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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옮긴 후 일주일 후기

by 김정균 미국변호사

새 기관으로 직장을 옮긴 뒤 첫 일주일을 보냈다.

아직 신입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업무에 필요한 플랫폼에 접근 권한을 얻는 절차 때문에 본격적으로 업무에 돌입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그동안 느낀 점에 대해서 간략히 써보려 한다.


1. 직주근접의 장점

일단 직장에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보니, 출퇴근에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사실 그동안 약 3달 동안 주 5회 출근을 하며, 편도로 30~45분 거리를 매일 운전을 하는 동안 꽤 많은 정신적, 신체적 피로감을 느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아침이 여유로워진 점이 마음에 든다.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늦게 출근을 하면 길이 막히기 때문에, 보통 아침 6시~6시 30분 전후로 출발을 해야 했다. 그렇기에 아침 식사는 와이프가 미리 만들어준 것을 싸가서 직장에서 데워먹곤 했는데, 이제는 내가 직접 아침 식사를 느긋하게 만들어 먹고 출근할 수 있다.


출퇴근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적다 보니, 출근을 하고 나서도 훨씬 의욕 넘기는 기분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마찬가지로 퇴근을 해도 소파에 앉아서 쉬기보다는 운동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는 등, 조금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점심을 집에서 와이프가 같이 먹을 수도 있고, 재택근무하는 와이프가 미팅 등으로 바쁜 경우, 내가 직접 점심을 해 먹고 설거지까지 마칠 수 있다.


2. 새로운 업무

이번에 내가 맡게 되는 업무는 정부계약법이라는 큰 틀에는 벗어나지 않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정부계약의 방법이나 조달 대상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 기관에서는 주로 상용품(commercial item)을 조달하곤 했는데, 새 기관에서는 서비스나 연구 용역을 주로 조달하고 있기에 내 업무 분야도 그쪽으로 바뀔 것 같다. 게다가 예전에는 한 번도 담당하지 않았던 정보공개 청구법(FOIA)도 맡게 되었기에 관련된 교육을 받고 있다. 다만, 내 직속 상사가 지난주 내내 휴가로 출근하지 않았기에, 아마 다음 주에 직속 상사가 출근한 뒤에는 보다 정확한 내 업무 분야가 정해질 것 같다.


3. 직장의 분위기

새 직장은 이전 직장과 동일한 상위 기관에 속해 있지만 엄연히 다른 기관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과연 얼마나 직장 문화가 다를까 궁금했었다. 확실히 예전 기관보다는 조금 여유 있고, 느긋한(?) 분위기라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각 기관의 주된 설립 목적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현 기관은 아무래도 주로 과학적 연구 및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규모는 더 작지만, 한결 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4. 변호사 커뮤니티

새 직장에는 기관 소속 변호사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종종 기관 내에서 업무상으로 다른 부서의 변호사들과 협업할 일이 있을 때 그 사람의 업무나 배경을 알 수 없어서 아쉬웠던 적이 있었는데, 커뮤니티 덕분에 그런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5. DRP와 은퇴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는 비교적 변호사 인원이 적은 소규모 사무실인데, 출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상당수의 변호사들이 이번 정부가 제시한 DRP(Deferred Resignation Program) 혹은 조기 은퇴 제안을 수락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말은 즉, 그 사람들이 사무실을 떠날 것이라는 말이다. 현재 적어도 7월 말까지는 채용 동결이 연장된 상황에서 그 사람들이 사무실을 떠나면 업무상 공백이 생길 것이고, 남은 변호사들이 추가 업무를 부담해야 한다. 나는 아직 사무실 신입이라 본격적으로 업무가 배당되진 않았지만, 왠지 조만간 그 부담을 짊어지는데 한몫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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