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큰 거야, 탱글아.
날씨가 계속 긴 가을 같아서 크리스마스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1년 내내 크리스마스를 기다려서 그런지
빨리 트리를 꺼내자고 지난 주말부터 성화였다.
트리를 해 놓으면 참 예쁘긴 하지만,
예쁘게 꾸며 놓으려면 꼬여있는 전구를 푸는 것부터
하나하나 달아야 할 오너먼트 고리들 끼우는 일까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터라 트리 장식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엘 가며
트리를 꺼내주면 본인들이 장식할 테니
꼭 집으로 돌아올 때는 트리를 준비해놓으라는
말에, 욥과 함께 미리 트리나무만
꺼내서 조립을 마쳐두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돌아온 탱글이.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내내 트리 꺼내놨냐고
묻기 바빴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들어온
탱글이는 트리나무부터 확인하기 위해
거실로 후다닥 뛰어들어갔다.
그런데,
“엄마, 트리가 왜 이렇게 작아졌어요???”
“트리는 그대론데? 탱글이가 커진 거 같은데? “
트리를 보고서 탱글이가 할 수 있는 예상되는
말들 중에 없는 말이었다. 작아졌다니.
아마도, 엄청 크게 느껴졌던 초등학교 운동장이
어른되어 가보면 작게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일까?
자기가 자란 줄도 모르고 연신 “왜 이렇게 트리가
작지? “라며 되뇌는 탱글이를 보는 게 재밌었다.
자기가 많이 컸다는 걸 티 내고 싶어서
계속 어필했던 건 아닐지.
그렇게 지난 월요일 저녁
우리 집엔 트리가 장식됐다.
막상 만들기 전엔 귀찮기도 했지만,
만들어놓고 보니 반짝반짝. 참 예뻤다.
지난주 중 갑작스러운 폭설에 모든 일정이 멈춰지고 집에 잠시 혼자 있을 시간이 있었는데.
혼자 소파에 누워 하늘에서 떨어지는 솜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사치스럽게 나 홀로 트리를 켰다.
캐럴까지 틀어볼까 하다가, 너무 청승맞은 것 같아 조용히 하늘 한번, 트리 한 번을 바라보며
짧은 여유를 즐겼다.
트리장식 귀찮다 생각했지만,
역시 크리스마스엔 트리가 있어야 제맛!