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균 미국변호사 Apr 20. 2024

복권에 당첨되어도 현재 일을 계속 하려는 이유

돈보다 중요한 것

사진 출처: https://www.citizen.org/news/dark-money-riders/

링크드인(LinkedIn)의 내 커넥션 중에 한 명이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다는 포스팅을 올렸다. 그 사람은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글로벌 대기업의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채용 공고를 보니 내 경력과 딱 어울리는 일이었다. 연봉 정보를 보니 하한선이 내가 받는 연봉의 거의 두 배였고 상항선은 거의 세 배였기 때문에, 살짝 돈 욕심이 생겨서 지원을 할까 말까 약 1분 동안 고민을 했다.


그런데 결국 관두기로 했다. 


왜냐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나는 역시 공무원 체질이라는 것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윤을 위해서 일을 한다(즉, 사기업 직원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파질 수 있는지도 4년 간의 개업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바 있다.


남의 돈 버는 일이 쉬운 게 아니다.


평생 동안 거의 휴가도 없이 열심히 일만 하신 부모님은 항상 말씀하셨다. 어렸을 때는 이게 잘 와닿지 않았지만, 대학생 때 과외를 하면서 조금씩 깨닫게 됐다. 그나마 과외는 돈 벌기 쉬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을의 입장이 되어보니 왜 부모님께서 저런 말을 하셨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나에겐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의미. 누군가는 직업적 보람, 업무의 만족도, 사명감 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겠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현재하고 있는 정부계약 비리감찰 업무는 결국 정부를 상대로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업체의 탐욕, 즉, 지나친 이윤추구 목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고속도로를 건설하려고 민간 건설업체를 고용한 경우 해당 업체가 100명의 인부를 고용한 것처럼 해놓고 실제로는 90명만 뽑은 채, 나머지 10명 분의 비용은 몰래 챙기는 것이나, 전투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은 미국산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한 채, 저렴한 중국산 복제품을 몰래 미국산인 것처럼 둔갑시켜서 차액을 챙기는 것이다.


왜 그런진 잘 모르지만, 이러한 사기꾼들은 개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보다 정부 및 군을 상대로 사기 치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거리낌, 양심의 가책을 덜 느끼는 것 같다. 정부 및 군 당국은 워낙 큰 예산을 집행하다 보니 자기가 그중에 조금 해 먹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과, 정부에 대한 이유 없는 불신(특히 미국인들은 정부를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꽤 많은 것 같다)이 한몫한다.


내 역할은 이러한 사기꾼들을 공공계약 시장에서 퇴출시켜, 정부의 자산을 보호하고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개인 혹은 기업의 이기적 욕망으로부터 공공의 이익을 수호하는 것이다. 돈보다는 직업적 의미를 찾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일이 있을까? 내 업무의 하이라이트는 그렇게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친 사기꾼들이 결국 법정에 서게 되어, 민형사 처벌을 받아 사기 친 만큼의 금액을 그대로 토해내고, 추가 벌금과 실형까지 받게 되는 것을 보는 일이다. [참고로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하는 사기 행위에 대해서는 법무부에서 우선순위로 매우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내 업무 만족감은 아주 높다. 어느 정도냐면, 만약에 내가 복권에 당첨되더라도 최소 몇 년간은 계속 이 업무를 유지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 몇 년 뒤에도 계속 일을 하고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복권을 전혀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