기존에는 여성들의 운동이라고 하면 다이어트, 몸매 관리, 혹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미적인 강박 때문에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많았잖아요. 저는 이러한 색을 빼고, 내가 일을 잘하고 나를 위한 삶, 나 다운 삶을 잘 살기 위해선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많이 내려고 했어요.
Q. 지금 한 달쯤 되었다고 말씀해주신 ‘윌로키즈’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여쭤보고 싶어요. 아이들을 위한 운동 서비스를 만드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윌로 서비스를 시작할 때의 타겟은 2030 여성이었어요. 근데 서비스를 운영하던 중에 오히려 30대 어머니들이 윌로를 쓰시면서 ‘우리 아기가 더 좋아해요’라는 사용자 리뷰들을 종종 남겨주시는 것을 봤어요. 아이들이 운동할 때 TV 화면이나 PC 화면 안에 나오는 자기의 모습을 매우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30명 정도 어린이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봤는데, 역시 어린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반응이 좋아서 빨리 피벗을 하게 되었어요. 몸으로 움직여서 화면 속의 물방울을 터뜨리는 식으로, 재미있는 게임처럼 풀어가고 있어요. 8월 말에 베타 오픈을 했고 서비스를 고도화해서 내년 초쯤 정식 오픈을 할 예정이에요.
Q.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다시 헬스장을 찾는 분들이 많아질 것 같은데요, 엔데믹에 대비하는 윌로의 자세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저희가 사실 윌로 서비스를 팬데믹 때문에 만들었던 건 아니에요. 맨 처음에 시작했을 때, 결국에는 모든 것이 개인화 및 맞춤화가 된, 집에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스마트 홈’ 개념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봐서 이 서비스를 시작했었어요. 팬데믹 전에도 젊은 여성 분들은 ‘홈트 (홈 트레이닝)’를 많이 하셨어서 저희도 2030 여성을 타겟으로 한 것이고요.
그래서 팬데믹 때문에 큰 수혜를 받지도 않았고, 반대로 혜택을 안 받지도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곧 팬데믹이 끝나가는데 어떡할 거냐’는 질문을 해주시는데, 최근에는 저희가 윌로키즈에 집중을 하면서 팬데믹으로부터 많이 벗어나고 있습니다. 디지털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양육자 덕분에 키즈 테크 시장이 커지고 있고요.
또 다른 면으로는 저희가 B2C 서비스 판매뿐만 아니라 기술 판매도 진행하고 있어요. ‘모션 인식’ 기술 자체를 삼성생명이나 혹은 다른 기업들에게 판매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삼성생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보험 가입 고객들이 운동을 하면, 운동을 제대로 했는지의 여부를 파악해서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리워드를 받을 수 있는 형태로 기술을 활용하고 있기도 해요.
Q. 서비스 특성상 다른 회사에 비해 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계신 것 같아요. 대표님은 회사 구성원들과 어떤 방식으로 일하시고 소통하시나요?
저희 팀은 운동처방사, PT 트레이너, 브랜드 매니저, 영상 제작자, 머신러닝 엔지니어 등등 다양한 분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조직 문화가 잘 잡혀 있고 오피스 없이 전체 원격근무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었을 정도예요.
그리고 모두 각 분야별 전문가 분들이라 서로 신뢰가 깊어요. 안 보이면 ‘저 사람 일 안 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없어요. 불필요한 규칙이나 제약들이 없기도 해서, 이런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팀원들이 스스로 잘하고 있고요. 저도 각 전문가 분들의 영역을 존중하고, 제 생각을 앞세우기보다는 그분들이 내린 결정을 믿어요. 일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니까요.
Q. 창업 후 가장 어려웠던 순간, 반대로 가장 보람차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저는 문과거든요. 초창기에는 신뢰할 수 있을 만한 동료, 그중에서도 특히 개발자를 뽑는 것이 힘들었고요, 최근에는 모두가 그렇겠지만 프로덕트 마켓 핏(PMF)과 방향성을 잡는 것이 제일 힘들었어요.
윌로키즈를 하면서 방향성이 잡힌 것 같아 걱정에서 조금 벗어났고요. 특히 키즈를 만들면서 전사가 목표 하나만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셈인데요, 여기에서 팀워크를 많이 느꼈고, 모두 힘을 합쳐서 만드니까 전우애도 생기고 재미있었어요. 같이 프로젝트를 잘 끝냈을 때 제일 보람찼고요.
그리고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듯이 고객 반응이 좋을 때가 제일 즐거운 순간이지 않을까요. 윌로키즈를 예로 들자면, 부모님의 피드백은 좋은 점들만 써주신다고 생각을 해서, 아기들의 표정을 오히려 더 많이 봤는데요. 모든 아기들이 웃고 있었어요. 저희 팀끼리 ‘아기들이 웃으면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모두 웃고 있어서 매우 기억에 남습니다.
Q. 이전에 윌로에서 인플루언서분들과 같이 운동 챌린지를 진행하셨는데 윌로 키즈도 브랜드 관점에서 협업을 통해 재미난 일들을 많이 해주실 예정인지 궁금해요.
저는 프로덕트에서 UX랑 브랜딩 이 두 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마 브랜딩 관련된 프로젝트들은 계속해서 하게 될 것 같아요. 윌로키즈는 최근에 피벗한 터라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다양한 방면으로 많은 분들, 많은 브랜드들과 협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늘려 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기존 성인용 홈트 시장과 달리, 키즈 시장 안에서는 윌로키즈와 비슷한 서비스가 아직 많지 않아요. ‘AI 기술을 활용한 성장 목적의 디지털 콘텐츠’라는 윌로키즈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어요. 예를 들면, 아기상어 핑크퐁도 저희의 파트너로 보고 있고요. 협업의 기회들을 많이 준비하고 있어요.
Q. 윌로를 통해 대표님이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윌로의 시작부터 지금의 서비스로 만들어오기까지, ‘건강한 삶’이라는 키워드는 유지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운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한 삶을 위한 전방위적인 서비스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예를 들면, 대상이 확장되거나 제공하는 서비스가 운동, 수면, 음식, 건강기능식, 정신 건강으로 다양하게 확장될 수도 있고요. 제 동생이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는데 약과 운동 처방을 함께 주시더라고요. 그때 정신 건강도 신체에서 온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Q. 그렇다면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건강한 삶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게 건강한 삶이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에요. 꼭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결국 같이 맞물린다고 생각하고요. 건강한 멘탈을 가지려면 건강한 신체가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Q. 그래도 여전히 창업자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대표님만의 일과 삶을 지속하는 노하우나 건강 관리, 아까 말씀 주신 것처럼 멘탈 관리도 되게 중요시하시는 것 같아요. 노하우 같은 게 있을지 궁금합니다.
일과 삶의 밸런스는 없고요. (웃음) 그냥 저는 일이 좋아서 오히려 일을 안 하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에요. 삶 자체가 일에 최적화되었다고 할까요. 개인적인 삶도 다 일에 맞춰져 있어요.
또 하나는 멘탈 관리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른 대표님들은 어떠실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터부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창업 초창기부터 조금씩, 심각해지기 전에 미리미리 병원에 가서 상담도 받았어요. ‘창업자’로 산다는 게 보통의 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저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멘탈 관리는 미리미리 하고자 합니다.
Q. 조금 더 나아가서 운동이나 윌로를 사용해서 건강 체력 관리 같은 걸 하시는지 또 궁금합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특별히 신경 쓰고 ‘신체적인’ 관리 같은 게 있을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돼요? 사실 개인적으로 체력 관리는 잘 못하고 있어요. 대표한테는 멘탈 관리가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서요. 멘탈 관리를 꽤 오랫동안 했던 거, 그게 저에게는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체력은 외부 일정들이 많아서 돌아다보니까, 자연스레 되고 있고요. 오히려 정신이 피폐해지면 몸도 같이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멘탈 관리 쪽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어요.
Q. 앞에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전의 윌로 블로그나 뉴스 레터에서는 ‘나다움’을 많이 강조하셨었고, 윌로를 만들어 가셨었는데, 대표님만의 ‘나다움’이라는 건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여대에 다니시면서 주체적인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일찍이 깨달으셨다고 말씀 주셨었는데 그런 것과 ‘나다움’이라는 키워드가 연관될 수 있을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가 ‘자기 결정권’이예요. 내 삶의 결정권을 내가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 ‘나답게 사느냐 아니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의도에 휘둘리거나, 내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스 라이팅을 당한다거나 그런 게 많이 있잖아요.
저는 본가가 굉장히 가부장적인, 경상도 집안이거든요. 그래서 거기에서 벗어나서 창업을 하는 것부터 완전 새로운 삶이었어요. 그때부터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을 하고요. 지금까지는, 특히 창업하고 나서 나답게 사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에 창업이 아니었으면 엄청 스트레스 많이 받고 힘들게 살았을 것 같은데요. 창업을 해서 오히려 제가 모든 걸 결정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다른 분들도 창업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요. 물론 정말 많이 힘들기는 하지만요.
Q.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것, 그게 굉장히 큰 힘을 주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대표님, 미래에 또 새롭게, 혹은 또 다르게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저는 전공도 그랬지만 계속 뭔가 ‘많은 사람들한테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고요. 아마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일을 하는 분야에는 계속 있을 것 같아요. 스타트업이던 정치던 민간 영역이던 간에요.
제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서 그런가, 정치가 제일 먼저 떠오르기는 했는데요. 창업자를 도와주는 일을 한다거나, 창업자를 위한 법을 만드는 일, 혹은 창업자를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쪽에 있을 것 같아요.
Q. 대표님 삶에서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주었던, 혹은 영감을 주었던 책이나 글, 롤 모델 등 다양하게 대표님의 레퍼런스가 되었던 것들이 있을지 나눠주실 수 있나요?
대학교 때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때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라는 책을 읽었거든요. 그 책이 제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주었어요.
롤 모델은 한 분을 꼽기는 어렵고, 멋진 언니들 좋아해요. 박세리 감독님이나 김연경 선수처럼, 자기 영역에서 정상을 찍은 사람들에게는 모두 다 배울 점들이 있어서 그분들을 꼽고 싶어요.
Q. 대표님도 저희에게 멋진 분이에요. 계속해서 벽을 부수는 사람이었단 생각이 들어요. 스여일삶의 올해 슬로건이 BREAK THE WALL 인데요, ‘대표님만의 벽을 부수는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어떻게 보면 뻔한 답변일 수도 있긴 한데요. ‘일단 저질러 보는 거.’ 저는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원래 되게 소심하고 엄청 내향적이었던 사람이에요. 그냥 내향적인 게 아니라, ‘내향의 끝’일 정도로요.
그런데 창업을 하니까 직업적으로 발표할 일이 정말 많은데, 제 기본 성향은 발표를 못 하는 사람인 거죠. 지금 창업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발표를 할 때마다 안정제를 먹고 발표할 정도로 발표 불안이 심해요.
그만큼 제 본성과는 많이 반대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 걱정 때문에 제가 시작을 못 했으면 아무것도 안 되었을 것 같아요. 벽을 부수는 노하우는 ‘일단 그냥 막 저질러 보는 거’예요. 저질러 놓으면 어떻게든 또 끌고 나가게 되더라고요. 주변 생각 안 하고 일단 실행해 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안 하고 후회하는 게 더 끔찍해요. 그래서 후회하는 것보다 일단 저지르는 걸 추천해요.
Q.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장녀로 크셨다고 했는데, 대학도 잘 다니다가 고시 본다고 해놓고 ‘창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맨 처음에 부모님께서 뭐라고 하셨는지 궁금해요.
싫어하셨어요. 왜냐면 고시 1차는 붙었거든요. 1차가 붙었는데도 안 하겠다고 하니까 더 반대하셨죠. 그게 아마 제가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는 선택을 하게 된 첫 번째 일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에는 부모님이 못 이기고 따라주셨지만요.
Q.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안 하고 저지르셨을 때, 사실 조금 두려움도 있으셨을 것 같거든요. 그때는 지금의 윌로 모습도 아니었고요. 근데 어떻게 어디에서 용기가 더 나셨는지, 또 아까 문과라고 하셨었는데 기술 기반인 일을 하겠다고 하셨을 때의 두려움들은 어떻게 풀어나가셨는지 조금 더 궁금해졌어요.
그때 제가 회사를 시작하기 전에 투자를 먼저 받았어요. 그래서 ‘봐라, 나를 믿고 이렇게 투자해 준 사람이 있을 정도니까 이제 해보겠다’ 말씀드리고 당당하게 증거로 들고 가서 설득을 했었던 것 같아요. 무작정 저질러 두긴 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나 이제부터 시작할래!’ 이러진 않았어요. 투자를 먼저 받았던 걸로 들이밀었어요.
일단 투자를 받았다고 하니까, 그러면은 해보라고 하셨고요. 제가 26살에 시작했는데 “30살까지만 내 마음대로 한번 살아볼게요”, 이렇게 시작을 했었고 하다 보니까 30살을 넘겼네요. (웃음)
Q. 창업을 꿈꾸고 계신 분들에게 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는 창업을 하면서 되게 성숙해졌어요. 그 전에는 되게 온실 속 화초 같이 살았었는데 지금은 무인도에 떨어뜨려 놓아도 살 수 있어요. 다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거든요.
창업을 하게 되면, 창업을 안 하면 안 겪을, 세상의 온갖 일들을 다 겪게 되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일들이 제 삶을 좀 더 풍요롭고 성숙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주변에 창업을 많이 추천하고 있어요. 각오를 해야 할 만큼 너무나도 당연하게 많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되게 배운 게 많았다. 그러니 많은 분들이 꼭 한 번쯤은 자기 비즈니스를 해보셨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요.
어쩌다 보니 스여일삶 뉴스레터로 전해드리는 올해의 마지막 인터뷰가 매일매일 건강한 삶, 나답게 사는 여성 창업가의 이야기가 되었네요. 두 에디터가 강다겸 대표님께 느꼈던 것처럼 구독자 님도 ‘나답게, 건강하게 살기'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을 것 같아요. 다음번 인터뷰를 전해드리는 그날까지 나다움을 지킬 수 있는 선택을 하며 후회 없는 하루하루를 채워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