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VA @ Charlottesville, VA
최근 2주간 교육연수를 다녀왔다. 정확한 명칭은 Contract Attorneys Course. 정부에 소속된 (군인 및 민간인) 변호사들 중에 정부계약(government contracts) 업무를 주로 다루는 사람들을 위한 연수였다. 요즘 트럼프 정책상 공무원 출장에 많은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상 꼭 필요한 연수라서 다녀올 수 있었고, 지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운 점이 많았다. 수업을 통해 새로 배우게 된 점도 많았지만, 수업을 진행하면서 여기저기 다른 기관에서 온 변호사들도 알 수 있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교육 장소는 버지니아 샬롯빌(Charlottesville, VA)의 버지니아 대학(UVA) 내부에 위치한 미 육군 법무관 교육센터(The Army JAG Legal Center and School, 줄여서 TJAGLCS). 이곳은 UVA 캠퍼스 안에 위치했지만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무원 혹은 군인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건물 특성상 학교 주변 및 건물 내부에서는 군복을 입은 군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건물의 내부 복도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기념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온 육군 법무관들이 이곳에서 연수를 받고 남긴 것들처럼 보였다. 당연히 한국 관련 기념품들도 있어서 사진을 좀 남겼다.
이번 연수는 178번째라고 한다. 이런 연수가 매년 한 번씩 진행되니까, 178년 동안이나 이런 교육이 진행된 셈이다. 그러면 이론상 첫 수업은 1848년도에 시작된 건데, 찾아보니 그때 한국은 조선시대로 헌종이 임금인 시기라고 한다. ㅋㅋ
이렇게 나름 유서 깊은(?) 교육이다 보니 당연히 프로그램은 매우 체계적으로 잘 짜여 있었다. 대부분의 강사들은 미 육군 소속 영관급 법무장교로, 현역 군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종종 민간인 신분이면서 예비역(Reserve) 장교로 활동하는 강사들도 있었다. 심지도 이들도 대부분은 한때 현역 군인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수업 내용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고 재밌었다. 사실 정부계약법이라는 것 자체는 아무래도 행정절차법과 규제가 많아서 좀 지루할 수 있는데, 강사들이 나름 밈(meme)이나 동영상을 많이 넣어서 수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했다. 육군 법무관들이라고 해서 왠지 딱딱하고 권위적일 것 같았는데, 군복만 입었지 말투나 행동은 그냥 옆집 아저씨, 아주머니같이 편하게 느껴졌다.
우리 클래스에는 국방부(육군, 공군, 해군, 해병대, 우주군 및 기타 국방부 소속기관) 소속 공무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외에 민간 기관 소속 공무원들과 현역 군인들도 꽤 있었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의 공무원들은 예전에 현역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수업 시간에 중동지역에 있었던 분쟁이 언급되면 당시에 현장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왠지 찾아보면 부모나 친척들이 2차 세계대전이나 6·25 전쟁에 참가했던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았다.
수업은 전반적으로 거의 10년 전 로스쿨에 다니던 시절을 회상하게 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바 시험공부를 하면서 바 프렙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로스쿨에서 수업을 들으면 교수님마다 가르치는 범위나 스타일이 다른데, 바 프렙을 들으면 각 과목을 전반적으로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각 개념들을 통합할 수 있어서 이해가 한층 강화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연수가 그랬다.
한편, 이번 연수에서 여러 명의 교수가 "무조건 'No'라고만 하는 앵무새가 되지 말라"라고 교육생들에게 당부를 했던 점도 인상 깊었다. 변호사들은 아무래도 리스크를 싫어하는 습성상(!) 의뢰인들에게 No라고 말하기가 쉬운데, 그것보다는 법이나 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의뢰인이 이루고자 하는 공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려 노력하라는 뜻이었다. 아무래도 공무원들을 기본적으로 사기업에서 일하는 회사원들보다 위험회피 성향이 강한데, 게다가 변호사니 그 성향이 더욱 강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사실 나는 공무원이 되기 전에 개업변 생활을 해서 그런지 처음 공무원 업무를 할 때 주변 동료들의 지나치게 높은 위험회피 성향을 이해하지 못했는데(지금도 마찬가지), 아마 나는 업무 이해도가 낮아서 그랬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ㅋㅋ
아무튼 수업이 끝나면 대략 4시 반~5시쯤 되는데, 이후에는 호텔에 들어가서 쉬거나 샬롯빌 주변을 구경하기도 했다. 샬롯빌은 UVA를 중심으로 한 칼리지 타운인데, 확실히 알링턴보다는 작아서 즐길 거리가 많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나름 스몰 타운의 느긋한 분위기와 대학촌의 활기가 공존하는 곳이라 머물만했다. (다만 다운타운은 노숙자가 많아서 그렇게 인상 깊은 곳은 아니었다)
그렇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주가 지나고 집에 오니 확실히 집이 편하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월요일에 출근하면 그동안 쌓인 엄청난 이메일과 사투를 벌여야 하겠지만, 한편은 새롭게 배운 지식들을 업무에 적용할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