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화 작가 Jan 15. 2024

어쩌다 군대에서 자기계발한 에세이를 썼나

이건 삶을 대하는 마인드의 이야기



 유명한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의 삶으로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뉴스에 인터뷰가 실릴 정도니, 그냥 유명한 정도는 아니네. 어쨌든 그분과 대화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서, 나는 몇 가지 궁금했던 점들을 물었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중 하나는 '과거로 돌아다면'을 가정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본인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과거가 아쉽지도, 후회가 남는 것도 없다고 했다. 왜?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살았음을 알기에.



나의 과거는 어떠한가



 '아, 그때 이랬어야 됐는데',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도의 차이일 뿐. 이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현재에 대한 아쉬움에 이렇게 과거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음... 이때로는 굳이 안 돌아가도 돼' 싶은 기간들이 있다. 그 기간들의 특징은,  다시 돌아간들 그 이상으로 해낼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난 입장에서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음이 뒤늦게 보이는 건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 순간에는 나 스스로 정말 최선을 다했음을, 충실하게 살았음을 머리뿐만 아니라 온몸으로도 알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군대"다.





 나는 군 복무기간을 만족한다. 엄밀히 말해 그 제한적인 환경, 강한 위계의 시스템 등을 만족한다기보다는, 그런 조건 속에서도 내가 대한 태도와 나의 노력에 만족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누구 하나 군 생활을 그저 편하게 혹은 대충 보내지 않았겠지만, 나 역시 참 열심히 생활했다. 주특기를 부여받아 기본으로 맡는 업무 외에도 부대에서 7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2년간 100권 이상의 책을 읽었고, 첫날부터 전역할 때까지 6권의 수첩에 매일 생각과 경험을 기록했다. 덕분에 당시 우리 부대에서 가장 많은 포상휴가를 받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숫자로 표현되는 성취의 양이나, 스펙의 질, 사회에서 바라보는 성과의 효용성을 비교한다면 나보다 더한 무언가를 남긴 사람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크게 위축될 필요가 없음을 아는 건, 당시 내가 처한 조건과 상황에서 그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음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마음을 속이면 대단한 성과에도 위축될 수 있지만 마음에 진실하면 남과의 비교가 무색해진다.





 다 값진 성취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다시 돌아간들 그 이상 해낼 자신이 없을 만큼 주어진 기간에 최선을 다했음을, 나 스스로 알 수 있다는 것. 지난 과거를 돌아봤을 때 크게 아쉬움이 남지 않을 만큼 내 삶에 충실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게 군인 시절의 내가 인생 전체의 나에게 전해준 가장 크고 고마운 선물이다. 삶이 그러할 수 있음을, 내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의 시간이 나에게는 그렇다. 타인에게는 몰라도 나에게는 군 생활이 그러한 의미를 갖는다. 비록 의무적으로 간 군대에서 원하지 않는 생활을 했어도 말이다.

- 『군대에서 자기계발하기』, p.7






 "군대"를 주제로 "자기계발"에 힘쓴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하지만 진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군대라는 소재를 활용한 "삶을 대하는 마인드 혹은 태도"다. 기본 업무 외 7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니, 100권 이상의 책을 읽었니, 6권의 수첩을 썼니, 포상휴가는 또 어떻고... 이렇게 "숫자"로 무언가를 표현했지만 진짜 중요한 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작용"이다.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꼭 그렇게 강박적으로 애쓸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내 시간을 의식적으로 활용해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꼭 부대 안에서 대단한 성과를 이뤄내거나 스펙을 쌓아야만 하는 건 아니다.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익히는 것, 또 다른 관점으로 삶을 바라보는 것,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내 현실을 꾸려가는 연습을 하는 것. 이게 젊은 날의 진짜 자기계발이다.

- 『군대에서 자기계발하기』, p.100






 현재 매년 약 25만 명의 청년들이 입대한다. 25만이라는 숫자로 표현되지만, 그 한 명 한 명은 다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고, 자기만의 삶을 꾸려가는 값진 존재다. 각자 처한 상황도 다르고 역량과 가치관도 다르다. 나는 이미 전역 후 예비군도 끝난 사람이라 시기적으로 분명 차이가 크다. 그렇기에 내 군 생활이 결코 정답일 수 없다. 그저 각자의 군 생활이 있을 뿐이다.



 다만 한 사람의 삶에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인 만큼, 좋은 의미에서든 그 반대에서든 각자의 군 생활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데 나의 고민, 생각, 경험들이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가장 흔한 육군 보병 소총수로 입대한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만은 않은 군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누군가의 낯선 군 생활에 공감, 위로, 용기, 혹은 타산지석으로 작용했으면 한다. 그러한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분명 무언가를 하기에 제한된 조건이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라도 자신의 뜻을 잃지 않으면 조금씩이라도 길은 열린다. 각자 처한 환경이 다르지만, 중요한 건 지금의 조건에서라도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 『군대에서 자기계발하기』, p.85




� 도서 정보

https://bookk.co.kr/bookStore/658d9321e571aee94d62c455

이 외 알라딘/예스24 등의 서점에서도 주문하실 수 있습니다.




"자기다운 성장을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30. (군대 이야기를 쓰다 보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