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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Oct 27. 2024

2024년 10월 - 한국 방문 & 마흔 즈음에

3주간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에 귀국했다. 그렇다 이제 미국 입국은 나에게 귀국인 셈이다. 유학시절 혹은 이민 초기에는 한국에 갈 때마다 따뜻한 익숙함이 나를 반겼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한국은 내가 떠날 때와 너무나 달라져있다. 나는 아직 2012년에 머물러 있는데...


작년과 재작년만 해도 휴가를 2주 밖에 쓸 수 없어서 매우 짧게 느껴진 한국 방문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 친구들도 만나고 은사님도 뵙고 하는 알찬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3주였지만, 시간이 많다고 느껴져서 그런지 가족과 나를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매년 방문할 때마다 나이가 드셨다고 느낀 부모님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게 된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직원도 없이 작은 공장을 혼자 운영하고 계신데, 몸으로 하는 지루한 반복작업이다 보니 내가 가서 일을 도와드리면 생산성도 높아지고 말동무가 생겨서 좋아하신다.


한국에 머무르며 가장 큰 낙은 저녁 시간에 부모님 두 분이 퇴근하신 뒤, 동네 테니스 장에서 부모님과 테니스를 치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부모님 두 분이 나이가 들어가심에 따라 예전만큼의 기력이 없으셔서 많은 경기를 즐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나의 스파링 파트너셨는데, 요즘은 경기하다가 부상을 당하진 않으실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의 최애 관심사는 더 이상 테니스가 아니라 손주다. 내 여동생이 낳은 두 살 난 남자 아기가 있는데, 부모님의 관심사는 언제나 이 아기다. 요즘은 조금씩 말문이 트이는지 "할미, 할삐"라면서 우리 엄마 아빠를 반기는데, 가끔 손주를 보러 동생 집에 가시는 부모님의 얼굴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결혼 8년 차지만 딱히 자녀 계획이 없는 우리 부부 대신, 동생 부부가 아기를 가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온 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받다 보니, 아기가 벌써부터 조금 spoil 되는 조짐이 보이긴 한다. 요즘같이 아기가 귀한 저출산 시대에 어쩔 수 없는 트렌드인 것 같지만, 이제 은퇴를 하고 인생을 즐기실 나이가 된 우리 부모님께서 손주 육아라는 새로운 역할을 떠맡게 된 것 같아 약간 아쉽다. (물론 부모님께서 워낙 좋아하시기에 그렇다고 마냥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없다)


평생 나와 내 동생을 뒷바라지하시며, 그것이 유일한 인생의 목표이자 행복이라고 생각하셨던 우리 부모님. 두 자식이 독립해서 결혼하고 먹고살 만한 나이가 되니, 이제는 손주 육아에 바쁘시다. 어쩌면 그게 우리 부모님 세대의 즐거움이자 보람일지도. 당신들의 삶보다는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는 삶.


내 나이 벌써 마흔. 우리 아버지께서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마흔이셨다. 와, 지금 내게 중학교 2학년짜리 아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물론 베이비부머 세대인 아버지와 우리는 확실히 다르긴 하다. 평범한 직장에서 공장 근로자로 살아도 아파트 사고, 아이 둘 키우고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자고 일어나면 일자리가 늘어나있고, 물건 만들어 놓으면 팔리고, 은행에 적금만 넣어도 목돈이 생기는 그런 세상... 아마 다신 오지 않겠지.


아무튼 불혹의 나이라곤 하지만, 매일매일 여기저기 혹하는 마음이 끊이질 않는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갈 순 있지만 두려워서 가지 못하는 길. 예전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인생의 최대 고민거리였지만, 안정된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나니 또 다른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행복을 추구하며, 무엇을 인생 목표로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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