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효과의 환상, 생각보다 많은 자산들은 서로 연결돼있다.
거시 경제 뉴스는 끊임없이 쏟아집니다. 2022년 8월 23일 현재 경제를 움직이는 키워드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Fedral Reserve)의 금리 인상 전망, 러시아의 노드스트림 가스관 폐쇄 소식으로 인한 천연가스 가격 상승, 서울 아파트 매매가 하락 등입니다.
국내 주식, 부동산 혹은 가상자산 등의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이 흔히 쉽게 착각하는 부분은 자산 가격의 단기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지엽적인 뉴스 내러티브로 설명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뉴스에서 나오는 키워드는 사후 편향적(lagging, hindsight)인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뉴스에서 나오는 정보들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과 필터링 없이 이러한 요인들이 주된 요인들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특히나 재미있는 현상은, 자산 가격의 상승이 주류인 시기에는 자산의 종류별(asset class) 상승이 시차를 두고 따로따로 일어나는 듯해 보이지만, 본격적으로 장기적인 하향 추세로 변화하게 되면 자산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일제히 동시에 하락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존에 사람들 사이에, 그리고 시장에 마치 상식적인 (?) 수준처럼 만연해 있는 서로 다른 자산에 대한 분산 투자 효과 (diversification effect), 즉 “계란을 한 바구니의 담지 말라”라는 격언과는 상충되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분산 투자 효과는 이른바 ‘대세 하락’ 혹은 ‘대세 상승’의 시기에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분산투자 효과’는 개별 자산, 혹은 자산군(asset class)의 ‘비체계적 위험(unsystematic risks)’을 헷지 하는 수단이지 시장 전체의 움직임, 즉 변동성 위험에 해당하는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s)’에 대한 헷지 수단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체계적 위험이란 개별 종목이나 자산이 고유하게 갖고 있는 위험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갖고 있는 종목의 회사가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호재, 악재나 사업실적이나 현금 흐름 같은 펀더멘탈의 변화 같은 것들이 해당됩니다. 개별 종목의 고유 위험이기 때문에 종목이 분산 투자할수록 변동성이 줄어들게 됩니다.
반면 체계적 위험이란 시장 자체에서 파생되는 위험을 의미합니다. 매크로적인 시장 전체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위험이기 때문에 시장의 참여하는 한은 분산 투자 정도와 여부에 상관이 없이 영향력 안에 있게 됩니다.
사실상 개인 투자자로서 시장 참여자 입장으로서는 시장 참여와 동시에 노출되는 위험이므로 헷지 할 수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단순하게 시장의 참여하지 않고 현금 보유하는 것만으로 해당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현금을 보유할 경우 현금의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세계화(globalization) 현상은 단순히 여행이나 물류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지난 수십 년간 금융과 자산시장 또한 강하게 세계화가 진행돼왔습니다. 세계화의 수준과 정도는 한 국가의 경제 발달과 수준이 높을수록 더 다른 국가들과 강하고 긴밀하게 연결되는 (tightly-coupled) 경우가 많습니다.
본래 부동산은 주식이나 다른 자산과는 다르게 부동성 (不同性)으로 인해 지역별로 비동질적(geographically idiosyncratic)이고 대체 불가능한 성격을 지닙니다. 지역별로 가격이 다르게 움직이는 본래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선진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들은 과거 몇 년 간의 국제적 금리 인하 기조로 인한 자산 가격 상승의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습니다.
뉴욕 등 미국의 주요 도시 및 주거지, 영국 런던, 중국의 주요 도시 및 신도시들, 홍콩, 캐나다, 심지어 일본의 부동산 가격까지 최근 몇 년간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해왔습니다. 이것은 지속적인 금리 하락으로 인한 대출 여력의 상승과 이자 부담의 경감, 그리고 부동산에 대체 불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 개선 등에 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금리와 부동산 가격이 항상 강한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 2016년부터의 지속적인 금리인하 기조로 인해 지금의 가격에 이른 것이기에 이번 하락세는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나 이러한 가설은 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인 헝다를 비롯한 다수의 부동상 개발 업체들이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가격이 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등 자금경색과 부동산 가격 하락이 강력하게 커플링 된 사례로 입증되고 있기도 합니다.
https://www.google.com/amp/s/www.hankyung.com/finance/amp/202208231368i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 시장의 가격 흐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상자산 업계와 주요 투자자들이 나스닥 trader 출신으로 많이 채워졌기 때문에, 며칠만 추적해보아도 daily 가격 흐름과 나스닥 시장 가격의 흐름이 강하게 연동(tightly-coupled)됐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러한 나스닥과 가상자산 가격 동조화 현상은 나스닥에서 테슬라 등 기술주나 밈(meme)주식 같은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은 종목이 강한 상승이나 하락 움직임을 나타낼 때 더욱 도드라집니다.
시장의 움직임이 상승이든 하락이든 뚜렷하게 나타날 때에는 비트코인과 테슬라와 같은 대장주나 업계 주도주의 움직임이 먼저 강하게 나타나고, 베어(bear) 마켓이든 불(bull) 마켓이든 큰 상승 후에 분위기가 형성되고 나면, 이더리움이나 좀 더 작은 시총의 알트 코인과 같은 (혹은 나스닥에서 밈(meme) 주식과 같은) 조금 더 작은 시총에 변동성이 높은 종목들의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현상이 지난 몇 년간 반복되어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작은 시총의 종목이나 자산은 상승은 개별 자산이 보유한 호재나 악재, 혹은 적절한 내러티브에 따라서 크고 작은 상승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시장 하락기의 경우, 일반적으로 호재와 악재의 크기 여부와 무관하게, 시장의 대세 하락을 이겨낼 만한 개별 종목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투자자로서 우리는 이러한 체계적 위험의 존재를 인지하고, 투자의사결정에 있어 이것들을 감안하고 행동을 해야 합니다. 또한, 시장 하락기에 있어서는 개별 자산의 비체계적 위험과 무관하게 일제히 자산 가격 하락의 동조화 현상이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면서, 그나마 비체계적 위험성이 낮거나 이것을 역이용할 수 있는 투자전략을 연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체계적 위험은 사람들이 말하는 이른바 마켓 타이밍과 연관됐으나, 이것을 의도적으로 제대로 헷지 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종목에 대한 분산이 아닌, 타이밍에 대한 분산을 통하여 위험을 헷징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