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크립토) 거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구성안
요새 비즈니스적으로 가장 핫한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가상자산, 크립토 거래소 사업일 것입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는 2021년 작년 기준 매출 3.7조, 영업이익 3.3조라는 기엄을 토했습니다.
개인적인 이 한국증권거래소(KRX)의 매매체결 등 증권시장 IT 인프라를 개발하고 또 운용하는 회사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런 입장에서 만약에 가상자산, 즉 크립토 거래소 인프라를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기존에 한국 자본시장 IT 인프라의 환경을 고려하여 구축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생각을 하면서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시각적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어떠한 회사나 다른 이들에게 따로 검증받아본 적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예 그리지 않는 것보다는 틀린 그림이라도 한 번 그리고 나면 고치면서 좀 더 생각을 구체화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포스팅을 계기로 정리를 시도해봅니다.
우선 전체적인 큰 그림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굳이 `코스콤`이라고 표시한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에서) 코스콤이란 회사가 구축이나 운영 등 관여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 기능이라고 생각해서 표시를 해뒀습니다. 다만 제가 이 회사를 다니기는 하지만, 누구와 협의된 내용도 아니고, 공식적으로 검증된 내용도 절대 아니오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현재 기존 크립토 거래 앱들은 증권사의 MTS 기능을 포함하고 있지만, 저는 기존 국내 증권시장 인프라에 맞게 증권사, 금융투자회사, 즉 회원사라고 부르는 증권 중개자(broker)의 시스템을 별도로 분리해봤습니다.
위의 그림 중 투자자와 거래소간의 주문을 중개인이 전달해주는 그림입니다. 사실 이러한 구조는 개인이 증권거래소에 직접 주문을 내기 어려웠던 과거의 구조에 따른 것입니다. 다만 요새는 기술의 발달로 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B2C와 같은 영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겼기 때문에, 이러한 회원사, 중개인 시스템 체계가 없이 바로 투자자가 거래소 앱에 주문을 집행할 수가 있게 됐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무엇이 맞고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황마다 다른 구조를 채택할 수도 있고, 각각에 장단점이 있습니다. 현재 중개인이 빠져있는 구조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이 제거되고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거래소가 중개인과 거래소 역할 둘 다 한다면 이해상충의 문제나,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위험 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어서 회원사의 시스템을 조금 더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회원사는 거래소에 주문을 내주면서 동시에 고객의 예치금과 자산 등에 대한 원장관리를 해야 합니다. 이걸 예전에 업계 사람들은 원장시스템이라고 불렀습니다. 단순히 원장만이 아니라 미들오피스, 백오피스라고 부르는 컴플라이언스, 회계, 리스크 관리, 계좌관리 등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기능까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이 DeFi 기능을 회원사에게 포함시켰다는 점인데요. DeFi 전문 업체를 따로 두지 않고, 거래소에 대한 회원사가 가질 수 있는 기능 중 하나로 처리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거래소의 특성이나 제도가 정해지는 것에 맞게끔 얼마든지 R&R(Roles & Reponsibilities, 업무분장, 업무영역)이 정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자회사 형태로 다른 크립토 업체들과 합작회사(JV, Joint Venture)로 설립한 KODA와 KDAC을 예시로 삽입했습니다. 앞으로 시장이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규모가 확대된다면 커스터디 사업도 자체적으로 비즈니스 타당성 business feasbility를 갖추고 독립된 영역으로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전한 보관과 보안은 크립토에서 굉장히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거래소 자체 시스템과 구조를 살펴볼 건데요. 전체적인 그림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존에 영업을 하고 있는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등은 위에서 제시된 기능을 자체적으로 모두 올인원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체계적이지 않다고 비판을 할 수도 있고, 비즈니스적으로 리스크가 있다고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고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것저것 잡다한 신경을 안 써서 편리하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영역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눴는데요. 하나는 시장운영 및 제도 영역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시스템의 영역입니다. 우선 시장운영 및 제도의 영역을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우선, 종목을 올리려면 상장(listing)이란 것을 해야 합니다. 요샌 윤석열 정부의 공약으로 #IEO 에 대한 시장에 관심도 뜨거운 것 같습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코인 발행을 거래소에서 직접 하면서 동시에 상장한다는 의미입니다. 상장이라는 것은 거래소가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제3의 기관이나, 거래소끼리, 복수의 거래소가 설립하는 협회나, 나라나 당국에서 지정된 공적인 기관이 맡아서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일본의 경우 가상화폐협회에서 상장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심사를 통과한 종목만 거래될 수 있도록 정했다고 합니다.
제도 운영은 거래소 운영에 핵심입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느냐에 따라서 거래소의 시장 건전성과 흥망성쇠가 결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시장감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시장감시는 별도의 시스템을 구성할 수도 있고, 제도적인 영역으로 간주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이 그림에서 제도의 영역으로 포함시켜놨는데요. 이 부분은 수정될 수 있습니다.
요새는 트렌드가 AI 혹은 머신러닝 등으로 패턴 분석을 해서 이상 거래 시도를 잡아내려는 솔루션이 핫하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어느 업체가 잘하는지는 아직까지 춘추전국시대라 결론이 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공시 또한 거래소마다 현재 제각각이고 어떠한 통일된 요구사항이나 스탠다드가 없어서 카오스인 상태입니다. 공시나 정보 쪽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있는 업체는 크로스앵글의 쟁글 플랫폼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느 누가 독보적인 상태라고 말할 수는 없고, 앞으로 이 부분이 어떠한 식으로 정리될지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입니다.
이제 거래소 시스템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거래소의 기능별 구조를 좀 더 세세하고 복잡하게 나눌 수도 있겠지만, 가장 간단하게 나눈다면 위 그림과 같을 것 같습니다. 매매체결은 매수자와 매도자의 호가를 모아서 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거래소의 핵심 기능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기능을 매칭 시스템, 매칭 엔진, matching system, matching engine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만 이게 universal 한 표현은 아닙니다.
매매 체결된 것을 정보분배 시스템으로 실제 체결 데이터, 호가 데이터들을 real-time 실시간 기반 혹은 historical data 과거 데이터로 누적하여 정리하고 투자자나 이해관계자들에게 조회가 가능하도록 제공해야 합니다. 이러한 영역을 정보분배 시스템 혹은 기능의 영역으로 부를 수 있습니다.
매매체결과 정보분배가 끝이 아닙니다. 다양한 투자자들이 서로 n:n으로 거래되는 시장에서 btc, eth, xrp, dash, luna, usdt, krw 등 수많은 자산들이 서로 거미줄처럼 교환되고 엉키고, 대금과 결제의 지급이 정리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리하는 작업을 clearing and settlement 청산 및 결제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이 기능이 주목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유럽 같은 경우는 별도의 청산회사가 독립적으로 세워질 만큼 굉장히 중요한 역할입니다.
만약에 현재의 논의대로 복수 거래소, 즉 대체거래소 ATS가 생겨서 여러 개의 거래소가 더 생긴다면 이러한 청산결제가 통합된 하나의 중앙청산소, CCP, clearing house가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자본시장에서 krx(한국거래소)가 파생상품의 청산결제, 그리고 IRS 등 장외파생상품의 청산결제를 CCP의 역할로 담당하고 있는데 이것이 국제적인 스탠다드는 아닙니다. 외국에서는 이렇게 거래소가 청산소를 운영하기보다는 별도로 분리하여 불이행 위험 default risk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두었습니다.
당연히 크립토나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도 이러한 작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존 전통 금융 시장의 청산소와 디지털 자산의 청산소는 내용이나 특성, 역할 등이 다소 상이하기 때문에 전통 금융 청산소와는 별개로 크립토 등 디지털 자산 중앙청산소를 별도로 설립하는 것이 위험헷지 측면에서나 건전한 시장 조성 차원에서 올바른 방안입니다.
청산 clearing 작업이 끝나고 나면 이에 맞게 연결된 원화결제시스템과 지갑 관리시스템에 반영이 될 것입니다. 원화의 입출금과, 가상자산, 디지털 자산의 입출금이 이곳들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기존 체계로 본다면 은행의 가상계좌로 연동되어 원화결제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결제 관련 API를 제공하는 쿠콘, 세틀뱅크, 보난자팩토리를 예시로 넣어봤습니다. 저 업체들의 VAN기능을 사용한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은행의 가상계좌는 예시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을 넣어봤는데요. 이외에도 코인원과 업빗이 쓰는 농협은행의 계좌도 있습니다. 특정 은행의 선택 기준이나 우선순위 같은 건 없으니 참고용으로 보면 됩니다.
다시 결론적으로 위의 내용들을 정리하면 아래의 그림입니다.
업체에 대한 내용을 빼고 깔끔하게 기능별로만 정리해봤습니다. 이외에도 빠진 기능이나 내용이 있을 수 있고, 수정이 필요한 영역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혹시나 더 나은 정보를 알고 계시는 분들의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