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영화 그리고 소설 외전을 읽고
# 잠깐 짬이 난 몇주동안 보고싶었던 영화들을 보고, 읽고 싶었던 책들을 샀다. 호불호가 갈리는 <너의 이름은>을 봤다. 영화를 보고 살짝 놀랐다. 신카이 마코토가 나이 먹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런 스토리에 좋았다는 표현을 하는 나도 나이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영화들에서는 '아름다운 시절은 기억속에서 미화될 뿐 그런 현실은 없어.'라고 말해왔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운명을 체계화해보려는 노력을 많이 한 느낌이다. 이게 진짜 배우들이 연기한 영화였다면 3류 시나리오라고 욕먹고 절대 흥행하지 못할 영화가 됐을 거 같다. 어설픈 어거지가 없진 않지만, 현실적인 스토리로 꾸며왔던 이전과는 다른 작품이라 개인적으론 흥미로웠다. 스토리 흐름을 따라가는데 크게 어렵지도 않았고, 그림체도 여전히 좋았고, 일본풍의 OST도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운명과 꿈을 엮어 놓은 세계관이 좋아서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외전 같이 쓴 책도 사읽었는데, 여주의 어머니 아버지 스토리가 영화에 없어서 아쉽더라. 영화 스토리보다 사실 더 좋았다. 그 스토리를 좀 더 자세하게 넣었다면, 전체적인 오글거림이 좀 완화되지 않았을까? 영화에서는 아버지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불친절하다. 여주 부모의 스토리까지 읽으면, 이 영화가 단순히 시공간을 초월한 남녀의 사랑얘기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부모의 얘기 없이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결론적으로 사랑으로 흘러가다보니 어린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로 보일 수도 있다. 아니 영화에서는 사실 그게 메인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무스비라는 말의 의미도 사랑에 기반한 인연이라는 느낌이 강해져버렸다. 하지만 진짜 하고싶은 이야기는 '의미 없는 존재나 사건은 없다, 있어야 할 존재들이 지금 그 자리에 있고, 일어나야 할 일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존재 가치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인연의 끈들이 얽히고 섥히면서, 감정에 따른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장 차이라는 얘기를 하고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